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1. 7. 20:01ㆍMeaningless
always the same but never stale 블로그는 대략 3개의 큰 카테고리로 운영된다. 미드, 영화, 그리고 책. 혹시 왜 오래전부터 서평이 올라오지 않나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있으려나. 서평은 몇 달 전부터 다른 플랫폼에서 올리고 있다. 가뜩이나 유입이 적은 티스토리인데 책으로 유입되는 분들이 매우 적어서 보다 더 많은 분들이 서평을 읽어주셨으면 하고.
은근 관종이라 주목받는 거 싫어하는데, 내가 쓴 글은 Apryll이란 닉네임 뒤에 숨어 여러 분들에게 많이 읽히고 싶거든.
영화와 미드는 대중적으로 많은 분들의 유입을 기대할 수 있는 주제가 아니다. 이런 협소하고 지엽적인 주제일수록 '시의성'이 꽤 중요하다. 이왕이면 가장 잘 나가는 베스트셀러, 이왕이면 이제 막 개봉한 신작, 이왕이면 이제 막 넷플릭스나 왓챠에서 공개된 미드.
허나 약간 청개구리 심보가 있는 나는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고 책을 고른다기보다 내가 지금 관심 있어하는 주제의 책, 오다가다 제목에 매료되어 홀리듯 선택한 책을 주로 읽는다. 영화와 미드도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꽤나 마이너적인 작품의 리뷰를 쓰게 돼서 열심히 써 놓고도 가뭄에 콩 나는 유입만이 생기고 만다. 그래도 결국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내가 읽고 싶고 내가 보고 싶은 작품을 보고 싶다.
티스토리에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재밌는 상황을 몇 번 겪었다. 이토록 하찮으며 대단하지 않은 블로그임에도 무효 트래픽 공격을 수 회 받았고, 내 글을 보고 참고해서 쓴 것이 분명한 다른 블로거의 글도 만났다. 블로그라는 것이 글이 한 번 올려지면 너무나도 손쉽게 가공되어 타인에 의해 재발행될 수 있다. 처음엔 너무 당황스럽고 분한 마음에 며칠 동안 잠도 잘 못 잤고 친한 구독자님들에게 누가 내 글을 베껴 썼다며 이르기도 했다. 지금은 거의 해탈한 편. 어차피 업로딩 된 날짜는 내가 훨씬 앞이니.
오래된 영화일수록. 해방 전후를 기점으로 만들어진 영화일수록 리뷰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제로에 가깝다. 내가 대단한 리뷰를 써오진 않았지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난 내 블로그의 글들을 첫 줄부터 끝 줄까지 전부 내가 써 내려간다는 것이다. 리뷰를 쓰기에 앞서 감독님들의 의도를 파악하고자 개봉 전 진행하였던 인터뷰 기사를 읽기는 하지만 타인이 쓴 리뷰는 보지 않는다. 남의 글을 보고 대충 베껴 쓰라는 분들도 있었고, 혹자는 잘 쓰는 사람들을 보고 따라 써야 금세 실력이 느는 거라 했지만, 나는 고집스러운 방식을 택했다. 내가 쓴 글은 곧 나와 같고 내 자존심이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지금은 내 고유의 스타일이 잡혔다고 생각한다.
아주 적은 분들이 검색하는 고전 영화를 리뷰 했던 이유는 이것이다. 내가 써 내려간 글이 그 누구의 글도 참고하지 않았다는 증표와 같았다. 무언의 아집일 수도 있는데 그런 식으로라도 티를 내고 싶었던 모양이다. 아무도 다루지 않는 분야를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음악 스펙트럼이 넓고 오래된 것을 좋아하는지라 트로트도 곧잘 즐겨 듣는 나는 개봉한 지 몇십 년이 된 영화도 무척 좋아한다. 지금과는 다른 가치관과 사회 세태에 한숨이 나지만 그대로 멋스럽다.
내가 발행한 글을 전부 읽어주시는 한 손가락에 겨우 꼽히는 소중한 구독자님들은 요새 개봉하는 신작을 리뷰하는 것보다 흐릿해지고 묻혀있는 고전 영화 리뷰가 더 재밌다고 하신다.
오늘은 오랜만에 흑백 영상미가 가득한 한국 고전영화가 보고 싶다. 그리고 아무도 기억하지 않고 누구도 검색하지 않을 빛바랜 고전영화 리뷰를 쓰고 싶다.
'Meaningless'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많다 (9) | 2020.12.03 |
---|---|
무럭무럭 자라나는 미움받을 용기 (6) | 2020.11.15 |
초고는 쓰레기다 by 김연수 작가 (1) | 2020.11.05 |
제주 사시는 분. 제 광고 그만 좀 누르시죠? (14) | 2020.07.11 |
첫 번째로 유입된 검색어였던 "유지인 버스 안내양" (58) | 2020.05.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