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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콜 결말 리뷰 넷플릭스 l 독한맛 타임워프 영화 콜 결말 리뷰 넷플릭스 l 독한맛 타임워프

영화 콜 결말 리뷰 넷플릭스 l 독한맛 타임워프

2020. 11. 28. 18:13Film

영화 콜 결말 리뷰 넷플릭스 l 독한맛 타임워프

콜 (The Call) 2020
감독 : 이충현
각본 : 강선주, 이충현
원작 : 영화 '더 콜러'
출연 : 전종서, 박신혜, 김성령, 이엘, 방호산, 오정세, 이동휘
콜 줄거리

오랜만에 예전에 살던 집으로 돌아온 서연(박신혜)은 집에 있던 오래된 전화기를 연결했다가 '영숙(전종서)과 전화 통화를 하게 되었다. 서연은 영숙이 20년 전 이 집에 살던 사람이란 걸 알게 됐고 그 둘은 친밀한 유대감을 쌓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서연과 영숙은 서로의 인생을 바꿀 사소한 선택을 하게 되었고 그 결과는 서연과 영숙뿐 아니라 주변 인물들의 삶까지 송두리째 변하게끔 한다. 자신의 미래를 알게 된 영숙은 예상치 못한 폭주를 시작하며 서연을 옥죄여온다. 영숙은 서연의 소중한 사람들을 하나씩 앗아가기 시작했다.

이충현 감독

영화 콜은 단편영화 '몸 값'으로 대단한 호평을 받았던 이충현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올해 3월 개봉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바이러스로 극장 개봉을 취소하고 넷플릭스에서 독점 공개되었다. 이충현 감독의 전작인 '몸 값'이 보고 싶단 생각이 들 정도로 무척 흥미로웠던 작품. 괜히 괴물 신예가 아니구나.

 

콜은 20년 전의 영숙과 현재의 서연이 무선 전화기를 통해 소통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타임 워프가 기반이 된 서사다. 매력적인 소재이기에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에서 자주 쓰이는 소재다. 과거에 저질렀던 실수나 아쉬움을 바로잡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을 테니까.

 

시그널 스틸컷

전화기를 통해 1999년의 영숙과 연결된 서연을 보며 시그널(2016)이 떠올랐다. 시그널 역시 타임 워프 소재로 20년 전의 이재한 형사와 현재의 박해영 형사가 무전기를 통해 과거의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니까. 시그널은 보통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매우 익숙할만한 미제 사건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 같았던 에피소드를 선보였다. 영화 프리퀀스(2000) 역시 30년 전 현장에서 사망한 소방관 아버지와 무선을 주고받으며 연쇄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서사다.

 

영화 콜이 새로웠던 이유는 그 타임 워프를 가능하게 해주는 '매개체'가 선한 인물이 아니라 '연쇄 살인마'에게 넘어갔다는 것이었다. 적어도 내가 여태까지 접해왔던 타임워프 물에서는 과거와 현재의 인물들이 연결돼서 서로에게 영향력을 주게 되면 보통은 조금 더 정의롭고 공정한 세상이 되었는데 그것이 악마의 손아귀에 들어가니까 예측할 수 없는 서스펜스를 만들어 냈다.

 

 

※ 넷플릭스 영화 콜의 결말과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며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서태지를 좋아하는 28세 오영숙


'버닝'에서 좋은 연기를 선보였던 배우 전종서는 영화 '콜'에서 무자비한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마 역을 너무나도 잘 소화했다. 난 버닝에서의 전종서보다 영화 콜에서의 전종서가 더 잔상이 남을 듯싶다.

 

처음 오프닝 시퀀스에서 서태지의 음악을 듣고 서태지의 사진을 스크랩해서 다이어리를 꾸미는 영숙을 보며 연예인을 좋아하고 그의 음악을 듣는 90년대에 살고 있는 보통의 20대 여성이라고 생각했다.

 

무언가 꺼림칙한 기분이 들긴 했지만 불량식품과 젤리를 즐겨 먹고 서태지 음악을 좋아하는 그를 보며 천진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앞섰다. 그를 보호하고 있는 무당 신엄마가 훨씬 더 수상하게 느껴졌으니까.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우고 영숙에게 의식(?)을 행하는 것 같았던 모습이 훨씬 더 기괴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시간은 다르지만 서연과 영숙은 둘 다 28세 여성으로 잘 통할  수밖에 없다. 그 두 여성이 정서적으로 공감대를 쌓고 소통하게 되면서 서연은 서태지 2000에 한국에 돌아와 발표했던 곡을 들려주고 20년 후의 이야기를 전할 때는 보통의 우정물 같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서로 많이 가까워지자 서연은 아빠가 어떻게 돌아가시게 됐는지 영숙에게 털어놓게 됐다. 영숙은 서연의 아버지를 살렸다. 그 집에서 불이 나는 걸 막아주었으니까. 그리고 이때부터 직접적으로 영숙이 과거를 바꿀 수 있게 됐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과거를 바꿈으로써 미래를. 서연이 살고 있는 현재를 바꿀 수 있게 됐다.

 

'무당'이라는 스테레오타입


 

이충현 감독이 '무당'이라는 스테레오타입을 잘 이용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영숙의 신엄마는 영숙의 전화를 뺏고는 서연에게 너 누군데 영숙이랑 연락하는 거냐며 결국 네가 다치게 될 테니 더 이상 전화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허나 알 수 없는 주문과 고문에 가까워 보였던 의식은 신엄마를 의뭉스럽게 느끼기에 충분했다.

