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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럴드의 게임(줄거리 결말 해석)_제시는 너희들 생각보다 훨씬 강해. 제럴드의 게임(줄거리 결말 해석)_제시는 너희들 생각보다 훨씬 강해.

제럴드의 게임(줄거리 결말 해석)_제시는 너희들 생각보다 훨씬 강해.

2020. 6. 10. 15:00Film

제럴드의 게임(Gerald's Game) 2017
감독 : 마이크 플래너건
원작 : 스티븐 킹의 동명소설
각본 : 마이크 플래너건, 스티븐 킹, 제프 하워드
출연 : 칼라 구지노, 카럴 스트라위컨, 브루스 그린우드

 

줄거리

스티븐 킹이 1992년에 집필한 스릴러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손목에 수갑을 채우고 관계를 가지려다 남편이 갑작스럽게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바람에 아내 제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제시가 절망적인 상황을 어떻게 대처하는지가 중점이며 그 과정에서 제시가 오랫동안 감춰왔던 과거의 트라우마와 직시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스티븐 킹의 소설을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다. 그가 집필한 책 중에서 읽어본 거라곤, "유혹하는 글쓰기"라는 그의 작법서가 유일하다. 나는 서사를 탐하는 사람이지만 스티븐 킹의 주 장르인 판타지나 호러엔 별로 흥미를 못 느껴서 그렇다. 해서 영화 제럴드의 게임은 오로지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어서 본 것이다.

 

 

스티븐 킹의 작법서를 읽어보았으므로 그가 평소에 소설을 집필할 때 어떤 식으로 플롯을 전개해 나가는지 알고 있다. 머릿속으로 처음부터 끝까지의 플롯을 구상해놓고 글을 쓰는 작가가 있는 반면, 스티븐 킹은 캐릭터에게 상황을 던져주고 캐릭터가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지켜보며 소설을 집필하는 작가다.

 

 

제럴드의 게임에선 섹스 게임을 위해 주위에 사람이라곤 전혀 없는 별장에 제럴드와 제시 부부를 내던져 놓았다.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며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제럴드의 게임


사건의 발단은 모두 수갑 때문이다. 제럴드 부부는 인적 없는 곳에서 조용히 그들만의 시간을 가지려 했다. 그게 다였다. 문제는 우연히 만난 떠돌이 개도 아니었고, 문을 열어놓아서도 아니었다. "수갑"때문이다.

 

 

떠돌이 개에게 한 덩이에 200달러나 하는 고베산 립아이를 주었을 때, (올 사람이 없으니) 문을 열어놓고 게임을 진행하는 그들을 보며 혹시나 떠돌이 개가 달려들어 그들을 물어뜯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문제는 떠돌이 개나 열어놓았던 문이 아니었다. 수갑이다.

 

 

영화 제럴드의 게임에서 제시에게 채워진 수갑은 직접적으로 제시를 옥죄는 실물 그 자체이기도 하지만 많은 것을 함유하고 있는 은유적 장치이기도 하다. 

 

 

 

제럴드는 죽어버렸다. 비아그라 두 개를 먹고 심장 마비로 죽어 버렸다. 문제는 제시가 수갑을 찬 상태라는 거다. 강철 목재로 만든 침대에. 분위기만 낼 귀여운 토이도 아니고, 정말 수갑인 데다가 제럴드가 둘의 시간을 방해받지 않으려고 별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휴가를 줬다. 제시는 꼼짝없이 수갑에 팔이 묶인 채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문을 열어놓았기 때문에 오랫동안 굶었을 떠돌이 개는 죽은 제럴드를 뜯어먹기까지 한다. 말 그대로 최악이다.

 

 

 

재미있는 상황이 벌어진다. 작가 본인도 스토리가 이렇게 흘러갈 줄 알았을까.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 제시는 스트레스에 파묻혀 반쯤 미쳤던 건지 재미있는 상황을 만들어 냈다. 죽은 제럴드와 본인의 또 다른 분신을 만들어냈다. 제시는 두 자아를 만들었다.

