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 Analytics Made Easy - StatCounter
영화 오피스 줄거리 결말 스포_예사로운 이야긴 무섭다고 했잖아 영화 오피스 줄거리 결말 스포_예사로운 이야긴 무섭다고 했잖아

영화 오피스 줄거리 결말 스포_예사로운 이야긴 무섭다고 했잖아

2020. 7. 11. 18:26Film

영화 오피스 줄거리 결말 스포_예사로운 이야긴 무섭다고 했잖아

오피스(Office) 2014
감독 : 홍원찬
주연 : 고아성, 박성웅, 배성우, 김의성, 류현경, 이채은, 박정민, 오대환, 손수현

 

 

오피스 줄거리

어느 날 한 가족의 가정이자 착실한 회사원인 김병국 과장이 망치로 일가족을 살해하고 실종되었다. 형사 종훈은 그의 회사 동료들을 상대로 수사를 시작하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다. 유력한 용의자인 김 과장과 사이가 좋았다는 이미례 인턴은 무언가를 숨기는 듯하다. 종훈은 김 과장이 사건 직후 회사에 들어온 CCTV 화면을 확보하지만, 그가 회사를 떠난 화면은 찾을 수 없어 사건은 갈수록 미궁에 빠진다. 한편, 김 과장이 아직 잡히지 않았다는 사실에 동료들은 불안해하고, 이들에게 의문의 사건들이 계속 일어나며 결국 동료 직원 전부가 살해당했다. 

 

 

얼마 전 영화 "이장"리뷰를 하며 너무나도 범속한 이야기라 더 슬픈 이야기라 했다. 영화 오피스도 그렇다. 전설의 고향에서 구미호가 심장을 뜯어먹는 것보다, 마을에 쥐떼가 창궐해서 사람을 뜯어먹는 것보다 훨씬 더 무섭단 말이야. 며칠 전 영화 손님을 보고 생각보다 좋은 영화였지만 권선징악이란 소재가 오늘날의 관객들에게 흥미를 끌 수 있을까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영화 오피스는 권선징악이 아니다. 그냥 우리가 사는 이야기야. 나의 이야기. 그리고 너의 이야기. 우리들의 이야기. 이미례 인턴과 김병국 과장은 나이기도 하고 너이기도 하니까.

 

 

예전에 영화의 이해를 수강할 때 교수님께서 나에게 어떤 상황에서 공포를 느끼냐고 물었다. 난 내 방이라고 이야기했다. 내 방이라는 건 지극히 나에게 익숙하며 편안한 공간이지만 낮의 방과 밤의 방은 무척이나 다르니까. 오피스도 마찬가지다. 낮시간의 대부분을 보내는 익숙한 공간이지만, 그 공간은 동시에 공포스럽고 잔혹한 공간이기도 하다.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며 지극히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열심히 사는 게 나빠?


처음엔 납득하기가 힘들었다. 왜 멀쩡해 보이는 김병국 과장이 갑자기 싸패가 돼서 일가족을 살해한 걸까. 병든 노모와 착한 부인과 병이 있는 아들을 말이야. 김병국 과장의 어깨에 처자식의 생계가 달려있는데 갑자기 무슨 연유로 그런 짓을 저질렀을까 하고.

 

 

영화 말미에야 알 수 있었다. 김병국 과장은 직장을 잃었다. 그나마 김병국 "과장"이라는 직함으로 거기에 기대어 식구들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었는데 더 이상 그럴 수 없게 되자 그는 모두를 죽이고 자살하는 방식을 택했다. 열심히 "일"만 하지만 주위 사람들과 겉도는 사람. 융통성 없고 정직하기만 한 사람. 그러니 일을 그렇게 열심히 하는데도 과장에서 부장이 되지 못 한 사람. 알랑방귀를 뀌지 못해 승진에서 계속 밀린 사람.

 

 

 

새로 들어온 인턴인 이미례도 다르지 않다. 이미례는 김병국 과장이 미례 씨도 나와 다르지 않다고 하자 악을 썼다. 제가 왜 과장님이랑 같냐고. 열심히 하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한 사람. 너무나도 절실한 사람. 회칼인지 식칼인지를 쥐고 마치 묵주 같은 거라고 말하던 이미례.

 

 

김병국 과장이 사라진 후 그가 맡았던 보고서를 팀원들끼리 분담하여 작성하는 꼴을 보니, 그동안 수많은 업무는 김병국 과장 혼자서 한 모양이었다. 제안서도, 보고서도. 모두 다 그의 손을 거친 것이었어. 3개월이면 정직원으로 전환되어야 하지만 6개월이 다 되어가도록 인턴직을 하고, 또 다른 인턴사원이 들어오게 돼서 본인의 자리에 위협을 느끼는 이미례도 다르지 않다. 둘은 닮았다. 그래서 김병국 과장이 이미례한테 칼을 건네준 건지도 모르겠다. 

