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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리들 줄거리 결말_관계가 쉬웠을 때가 어디 있겠어 영화 우리들 줄거리 결말_관계가 쉬웠을 때가 어디 있겠어

영화 우리들 줄거리 결말_관계가 쉬웠을 때가 어디 있겠어

2020. 7. 18. 18:00Film

영화 우리들 줄거리 결말_관계가 쉬웠을 때가 어디 있겠어

우리들 (The world of us) 2015
감독 : 윤가은
각본 : 윤가은
기획 총괄 : 이창동
주연 : 최수인, 설혜인, 이서연, 강민준

 

영화 우리들 줄거리

언제나 혼자인 외톨이 선은 모두가 떠나고 홀로 교실에 남아있던 방학식 날, 전학생 지아를 만난다. 서로의 비밀을 나누며 순식간에 세상 누구보다 친한 사이가 된 선과 지아는 반짝이는 여름을 보냈다. 하지만 개학 후 학교에서 만난 지아는 어쩐 일인지 선에게 냉담하다. 선을 따돌리는 보라의 편에 서서 선을 외면하는 지아와 다시 외톨이가 되고 싶지 않은 선. 어떻게는 관계를 회복해보려 노력하던 선은 결국 지아의 비밀을 친구들에게 말해버리고 만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던 선과 지아는 어떻게 될까. 선과 지아는 다시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단편 영화 손님과 콩나물로 이름을 알린 윤가은 감독의 첫 장편 영화다. 난 영화 우리들로 윤가은 감독을 처음 만났다. 러닝타임이 한 시간 반 정도밖에 안 되는데도 영화를 보는데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는데 어린 친구들의 천진하고 무구한 표정에서, 꾸밈없는 표정에서, 그들의 아픔과 외로움이 전해지는 것 같아 자꾸 마음이 저릿했기 때문이다. 마음이 괴로워 자꾸만 영화를 멈춰야 했다. 극 중 초등학교 4학년인 선과 지아는 관계의 어려움을 온몸으로 맞으며 견디고 있었다.

 

 

 

 

※ 영화 우리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며 개인적인 글입니다.

 

 

 

 

외톨이였던 선


체육시간. 가위바위보로 팀원을 정하는데 선은 맨 마지막까지 두 팀장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처음 가위바위보를 하면서 팀원을 뽑아갈 때 들뜬 모습의 선이 시간이 지나갈수록 어두워졌다. 피구를 하면서 금을 밟지 않았는데도 친구들은 왜 금을 밟았는데 나가지 않냐며 몰아붙였다. 금을 밟지 않았지만 선은 주눅이 들어 밖으로 나가야 했다. 

 

 

선은 왕따다. 외톨이나 혼자나 그런 고상한 말을 쓸 필요가 없다. 선은 왕따다. 생일파티에 소개해준단 말을 듣고 친구들의 몫을 전부 떠 넘겨받아 교실 청소를 하는 아이다. 자기에게 나쁘게 대하지만, 한 번이라도 어울리고 싶고 무리에 들고 싶어서 비굴한 짓도 전부 다 해버리는 아이다.

 

 

 

 

서로가 절실했을 선과 지아


그런 선에게 전학생 지아가 얼마나 소중했을까. 둘은 금세 가까워졌다. 선이 만든 실팔찌를 나눠 꼈다. 그의 집에도 놀러 가고 집에도 초대하고 둘이서 함께 빛나는 여름을 보냈다. 둘은 저마다의 아픔이 있다.

 

 

선은 왕따고, 집안 형편도 넉넉지 않다. 남들 다 갖고 있는 핸드폰도 없고, 남들이 다 다니는 학원도 다니지 않는다. 선의 엄마는 그런 부분에선 무딘 듯했다. 선이가 워낙 밝기도 하고 집에서는 내색을 잘하지 않는 어른스러운 아이여 서다. 요즘 엄마들 아이들 교육에 혈안이 되어있고 자기 아이가 소외감 받을까봐 기 안 죽이려고 야단인데 선의 엄마는 그런 구석이 없었다. 그리고 선은 가정에서도 동생보다 관심을 적게 받는다고 느꼈다.

 

 

지아의 부모님은 이혼했다. 엄마는 영국에서 일하고 있고 자신도 영국에서 살아본 적이 있다고 했지만 거짓말이다. 지아는 전에 다니던 학교에서 왕따를 당했다. 돌봐줄 사람이 없었던 지아는 그렇게 할머니 집에서 지내게 된 것이다.

 

 

 

 

다시 혼자가 되는 건 두려우니까


좌측 첫번째의 보라색 티셔츠를 입은 소녀가 "보라"

영어 학원을 다니던 지아는 같은 학원을 다니던 보라와 가까워졌다. 보라는 공부도 잘하고 선을 무시하고 깔보며 왕따로 만드는 아이다. 지아는 보라네 무리와 어울리기 위해서 선을 모른 채 했다.

 

 

겨우 만든 친구 하나가 멀어져 가는 걸 볼 수 없어서 선은 엄마의 돈을 몰래 가져가서 지아의 선물을 사기도 한다. 지아에게 자기가 뭘 잘못한 게 있냐며 빌다시피 묻기도 한다. 지아는 의도적으로 선을 멀리하는데,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단 생각을 했다. 또 왕따가 되고 싶진 않았을 거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 시작하는데, 이 곳에서만큼은 잘 지내고 싶었을 테니까. 