 

 

제럴드와 또 다른 제시의 등장은 마치 한 개인 안에 있는 천사와 악마가 끊임없이 갈등하고 다투는 느낌을 준다. 화장기 없는 제시완 다르게 제시가 만들어 낸 분신은 풀 메이크업에 화려하고 관능적인 느낌을 준다. 그녀가 하는 말 역시 그렇다. 얌전하고 조곤조곤하며 예쁜 마음씨를 가진 제씨완 달리 제시가 만들어낸 분신은 염세적이며 잔혹하다. 

 

 

 

 

트라우마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이 조금씩 턱끝까지 닥쳐오는 순간 제시는 자신이 오랫동안 감춰왔던 트라우마와 맞닥뜨린다. 본인 스스로도 들여다보기 괴로워 다시는 꺼내보지 않았을 수치스럽고 괴로웠던 기억을 복기했다. 자신을 마우스라고 부르던 사람. 아버지로부터 받은 폭행. 이 장면은 나도 너무 놀라서 그냥 온몸이 굳어 버렸다. 제시의 아버진 제시를 무릎에 앉히곤 마스터베이션을 했다.

 

 

성인이 되었고 중년이 된 제시는 여전히 오래전 그날에 대한 책임을 본인에게 떠밀고 있더라. 엄마가 문제였고, 배도 문제였고 입고 있던 원피스도 너무 짧았고 그 날 아빠가 자신에게 한 일이 최악의 일은 아니었다면서. 아빠는 자신을 조금도 건드리지 않았다면서. 스스로 자신이 (그런 일을) 겪을만했다며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는 모습. 어쩌면 아빠를 미워하는 것보다 자신을 미워하는 것이 더 쉬웠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제시는 후회하고 있다. 그날의 일에 침묵한 것에 대해서. 자기로 끝날 줄 알았던 일을 동생도 똑같이 겪었기 때문에. 그리고 어른이 된 자신 역시 그날의 기억에서 자유롭지 못했으니까.

 

 

 

아버지가 채운 수갑(침묵이라는 수갑)을 차고 있던 그 날의 어린 제시와 만난 제시는 어떻게 이 상황에서 모면할 수 있는지 알게 됐다. 손목을 그어 피가 나오면 응고되기 전까지 부드럽기 때문에 그 방법을 활용하여 수갑에서 손을 빼내는 것. 침대 위에는 물 한 컵이 있었다. 아껴 아껴 먹었던 물 한 컵. 그 컵을 깨 손목을 그어 수갑에서 벗어나려는 아이디어.

 

 

어차피 발작이나 탈수나 개 때문에 죽을 위기. 제시에겐 그것이 최선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제시의 계획은 성공했다. 

 

 

 

 

This monster was real


사신의 발자국

제시가 묶여있는 내내 시달리던 것이 있었다. 사신인지 사람인지 귀신인지 환영인지 구분이 안 되는 인물. 이미 너무 많은 스트레스로 제럴드와 자신의 분신까지 만들어 낸 제시기에, 아마 이 문라이트라는 괴물 역시 그녀가 만들어 낸 허구의 캐릭터일 거라 생각했다.

 

 

제럴드의 게임에서 가장 의외였던 건, 이 문라이트가 실제 인물이었다는 점이다. 사신도 아니고 귀신도 아니고 환영도 아니었다. 그는 실제 현존하는 인물이었다. 그는 도둑에 지나지 않았다. 남자만 건드리고 시신을 훼손하며 수집하는 도둑. 괴물. 제시의 결혼반지가 없어졌던 건 이 지하 묘지 도둑 때문이다. 사신이 아니라.

 

 

 

 

극복


제시는 보험금을 받아 자신과 비슷한 일을 겪고 괴로워하는 이들을 돕고자 재단을 설립했다. 아버지가 침묵이라는 수갑을 채워 오랫동안 간직해왔던 비밀을 더더욱 널리 알렸다.

 

 

 

You're so much smaller than I remember. 

당신 내 기억보다 훨씬 작네요.

