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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인형 줄거리 결말 해석 스포 l 나는 싸구려 구형 모델 공기인형

2020. 7. 21. 18:00Film

공기인형 줄거리 결말 해석 스포 l 나는 싸구려 구형 모델 공기인형

공기인형 (Air Doll, 空気人形) 2009
감독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각본 : 고레에다 히로카즈, 요시에 고다
음악 : 월즈 엔드 걸프렌드
주연 : 배두나, 이우라 아라타, 이타오 이츠지, 타카하시 마사야, 요 키미코

 

공기인형 줄거리

오래되고 누추한 아파트에 사는 중년 남성 히데오(이타오 이츠지)와 함께 살고 있던 공기인형 노조미(배두나)는 어느 날 아침 사람의 마음을 갖게 되었다. 곧 거리로 나가 우연히 들리게 된 비디오 대여점 가게에서 점원인 준이치(아리타)의 착각으로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된다. 노조미는 공기인형으로서 보통의 사람들과 다른 자신에 대해 깊이 고뇌하고 성적 대용품으로서의 자신의 존재에 대해 상실감을 느낀다. 그와 동시에 노조미는 준이치에 대해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 마음을 오랫동안 숨겨오다 준이치는 노조미가 사람이 아닌 공기인형임을 알게 되면서 둘의 관계는 연인으로 발전한다. 공원에서 할아버지에게 모두 너와 같다란 말을 들은 노조미는 준이치 역시 자신과 같은 공기인형이라 생각하고 자신의 숨을 불어넣어주고자 했던 것뿐이었는데 그 행동으로 말미암아 비극적 결말을 맞게 된다.

 

 

 

인간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만들어진 공기인형 노조미는 어느 날 인간처럼 '마음'이 생겨버렸다. 영화의 시놉시스를 보고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된 피그말리온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키프로스 섬의 피그말리온이 아름다운 여인상 갈라데아를 조각하고 사랑에 빠지자, 여신 아프로디테가 감동하여 갈라데아에게 생명을 불어넣어주었다는 이야기.

 

 

영화 공기인형은 약 10년 전에 개봉한 영화다. 그 당시 이런 영화가 있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지만 그다지 보고 싶단 생각이 드는 작품은 아니었다. 그러던 내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좋아하게 되면서, 그의 자서전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보고 싶었던 영화가 바로 공기인형이었다. 한국 배우인 배두나 님이 출연하기도 하였고 말이야. 히로카즈 감독이 그를 얼마나 칭찬하시던지.. 배두나 님은 처음에 캐스팅 제안을 받고 고민하였지만 봉준호 감독과 상의 후 출연을 결정하였다고 한다. 지금은 할리우드에도 진출한 월드배 배두나 씨지만, 그의 성공이 우연이 아니라 수많은 노력 끝에 이룬 것임을 조금은 짐작하였다고 해야 하나.

 

 

인형으로 출연하기 때문에 일본어 구사 능력이 서툰 것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데도 무척 열심이었고, 스텝들의 노고를 줄여주고자 배우 스스로 힘듦을 감수하였고, 슬픈 연기를 해야 할 땐 촬영 전 미리 울어둬서 감정을 만들어 놓았다던 배두나 배우. 

 

 

공기인형은 62회 칸 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34회 토론토 국제 영화제, 39회 로테르담 영화제, 21회 팜스프링스 영화제, 14회 부산 국제 영화제 등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되었다. 일본 최고 권위의 일본 아카데미상 우수 여우주연상을 비롯하여 도쿄 스포츠 영화대상 여우주연상, 디카사키 영화제 최우수 여우주연상 및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배우나 님은 외국 배우로는 최초로 일본의 여우주연상 3관왕을 석권하였다.

 

 

 

 

※ 공기인형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며 주관적인 글입니다.

 

 

 

 

싸구려 구형 모델 공기인형 노조미


 

공기인형을 보며 나 스스로 생각한 게 있다. "내가 나이를 먹긴 먹었구나..."하고.

 

 

난 이 영화를 지금 만난 게 퍽 다행이란 생각을 했다. 만약 영화가 개봉하였을 10년 전 이 영화를 보았다면 첫 장면서 공기인형인 노조미를 맞은편에 앉히고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잠을 자는 히데오를 보고는 바로 거부감을 느껴 영화를 보려고도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환멸 했을 거다. 소재 자체가 소름 끼치고 징그럽다며 영화 자체를 폄훼했을지도 모른다.

 

 

근데 지금의 난 인형에게 이름을 붙이고 일거수일투족을 함께 하는 히데오를 보고 혐오스럽단 생각보다 불쌍하고 안쓰럽다는 생각이 훨씬 컸다. 얼마나 사랑이 고프고 얼마나 사람이 그립길래 저렇게까지 하는 건가 싶어서.. 공기인형을 산 사람처럼 대하는 그를 보며 옅게 슬펐다. 그 사랑이 얼마나 극진했으면 공기인형 노조미가 사람의 마음을 갖게 됐겠어.

 

 

 

사람 마음을 가지게 된 노조미가 풍경을 건드려보고 바깥 햇살을 온몸으로 맞는 장면은 마치 이제 갓 태어난 아이가 세상 온갖 거에 관심을 가지고 신기해하는 모습처럼 보였다. 

