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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돌멩이 결말 스포 l 진실과 편견 영화 돌멩이 결말 스포 l 진실과 편견

영화 돌멩이 결말 스포 l 진실과 편견

2020. 11. 9. 22:19Film

영화 돌멩이 결말 스포 l 진실과 편견

돌멩이 (Stone skipping) 2020
감독, 각본 : 김정식
출연 : 김대명, 송윤아, 김의성, 전채은
돌멩이 줄거리

마을에서 정미소를 운영하는 석구(김대명)는 8살 정도의 지능의 30대 남자다. 아빠를 찾으려고 쉼터로 오게 된 가출소녀 은지(전채은)와 친구가 됐다. 석구는 오해를 받아 사건에 휘말리게 됐고 석구를 옹호하는 마을의 성당 신부님(김의성)과 직접 두 눈으로 보았다던 쉼터 선생님(송윤아) 사이에 갈등이 심화된다. 그날의 진실에 대해 알려고 하는 자는 단 하나도 없다.

전에 살던 동네에 장애인이 있었다. 20대 초중반 정도의 남성분이었는데 눈이 무척 나쁜 건지 핸드폰을 눈 바로 앞에 갖다 대고는 무척 빠른 걸음으로 길을 걷는 분이었다. 아마 동네에 사는 건지 올적갈적 몇 번 마주치곤 했다. 어느 날 전에 만나던 친구가 날 만나러 오는 도중에 그 남자를 봤다고 말했다. 결국 그 남자가 사고를 쳤다고. 큰 사거리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어떤 여성의 가슴을 만졌다고 했다. 그 여자분은 너무 놀라서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트렸고 그 여성분의 엄마는 이 사람 보호자가 누구냐며 소리소리 지르고 난리도 아니었다고.

 

그 이후로 길에서 그 남자를 어쩌다 마주칠 때면 그 친구는 긴장했고 잡고 있던 내 손 대신 어깨를 끌어안아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게 했다.

 

석구는 장애인이다. 30대의 성인이지만 8살 정도의 지능을 지닌 장애인. 지적 장애인이라고 해서 욕구와 본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제어할 수 있는 힘이 없으니 인간의 본능을 맞닥뜨렸을 때 성인보다 훨씬 더 위험할 수 있다.

 

김정식 감독이 어떤 의도로 영화 돌멩이를 만들었는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극 중 석구는 무구하였고 범죄를 일으키지 않았지만, 지적장애인 역시 성범죄를 일으킬 수 있다. 영화의 목적이 편견과 선입견이 무섭다는 것을 지적하려는 것이겠지만, 이런 설정 자체도 충분한 편견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 영화 돌멩이의 결말과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며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친구


영화 돌멩이는 석구가 이른 아침 일어나 분주히 하루를 준비하며 시작한다. 김추자 선생님의 꽃잎이 흘러나오기 때문에 극의 배경이 과거인 건가 생각했다. 박카스를 좋아해서 아침부터 소주잔에 박카스를 따라서 밥과 함께 반주하는 석구는 딱 보기에도 그냥 해맑은 아이 같았다.

 

인형을 좋아하는 석구는 우연히 14살이라는 '은지'를 만났고 그 둘은 자연스레 친구가 되었다. 감독님이 의도한 건진 모르겠지만 은지는 짧은 치마를 자주 입는다. 의도적으로 앵글이 은지의 다리를 비추는 것 같은 느낌도 받았다. 그럼 난 불안해진다. 석구가 불안한 것이다. 석구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건 충분히 알겠지만,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쉼터 선생님인 김 선생님의 마음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 불안해서 신부님에게 말해도 "우리 석구 그런 애 아니에요. 괜찮아요."와 같은 대답이 야속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는 거다.

 

진실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석구에게서 듣게 된 은지는 쉼터에 가지 않았고, 비 오는 늦은 밤 석구가 있는 정미소에 찾았다가 감전당했다. 뒤늦게 도착한 석구가 쓰러진 은지를 보고는 나름 응급조치를 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 장면을 본 김 선생은 석구가 은지에게 나쁜 짓을 하려고 한다고 아예 못을 박아버렸다. 이 장면에선 7번 방의 선물이 오버랩된다.

 

석구는 아동 성폭행범으로 구속되었다. 어떻게든 죗값을 치르게 하려는 김 선생님과, 그런 석구가 안쓰러워 형을 사는 것만은 면하게 해 주려는 신부님의 대립이 시작된다.

 

돌멩이에선 '석구가 정말 은지를 성폭행했는가?'에 대한 진실은 빠져있다. 그 누구도 알려하지 않거든. 김 선생님이 마주한 그 장면은 충분히 오해의 소지가 다분했다. 석구가 8살의 지능이라면, 충분히 상황에 대한 설명은 할 수 있는 친구다. 은지가 쓰러져있었고 은지가 아파서 안 아프게 해주려 했다는 설명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의사는 은지가 감전당한 사실을 알지 못한다. 은지가 사건을 명확히 진술하여 석구의 오해를 풀어주려는 걸 막으려고 충격이 심해 실어증 비슷한 증상을 겪게 했고 나쁜 기억은 의도적으로 지우고 좋은 기억만 선택적으로 남긴다는 서사를 부여했다.