 

제시는 문라이트(지하묘지 도둑)를 만나러 갔다. 제시가 밤에 잠을 못 이뤘던 이유.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린 이유. 그 끔찍한 괴물을 직접 보고자 법정에 간 건 영화 제럴드의 게임에서 기념비적인 사건이라 본다.

 

 

제시가 오랫동안 자신을 짓눌러왔던 트라우마를 직접 마주 보고 대면하며 극복한다는 의미니까. 제시가 문라이트에게 천천히 다가갈 때 그에게서 아버지와 남편 제럴드의 얼굴이 겹쳐 보인 것은, 그들이 바로 괴물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을 추행하고 누구에게도 심지어 스스로에게도 절대로 발설하지 말라며 침묵이란 수갑을 채웠던 아버지.

남편에게 무조건적인 순종을 요구하며 수갑(결혼반지)을 채웠던 제럴드.

 

 

제시는 문라이트를 마주 보고 분연하게 "내 기억보다 훨씬 작네요." 라며 그에게 옅게 경멸하는 미소를 내보였다. 마치 "너 같은 건 나한테 아무 위협도 되지 않아."라는 듯이.  

 

 

 

- It's so much smaller than I remember.
- cause you're bigger.

- 내 기억보다 훨씬 작은데요?
- 네가 커서 그래.

 

12살의 어린 제시는 오랜만에 호수 별장에 가고는 기억보다 별장이 훨씬 작다고 말했다. 별장의 크기는 그대로다. 제시가 커서 작아 보인 것이다.

 

 

제시가 문라이트를 보고 당신 내 기억보다 훨씬 작네요.라고 말한 것도 다르지 않다. 제시는 트라우마에 갇혀 실제의 그보다 훨씬 더 크게 몬스터를 인식하였지만, 이제 제시는 그깟 문라이트 따위로 두려움에 떨거나 겁내는 여린 여성이 아니니까. 

 

 

 

Because the people who were supposed to protect you from the monsters turned out to be monsters themselves.
and it almost killed you.
We need the sun to come back out.
After so long, 
I think we deserve ths sun.

괴물로부터 널 지켜줘야 할 사람이 알고 보니 괴물이었잖아.
넌 죽을 뻔했어.
태양이 다시 나와야 해.
오랜 시간 기다렸으니까,
우린 태양을 볼 자격이 있어.

 

 

괴물로부터 제시를 지켜줘야 했던 아버지와 남편은 사실 그 괴물 자체였다. 12살의 제시와 지금의 제시는 서로가 마주한 괴물들을 이해한단 듯이 똑같이 읊조렸다. 제시에게 가장 큰 트라우마를 준 그날. 개기일식의 날. 태양이 삼켜졌던 날. 둘이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는 것은 오랜 시간 아버지와 남편이 채워놓은 침묵과 순종이란 수갑을 풀고 앞으로 나가간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보다 더 좋은 결말은 없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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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의 원작 소설은 1992년에 출판되었다. 스티븐 킹의 소설은 한 권도 읽어본 적이 없지만, 제시의 속마음이 더 알고 싶어서 원작 소설을 읽어보고 싶은데 지금은 절판된 상태인 듯하다.

 

 

스티븐 킹은 제럴드의 게임이 돌로레스 클레이본(1992)의 자매 소설이라 했다. 소설을 구하기 힘들지라도 이 소설 역시 영화화되었기 때문에 보고 싶어 졌다.

 

 

스티븐 킹의 소설은 읽어본 적이 없지만, 영화화된 작품 중에서 "샤이닝, 그것, 쇼생크 탈출"등은 본 적이 있다. 전혀 관심 있는 장르가 아니라 작법서만 읽고 그의 소설은 멀리해왔는데, 그의 다른 작품이 읽어보고 싶어 졌다.

 

 

 

 

 

<스티븐 킹의 작법서, 유혹하는 글쓰기 서평>

 

2020/05/22 - [Book] - 유혹하는 글쓰기 리뷰

 

유혹하는 글쓰기 리뷰

유혹하는 글쓰기 스티븐 킹 지음 ※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그동안 수많은 글쓰기 책을 읽으면서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 이야기를 얼마나 많이들 하시는지. 나중엔 귀에 못이 박힐 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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