 

 

노조미는 때 묻지 않고 천진한 아이와 같다. 버스에서 누군가가 졸다가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면 보통의 사람들은 바로 불쾌해하며 그 어깨를 치워버릴 거다. 노조미는 처음 본 타인이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버스에서 조는 걸 보고 살며시 그에게 다가가 어깨를 내어주었다. 짧은 치마를 입고도 전혀 개의치 않고 아무데서나 철퍼덕 앉아 버린다. 자신의 치마 속을 훔쳐보던 손님에게 "무엇이 필요하세요?"라며 상냥하게 묻는다. 세로선이 있는 스타킹을 신은 여성을 보고 자신과 같은 공기인형이라고 생각해 무작정 다가가 컨실러를 내밀며 "이거 가릴 수 있어요!"라고 말한다. 

 

 

호의를 호의로, 선의를 선의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삭막한 도시에서 공기인형 노조미는 사람보다 더 사람 다우며 아이보다 더 아이 같다.

 

 

 

인간의 감정을 갖게 된 후 노조미는 자신이 남들과 같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사랑을 하기도 하고 그로 인해 아픔을 알게 되기도 한다. 노조미는 혼자 독백을 자주 하는데 한 번은 "나는 싸구려 구형 모델 공기인형. 성적 해소용으로 만들어진 제품."이라고 읊조린다.

 

 

난 노조미가 팔에 상처가 나서 공기가 빠지는 모습이 가장 슬펐어. 사랑하는 사람한테 절대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이 누구나 있잖아. 난 그것이 노조미에겐 자신이 공기인형이라는 거였을 거라고 생각하거든. 공기가 빠져버려 온몸이 쭈글쭈글해진 노조미에게 투박하게 툭 뗀 스카치테이프를 붙여주고 노조미에게 자신의 숨을 불어넣어줬던 준이치. 아마 그때부터였겠지? 둘이 서로에게 가장 특별한 존재가 됐던 순간이. 

 

 

 

 

화려한 도시. 그리고 우리.


TV 다큐멘터리와 드라마를 연출하던 때부터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는 방법에 대한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공기인형인 노조미를 통해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 현대인들의 모습을 그려냈고, 관객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다.

 

 

회사에서 마치 투명인간처럼 아무의 관심도 받지 못하던 여사원. 세상과 단절돼서 하루하루 겨우 삶을 이어나가던 거식증 환자. 거실 아무렇게나 빨래를 넣어놓고 날계란에 밥을 먹던 기러기 아빠. 레스토랑에서 컴플레인을 받아 상사에게 싫은 소리를 들으며 억지웃음을 짓던 히데오까지. 낯선 듯 익숙한 그들의 모습은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나는 타국에서, 타지에서 산 적이 많았던 사람이다. 어떤 장소에 오랫동안 정착했던 적도. 어떤 조직에 오랫동안 속해있던 적도 없던 사람이다. 난 안락함을 느끼는 내 바운더리라고 규정지을 수 있는 장소가 없다. 난 자주 이방인이었고, 이방인인 것이 익숙한 사람이기도 하다. 화려하고 반짝반짝한 도시 속에서 살아가는 그들을 보며 내가 보였다. 무척 슬프게도. 이렇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내 내면 깊숙한 마음을 들여다보게 하고 만다. 그럼 난 또 당해버리는 것이다.

 

 

 

 

대체된다는 것.


나는 노조미가 자신이 만들어진 곳에 가는 게 정말 재밌는 발상이란 생각을 했다. 인형을 만드는 오다기리 조는 자신에게 다시 돌아온 아이들을 보면 생전 얼마나 주인에게 사랑받았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표정에서 그것이 드러난다고. 오다기리 조는 노조미에게 "잘 다녀와"라고 말했고 노조미는 "잘 다녀오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마치 저곳에서 생산된 아이들은 필연적으로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고 그래야 한다는 것처럼.

 

 

노조미를 소유하고 있던 히데오는 신형의 공기인형을 데려왔다. 이젠 그 인형이 히데오의 새로운 노조미가 됐다. 그렇게 노조미는 대체되었다. 

 

 

 

 

숨결로 그를 채운다는 건


노조미는 그저 노조미였을 뿐이다. 그저 무구했었기 때문이다. 노조미는 준이치가 자신처럼 공기인형일 거라고 생각하여 그에게 자신의 숨을 불어넣어주고 싶었던 것이 다였다. 노조미 역시 준이치의 따뜻한 숨결로 자신의 몸을 채웠으니까.. 노조미는 준이치가 사망한 후 그녀 나름대로 준이치를 보내주었다. 보통의 사람들이 보기에 봉투에 담아 나체의 시신을 유기한 끔찍한 사건이지만, 노조미는 자신과 같은 인형이라 믿었던 사랑했던 그를 최선을 다해 보내준 걸 거다. 결말이 너무나도 비극적이지만, 난 그 결말마저 좋았다. 

 

 

영화 공기인형을 본지 몇 주가 흘렀지만 이제야 리뷰를 쓰는 이유는, 영화를 다시 복기하기가 힘들어서였다. 그래도 이렇게 리뷰를 완성하고 나니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것 같아. 공기인형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여느 영화처럼 참 그다웠다. 다음은 그의 다른 영화 "원더풀 라이프"에 대한 리뷰를 써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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