 

 

같이 나눠 낀 실팔찌를 집어 던지거나 칼로 두 동강을 내는 것처럼. 같이 봉숭아 물을 들였던 것이 조금씩 밀려나가는 것처럼. 보라한테 받은 지저분하게 발린 매니큐어가 조금씩 뜯기는 것처럼. 관계는 쉬이 잘려나가고 쉬이 벗겨지며 쉬이 지워진다. 초등학생이라고 다르지 않다.

 

 

 

 

그럼 언제 노는데?


선의 동생은 매번 친구에게 얻어맞는다. 그런 동생에게 선이는 넌 맞으면 때려야지 왜 자꾸 맞고 있냐고 물었다. 그러니 동생은 나도 때렸어. 근데 걔가 또 때렸어.라고 했다. 그러자 선이는 그럼 또 때려야지. 하니까 고작 유치원생인 동생은 이렇게 말했다. 현자다.

 

서로 또 때리고 또 때리고 또 때리고. 그럼 언제 놀아? 난 놀고 싶단 말이야. 계속 서로 때리기만 하면 언제 노는데?

 

선의 손톱에 보라한테서 빌려 받아 칠한 매니큐어는 진작에 다 지워졌다. 지아와 함께 물들인 봉숭아 물은 거의 지워지고 왼손 약지에만 미미하게 남아있다. 선과 지아는 결국 서로의 비밀을 반 아이들 앞에서 다 폭로해버렸고, 바닥 끝까지 내려가 다퉜다. 좀처럼 화를 내지 않던 선은 그만큼 지아를 많이 믿고 의지했다는 반증일 거다. 선은 자신을 괴롭히던 애가 혼자 우는 걸 보고 말없이 손수건을 건네줄 만큼 착한 아이거든.

 

 

 

 

다시 친구가 될 순 없을까


친구들의 타깃은 반에서 1등을 한 지아에게로 옮겨갔다. 선보다 지아를 더 괴롭히기 시작했다. 이번엔 마지막까지 선택받지 못한 친구는 선이 아니라 지아였다. 이번에도 보라는 지아에게 금을 밟았는데 왜 나가지 않냐며 몰아붙였다. 선은 용기를 내 자기가 봤다며 지아는 금을 밟지 않았다고 했다. 저렇게 쭈볏쭈볏 서있는 저 둘은 다시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실팔찌를 다시 나눠 끼고 서로의 집에 놀러 가며 학원도 함께 다니며 친하게 지낼 순 없는 걸까.

 

 

 

 

한국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인 윤가은 감독


어린아이들의 연기지도를 어떻게 이렇게 섬세하게 표현했을까란 생각을 했다. 그리고 영화 우리들을 보며 어쩔 수 없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떠올랐다. 그는 가족 영화, 그리고 특히 이런 어린 배우들의 감정을 잘 끌어내며 촬영하는 것으로 유명하니까. 윤가은 감독 역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오랜 팬이며 그에게서 영감을 많이 받았다고 하더라. 내가 그의 영화에서 고레에다 감독이 떠올랐던 건 우연이 아닌 듯했다. 어린아이들은 우리를 무력하게 만든다. 

 

 

영화 우리들을 보면서 자연스레 내 유년기를 반추해봤다. 나에게 관계가 쉬웠던 적이 있었던가. 지금의 나는 어른이고 사회 밥도 조금 먹었지만, 여전히 관계는 어렵단 생각을 한다. 아마 앞으로도 어려울 거고.. 초등학생 때였다고 해서 관계가 쉬웠던 것 같지는 않아. 관계에 정답이 있을까. 정도가 있을까. 쉬워질 날이 올까. 

 

 

꼬마 아가씨들을 보며 내 어린 시절을 복기하는 것은 그다지 달갑지만은 않았다. 나도 저만할 때 친구와 다퉜고 아예 의절을 하기도 했고 보라처럼 친구들을 무시한 적도 있어서다. 보라가 지금은 어려서 저렇다고 하지만, 커서도 저러면 큰일인데.. 다 큰 어른인데도 보라처럼 사는 철없고 생각 없는 어른들이 너무 많다.

 

 

 

 

And other stories


* 그의 영화 손님과 콩나물에 대해선 알고 있었다. 윤가은 감독이 촉망받는 감독이란 건 알고 있었지만 그의 작품을 보지 않았던 건 나 스스로 독립 영화에 대한 선입견과 공포가 조금은 있어서인 듯싶다. 나는 대중적인 사람이고, 대중적인 취향을 지닌 사람이어서 그렇다. 하지만 영화 우리들을 보고 너무나도 반해버려서 그의 다른 단편인 손님과 콩나물을 바로 봐버렸다.

 

 

* 지극히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취향을 지녔다고 해도, 충분히 감응하며 재밌게 보실 수 있는 영화다. 우리는 보라이기도 했고 선이기도 했고 지아이기도 했다. 꼬마 아가씨들이 감내하고 있는 것들은 우리들이 살면서 적어도 한 번쯤은 겪어봤을 감정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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