 

신엄마는 영숙의 사주를 풀어보고는 아마 그를 죽이는 것이 최선일 거라 생각했던 모양이다. 영숙에게 악귀가 씌었기 때문에 악한 행동을 할 거라 생각해 미리 막아보려 했고, 자신의 노력이 통하지 않자 추후에 발생할 수많은 악행을 미리 막기 위해 자신이 영숙을 죽이기로 결심한 것이다.

 

넷플릭스에서 독점 공개했기 때문에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보게 될 텐데 서구 문화권의 사람들이 보기에 사람이 갖고 태어난 8글자를 기반으로 사주팔자를 점쳐 길흉화복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재밌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사주로 연쇄살인범이 될 것을 알 수 있다는 논리가.

 

서연이 영숙에게 너희 신엄마가 너를 죽일 거라고 미리 언질 해주었고 어떤 증거로 잡히게 되는지도 일러주었기 때문에 영숙이 연쇄살인범인 것을 들키지 않고 살 수 있었던 기회를 마련해준 셈이다.

 

"다시 태어난 기분이야. 왠지 내 생일 같아."


신엄마를 살해하고 영숙이 서연에게 내뱉은 말이다. "다시 태어난 기분이야. 왠지 내 생일 같아."

 

어쩌면 신엄마는 알아들을 수 없는 주문을 외고 의식을 행하면서 억지로 억지로 영숙이 내재하고 있는 악한 기운을 억제해왔던 듯하다. 그런 신엄마가 사망하게 되고 그가 만들어놓은 결계나 의식들이 더 이상 역할하지 못하게 되자 영숙이 갖고 있는 본능적인 살인마 기운이 발현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영숙이 젤리곰을 먹을 때 이상하게 젤리곰의 머리 부분만 뜯어먹고 몸통은 그대로 두는 것을 보며 '특수한 식습관이 있네.'라고 생각했다. 한 번은 영숙이 빨간색 젤리곰의 머리를 뜯어먹는 장면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주기도 했는데 그것이 어찌 보면 영숙의 본질을 알려주는 복선이었나 보다.

 

영숙은 신엄마를 살해한 것을 기점으로 고삐 풀린 말처럼 잔혹한 연쇄살인마가 되어간다.

 

영숙으로 인해 현재가 시시각각 바뀌는 서연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서연은 영숙의 행동에 큰 영향을 받는다. 그가 저지르는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는 현재의 서연에게 나비효과처럼 다가와 그의 삶을 송두리째 흔든다. 돌아가신 아빠가 살아나 부모님과 함께 행복한 삶을 영위했다가. 갑자기 아빠가 먼지처럼 사라졌다가. 엄마가 사라졌다가.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서연이 살고 있는 집은 물론이거니와 서연의 머리 길이, 옷 스타일도 시시각각 변화한다.

 

현재 범죄가 일어나는 걸 알고 있어도 서연이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아빠와 엄마를 구할 수가 없다. 1999년의 서연은 아이이기 때문에 무엇으로 봐도 영숙이 훨씬 유리하니까.

 

배우 박신혜가 여태까지 보여줬던 착하고 똑 부러진 이미지의 여성과는 다르게 이번 영화에선 대담하고 강한 모습을 보여준 캐릭터가 아니었나 싶다.

 

서연 엄마의 모성애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에서 큰 병을 앓고 있는 것 같았던 서연의 엄마는 서연에게 자신이 사망하게 되면 나올 보험금 이야기를 한다. 아무리 편의점에서 일해도 1억 못 모은다면서. 그러면서 사망 후 어디에 묻히면 좋을지를 상의하려는데 서연이 화를 내기 시작한다.

 

매니큐어를 칠한 그의 손을 보고 이 상황에도 그런 걸 칠하고 싶냐면서. 엄마가 아빠 옆에 묻힐 자격이 되냐고 생각하냐면서.

 

왜 저렇게 모질게 굴까 했는데 서연이 어렸을 때부터 매니큐어를 즐겨 사용하는 것 같았던 엄마의 실수로 가스불이 폭발해 아빠가 돌아가셨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원망스러움이 너무 커 아픈 엄마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했던 모양이다.

 

알고 봤더니 그것도 사실이 아니었네. 엄마는 가스불을 껐고 불을 냈던 건 영숙이었다.

 

서연의 엄마가 서연을 지켜내려고 칼을 두 손으로 잡아 버티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온몸에 칼을 맞아서 스스로의 몸을 가누기 어려울 텐데도 분연히 딸아이를 지켜내려는 모습은 엄숙한 마음마저 들게 하더라.

 

결국 안 된 거지?


결말이 뭔가 찝찝하다. 무언가 이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 같지 않을 것 같단 느낌이 들었다. 결말을 예상하기가 어려웠다. 서연의 엄마가 돌아가셨을 줄 알았지만 그 많은 칼을 맞고 2층에서 낙상했어도 결국은 살아계셨다. 아. 이렇게 해피앤딩으로 끝나는 거구나 싶었는데 웬걸..?

 

아빠를 보고 돌아가던 서연과 서연 엄마의 뒷모습에서 서연의 엄마가 먼지처럼 사라진다. 장면이 바뀌어 영숙의 살인 공간에 서연이 잡혀온 것 같은 모양새다.

 

결국 영서는 서연의 모든 것을 앗아간 셈이다. 서연의 목숨줄까지.

 

원작 '더 콜러'를 보고 싶어 졌다. 이충현 감독이 원작과 얼마나 다르게 이 영화를 만들어냈는지 궁금해서다. 사주라는 요소를 집어넣은 것과 모성애라는 요소를 집어넣은 것이 차별화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앞서 설명한 두 가지가 해외 관객들에게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우리나라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가족애를 해외 관객들은 꽤나 감동적으로 보는 것 같아서.

 

벌써부터 이충현 감독의 차기작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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