 

진실을 알려고 하지 않는 건, 석구가 30대의 지적 장애인 남자라는 것과 자신이 본 것을 선택적으로 판단한 김 선생님뿐만이 아니다. 진실을 제대로 파악하려 하지 않고 석구가 진짜로 성폭행을 하려고 했는지 안 했는지 알려하지 않고 마치 부모처럼 장애가 있는 아이가 안쓰러워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도 형을 살게 하지 않게 해 주려는 신부님도 마찬가지다.

 

편견


'편견'은 무섭다. 쉼터 김 선생님처럼 우리는 어떤 사실을 보고도 선택적으로 보고 싶은 것만 보며 상황을 단정 지을 수 있다. 김 선생님은 나쁜 사람이 아니다. 쉼터에 도착한 '은지'를 정성껏 돌봤다. 마을 잔치에서 지갑이 없어졌을 때, 은지일 거라고 생각한 다른 선생님은 은지의 가방을 억지로 뺏어 확인했다. 가출 소녀가 도둑질을 할 거라는 것 역시 편견이다.

 

김 선생님은 은지에게 부모의 역할을 대신한다. 은지의 엄마는 은지가 쉼터에 있다는 걸 알았어도 찾으러 오지 않았다. 은지가 불미스러운 일을 겪자 동거인, 남편(?)과 함께 찾아온 그는 스스로 본인이 나쁜 년이라고 말하지만 약해질 대로 약해진 은지를 돌보지 않는다. 가장 부모가 필요할 나이인 14살 은지가 왜 서울에서 그 먼 곳으로 아빠를 찾으러 왔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석구가 형을 살지 않게 되자 항소를 하겠다는 김 선생님에게 은지의 엄마가 됐으니 그만 좀 하라고 한 건, 아마 석구가 정미소를 정리한 돈과 신부님의 돈도 합쳐서 마련한 금액으로 적당한 합의를 하였기 때문일 것이리라.

 

은지의 그림 속 '악마'의 그림이 석구일 거라 생각했던 김 선생님은 은지 양부의 손에서 그 '악마'를 봤다. 여전히 미심쩍지만 석구에 대한 의심은 끝끝내 거두지 않는다. 아마 은지의 양부는 은지를 성폭행했을 것이다.

 

석구를 자기 아이처럼 아끼며 물심양면으로 돕는 신부님 역시 악인이라고 할 수 없다. 허나 석구가 그런 일을 저질렀다 믿고 석구를 대하는 건 엄연한 편견이다.

 

요한복음 8장 7절


"너희 중 죄 없는 자가 먼저 돌을 던져라"라는 구절이 생각났다. 성경에 수록되어 있는 말이다. 종교가 없지만 영화 '곡성'에서 천우희가 돌을 던지던 것이 하나의 복선이었다는 것을 알게 해 줬던 성경 어구라서 기억하고 있다.

 

영화 이름이 '돌멩이'였던 이유도, 석구가 돌멩이를 자꾸만 던졌던 이유도.

석구가 죄가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장치였다고 생각한다.

 

"하나님은 상상력이 부족한 것 같아. 이 나무에 인형이 달리면 얼마나 좋겠어?"라고 말했던 은지의 말을 기억했던 모양이다. 석구는 나무에 인형을 매달아 인형 열매가 달린 나무를 만들었다.

 

법원에서 접근금지명령을 받아 은지에게 갈 수 없는데도 기어코 찾아간 석구는 자꾸 나가자고 한다. 그 이유가 무얼까 했는데 석구의 엄마가 이곳에서 죽었다고 했다. 8살의 지능인 석구는 병원에 있으면 죽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석구가 은지를 병원에서 데리고 나가려고 하는 의도가 너무나도 천진하여 먹먹한 기분이 들더라.

 

서두에도 언급하였다시피 영화 '돌멩이'는 석구가 나쁜 짓을 하고 안 했고 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사건을 보는 여러 사람들의 시선이다. 김정식 감독이 쉽게 선입견을 가질 수 있는 캐릭터를 설정하고자 지적 장애인인 '석구'를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생각한다.

 

영화의 말미는 오프닝 시퀀스와 수미상관의 구조다. 석구는 아침에 일어나 분주히 하루를 시작하고 여전히 김추자 선생님의 꽃잎이 흘러나온다. 처음의 석구와 끝의 석구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겠지만, 석구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180도 달라졌다.

 

난 입버릇처럼 편견 없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사실은 위선 덩어리 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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