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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 : 인연의 시작 l 왜냐면.. 내가 다 기억하니까 백사 : 인연의 시작 l 왜냐면.. 내가 다 기억하니까

백사 : 인연의 시작 l 왜냐면.. 내가 다 기억하니까

2020. 11. 14. 09:30Film

백사 : 인연의 시작 l 왜냐면.. 내가 다 기억하니까

백사 : 인연의 시작 (White Snake) 2019
감독 : 황가강, 조제
주연 : 장철, 양천상, 당소희
백사 : 인연의 시작 줄거리

백사 : 인연의 시작은 중국 송나라 때부터 전해 내려오는 설화인 '백사전'을 각색하여 만들어졌다. 인간이 되기 위해 오랫동안 수련해 온 백사 요괴 '소백'과, 그를 있는 그대로 사랑했던 '아선'의 이야기다.

※ 백사 : 인연의 시작의 결말과 스포를 포함하고 있으며 주관적인 글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중국이 애니메이션 강국이 된 것 같단 생각을 한다. 백사 : 인연의 시작은 디즈니나 픽사에 견주어도 전혀 뒤지지 않을 영상미와 서사를 구현해냈다. 거기에다가 '중국' 설화라는 특수성이 가미되어 웅장하고 드넓은 중국의 대륙과 함께 고전풍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내 마음이 녹아내리는 것만 같다. 

 

동양미가 가득한 예쁜 '소백'은 내 최애 애니 캐릭터가 될 것 같은 느낌이다. 난 소백에게 완전히 매혹되어 버렸다.

 

천녀유혼도 그렇지만 중국은 유독 요괴와 사람의 사랑을 그린 설화가 많다. 백사 : 인연의 시작 역시 중국 송나라 설화인 '백사전'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서사다. 해피앤딩인 것도 마음에 든다. 인연의 시작이라는 부제답게, 속편이 꼭 나와주었으면 좋겠어. 500년이 지나 환생한 '아선'과 500년 동안 그만을 사랑했던 '소백'이 재회한 이후의 이야기가 무척 궁금하니까.

 

백사전 애니를 보고 남자 친구와 많은 이야기를 했다. 나와 그가 나누었던 얘기는 온당 우리만이 공유하여야 하므로 이곳에 옮기지 않을 것이지만, 소백과 아선이 보여준 사랑이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남녀의 사랑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존재가 나와는 다르다는 이유로 얼마나 타인에게 벽을 두고 살아가는지 명징하게 보여주니 말이다. 아선이 소백에게 건넨 말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소백이 무척 예쁘긴 하지만 거대한 이무기로 변했어도 소백을 사랑했고, 사람으로 태어났음에도 사랑하는 이를 지키기 위해 멸시받는 요괴로 변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던 '아선'에게 감복했다.

 

천년을 살아온 생에 비하면 아선과 함께한 순간은 아주 찰나였지만 지금의 수련을 모두 없던 일로 해도 좋을 만큼 다 걸을 수 있었던 '소백'에게 감복했다.

 

이번 리뷰는 평소처럼 소제목을 나눠 하나하나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보며 무척 인상 깊었던 대사들을 중심으로 꾸려볼까 한다.  소개해드리는 대사만 보셔도 백사 : 인연의 시작이 어떤 서사인지 바로 아실 수 있다.

 

- 저는 정말 요괴인가 봐요. 

- 그렇다면 그런 거죠. 다리 두 개 달린 사람 중에 나쁜 사람들도 많은데 꼬리 하나 있는 게 대수예요?

- 당신도 악한 사람이 아니에요.

 

- 소백. 잘 들어요. 나 스스로 요괴로 변했어요. 이제 우리 둘 다 요괴예요. 당신이 이렇게 커졌지만 그럼 어때요? 세상이 넓어 산과 바다를 다 품을 수 있는데 당신이 이렇게 변한 게 무슨 상관이겠어요. 소백. 나는 가장 보잘것없는 요괴일 뿐이지만 온 힘을 다해 당신을 지킬 거예요. 만약 세상이 우리를 받아주지 않는다면 함께 세상의 끝으로 가요. 세상 어디든 우리 둘이 머물 곳은 있을 거예요. 항상 함께 지내며 한 쌍의 자유로운 요괴가 되자고요.

 

- 여기에 있으면 우리 혼백도 다 사라질 거예요.

- 걱정하지 말아요. 마을 사람들이 분명 우리를 구하러 올 거예요.

- 아선. 예전에 말했던 게 생각나요. 인생은 무상하고 괴로울 뿐이니 되도록 아름다운 시절만 기억해야 한다고요.

- 그래요. 기억나요? 그 민들레 벌판. 배에서의 여정. 탑에서의 하룻밤.

- 다 기억해요.

- 다 기억하면 된 거예요.

 

- 마지막 순간에 그의 혼백을 지켜냈어. 마지막 남은 기력까지 모두 써서 모든 기억도 비녀 안에 봉인했어

- 오늘 마침내 그걸 다시 연 거야.

- 한때의 사랑이지만 500년 동안 잊지 못했어. 천년의 수행을 잃는다 해도 바꿀 수 없어. 그 사람은 어디로 갔을까.

- 그의 혼백이 아직 있으니 다른 사람으로 환생하였겠지.

- 그를 찾아야겠어.

- 그가 어디 있는지. 망각의 탕을 얼마나 마셨는지 모르잖아. 설령 찾았다고 해도 언니가 기억하는 그 사람이 아니잖아.

- 그 사람이 세상 어디에 있든 어떻게 생겼든.. 설사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도 그 사람 찾을 거야. 왜냐면.. 내가 다 기억하니까..

 

- 아가씨. 비녀 떨어뜨렸어요.

- 감사합니다. 나리.

- 이 비녀 오래된 것 같은데 무척 귀중해 보여요.

- 맞아요. 주워주셔서 감사해요. 절대 잃어버리면 안 되거든요.

- 아가씨 낯이 익는데 어디 사람이에요?

- 말하자면 길어요...

 

500년이라는 세월은 어떤 세월일까. 아무리 인간 수명이 늘어났다고 해도 고작 100년인데 500년의 세월은 얼마큼의 세월인 걸까. 결코 짧지 않을 그 기간 동안 한 사람만을 마음 속에 품고 있던 소백이 좋았다.

 

사랑하는 이를 지키려 기꺼이 요괴가 되고 자신의 몸이 얼어붙을지언정 온 힘 다해 지켜내고는 저승에서 망각의 탕을 마셨음에도 500년이 지나 환생하여 다시 소백과 재회하였을 때 어렴풋이 그를 알아본 아선이 좋았다.

 

억겁의 시간이 지나고 수백 수천번 환생해도 꼭 찾으러 와야 해. 이번 생보다 일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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