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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는 쓰레기다 by 김연수 작가 초고는 쓰레기다 by 김연수 작가

초고는 쓰레기다 by 김연수 작가

2020. 11. 5. 13:50Meaningless

초고는 쓰레기다 by 김연수 작가

보통 always the same but never satle 블로그에는 남들에게 '읽힐' 글을 쓴다. 누군가가 검색을 하여 내 블로그에 찾아와 읽을 수 있는 글. 많은 분들에게 읽힐 글.

 

아무에게도 읽히지 않을 글을 수고스럽게 블로그에 쓰는 건 이해타산적으로 맞지 않는다. 해서 타인이 궁금해하고 필요로 할만한 글을 써왔다.

 

이제는 어느 정도의 글도 쌓였고 감사하게도 어느 수준의 방문자도 확보가 되었으니, 가끔씩은 내가 쓰고 싶은 아무에게도 읽히지 않을 글을 쓰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단 생각을 했다. 일상에서 글감을 얻어 에세이를 써보고자 카테고리를 만들고 meaninglessness라고 제목을 붙였다. 스스로 '아무 의미 없는 글'이라고 내붙여 놔야 부담감이 덜할 것 같아서였다. 이것은 오래전 만들어 놓은 미닝레스네스 카테고리에 부족한 글 실력으로 처음 쓰는 에세이다. 어쩌면 일기일지도.

 

티스토리에 블로그를 시작한 지 반년이 되었다. 항상 혼자서만 보는 '일기'만 꾸준히 써오다가 남들에게 내보이는 글을 쓴다는 것이 여간 부끄러운 것이 아니었다. 평소에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지만, 그 기간만큼은 글쓰기 관련 서적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보통의 사람들을 위한 글쓰기 책부터 전문 문예인을 위한 책까지.

 

그즈음 읽었던 작법서 중에서 김연수 작가의 '소설가의 일'이 있었다. 작가가 계속 강조한 것이 있었는데 바로 "초고는 쓰레기다"라는 것이었다. 어휘의 느낌이 매우 강렬하지만 그의 표현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고작 블로그에 리뷰를 올리는 것을 초고라고 말하기 부끄럽지만 이런 글 조차도 고치면 고칠수록 좋아진다. 내가 쓴 글은 내가 감응하고 사유한 것을 기반으로 하여 내 머릿속에서 나와 손 끝으로 전해져 첫 줄부터 끝줄까지 채워진다. 일단 글을 끝마치면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가며 문맥이 자연스럽지 않은 것을 매끄럽게 고치고 오타를 수정한다. 나는 내가 쓴 결재서류나 보고서를 다시 읽는 것도 굉장히 싫어하는 사람인데(진심임) 아무튼 그 작업을 한번 정도 마쳐주고 글을 올린다.

 

참 재밌는 게 이래서 출판사의 편집자가 있는 것 같단 생각을 한다. 신기하게도 본인이 쓴 글의 오타와 문맥의 어색함은 잘 들어오지 않는다. 자신이 쓴 글의 오류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가끔 글을 쓰고 몇 달이 지나 예전에 내가 쓴 글을 다시 마주하였을 때 이미 기억이 다 리셋되어서 조금 더 객관적으로 내 글을 읽을 수 있는 순간이 왔을 때 보이지 않았던 수많은 비문과 어색한 문장과 오타가 눈에 들어온다. 

 

평소에 그렇게 완벽한 성격은 아닌데 글의 오타가 있는 것만큼은 참기가 어렵다. 당장 고치고 싶지만 블로그 글을 수정하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하여 울며 겨자 먹기로 내버려 두는데 예전에 쓴 문장을 보면 고치고 싶은 문장이 한아름이다.

 

자꾸만 고쳐줘야 좋아지는 것은 비단 글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세상 모든 일들은 계속 수없이 다듬고 신경을 써 줘야 그럴듯해진다. 마치 담금질을 하듯 자꾸만 괴롭혀 줘야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초고는 쓰레기다"라던 김연수 작가의 말은 사실이었다. 처음 쓴 글은 거칠다. 매끄럽지도 않고 술술 읽히지도 않는다. 러프한 문장을 다듬어 주고 예쁘게 만들어줘야 타인에게도 잘 읽힐 수 있는 좋은 글이 된다. 내 글들에 오타가 많은 이유에 대한 변명을 하고 싶었나 보다. 충분히 다듬어지지 않은 초고이기 때문이라고.

 

지난 4월에 써 내려간 김연수 작가의 '소설가의 일' 서평을 읽으니 그때의 내가 글을 무척 잘 쓰고 싶어 했던 것이 느껴져 귀엽단 생각이 든다. 

 

 

소설가의 일 리뷰

※ 개인적인 성향의 일기 같은 리뷰입니다. 나는 참 재미있는 사람이다. 어쩌다가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었다. 어쩌다 보니 내가 쓰는 글을 남들이 보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이왕이면 잘 쓰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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