 

 

매일 하루에 몇 시간씩 같은 공간에 있고 오랫동안 함께 근무한 동료가 존속 살인을 저질렀다는데도,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마치 영화 속 허구의 이야기, 전혀 본인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느끼며 별 다를 것 없이 제 일상을 살아가는 직원들이 한편으론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무척이나 혐오스러웠고 구역질이 났다.

 

 

 

 

앞담화? 뒷담화? 의미 없지.


이 스틸컷을 띄워놓고 보니 영업 2팀 직원 전부를 한 대씩 쥐어박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 이미례 인턴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은 서로 비슷하다. 비슷했기 때문에 서로 뭉칠 수 있었던 거야. 점심 식사를 하면서도 김병국 과장과는 함께 하지 않았고 이미례의 전화도 받지 않았다. 점심시간 식당가에서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우두커니 있는 이미례를 보니까 얼마나 처연하던지. 그는 알았던 거다. 일부러 받지 않는다는걸. 가뜩이나 광주에서 올라와 타지 생활을 하고 있는데 외로움과 서러움이 얼마나 사무쳤을까.

 

 

 

오피스에서 이미례를 사람처럼 대해주는 직원은 전연 없었다. 호의로 대하는 직원도 없었다. 단 하나도. 같은 인턴인 신다미 역시 직원들을 대할 때와 이미례를 대할 때의 온도가 달랐다. 

 

 

직원들은 이미례 뒤에서도 지독하게 뒷담화하지만, 설사 이미례가 앞에 있다고 해도 험담을 하는데 전혀 개의치 않는다. 이미례는 대놓고 무시하고 욕을 해도 자신들에게 전혀 위협이 안 되는 존재여서다. 

 

 

 

 

그래서 이미례란거지?


난 너무나 당연하게도 김병국 과장이 회사에 숨어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김병국 과장이 사람을 죽이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이미례일 거라곤 짐작하지 못하였다. 가장 처음에 살해당한 정대리는 분명 김병국 과장과 대화했으니까. 그리고 김상규 역시 꿈속에서 김병국을 보았다고 했으니까. 추후에 사망한 인물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김병국을 봤다. 그래서 나도 당연히 김병국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모든 살인을 저지른 건, 다름 아닌 이미례였다.

 

 

살해당한 직원들은 사망하는 순간까지 이미례를 이미례가 아니라 김병국으로 봤다. 그만큼 이미례는 그들에게 전연 위협이 되지 않았던 존재라는 거 아닐까. 김병국 과장을 따돌렸고 하대했고 무시했던 건 그래도 인지를 했던 모양이다. 그러니 김병국 과장이 살인을 저지른 거라고 믿었고 경찰에게 악을 쓰며 얼른 김병국을 잡아내라 윽박질렀던 거다. 자기들의 행동이 '살인을 저지를 만하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만 이미례에게는 그것 조차 인지하지 못했었나 봐. 그 정도로 이미례는 눈앞에서 대놓고 폄훼하고 무시하고 조롱해도 되는 존재라는 반증이다. 죽는 순간까지 이미례를 이미례로 보지 못하였으니까. 난 죽은 김병국 과장이 이미례에게 빙의라도 한 줄 알았잖아.

 

 

 

영화 오피스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는 이유가 이미례라는 걸 인지한 순간부터는 오히려 쾌감이 느껴졌다. 그에게 무례하게 대했던 사람들을 하나하나 전부 다 죽여줬으면 했다. 부디 그가 짜 놓은 판대로 진행되길 바랐다. 기꺼이 잔인하게 죽여줬으면 했다. 그의 범행이 밝혀지지 않았으면 했다. 경찰인 종훈은 끝끝내 미례가 사무실에서 발생한 연쇄 살인의 범인임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에게도 이미례는 invisible 한 존재였기 때문일 거야.

 

 

그래서 이미례 씨는 그 우유회사와는 인연이 없었던 것 같고, 지하철에서 면접 전화를 받은 그 회사에선 정직원으로 채용이 됐을까. 누구보다 적게 자고 많이 일하지만 인정받지 못했던 미례 씨가, 부디 제 능력대로 인정받고 누구보다 행복했으면 좋겠어. 미례 씨가 그 많은 사람을 잔인하게 죽였는데도 미례씨가 전연 밉지가 않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