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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럭무럭 자라나는 미움받을 용기 무럭무럭 자라나는 미움받을 용기

무럭무럭 자라나는 미움받을 용기

2020. 11. 15. 21:26Meaningless

나는 현생에서 내 의견이나 감정을 잘 내보이는 사람이 아니다. 내 이야기를 조잘조잘 떠들어대는 사람도 아니다. 그저 무력하거나 우울하더라도 어른이니까 애써 감정을 숨기며 웃는 얼굴로 그럭저럭 그날의 할당량을 해치우는 사람이다.

 

온라인이라고 다를 것이 없다. 글이라고 써온 것을 하나 꼽자면 초등학생부터 꾸준히 써내려 온 일기뿐이다. 그것은 철저히 나를 위해 쓴 것이지 타인을 위해 쓰인 것은 아니었다. 인터넷 기사의 댓글은 물론이거니와 좋아하는 유튜버의 영상을 봐도 댓글 한번 남긴 적이 없다.

 

고작 이런 블로그라고 하겠지만 처음엔 무척 겁이 났다.(무척 소심한 편) 내가 쓴 글을 누군가가 본다는 게 겁이 났고 어디까지 나라는 사람을 드러내야 하는지 어려웠다. 내 글에 나의 가치관과 성향이 드러나는 것이 두려웠다. 그런 글을 누군가가 읽는다는 것이 부끄러웠지만 이것도 하다 보니 늘더라.

 

처음엔 솔직하게 내 감정을 드러내어 글을 쓴다기보다 스스로 검열하여 글을 썼다. 저자의 얄팍한 성정을 엿볼 수 있는 처참한 수준의 책을 서평 하면서도 품위 있게 지적하였고, 참담한 서사의 영화를 보더라도 최소한은 지켜가며 교양 있게 글을 썼다.

 

지금은 비교적 솔직하게 내가 사유한 것에 대해 적어 내려간다. 내 진솔함 때문에 내 글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있고 그런 고마운 분들을 제외하곤 어차피 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나에게 크게 관심이 없다는 걸 알아서다. 

 

가끔 구독자님 말고 검색으로 내 블로그를 찾아주신 분들 중에서 감사하게도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들이 있다. 잘 보셨다는 감사의 인사를 남겨주시는 분들보다 내 글이 불만족스러운 분들이 남겨주시는 댓글이 조금 더 많다.

 

영화나 미드를 보고 리뷰를 쓰고 책을 읽고 서평을 쓰기 때문에 내 글은 정보성이라기보다 매우 사적인 글에 가깝다. 조금씩 선을 긋고 쓰던 글들이 조금씩 과감해져서 혹독한 평도 주저 없이 하게 됐다.

 

그리고 이제 난 내 글에 대해 비평하는 댓글이 두렵지 않다. 미움받을 용기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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