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1. 16. 17:50ㆍFilm
홀리데이트 후기 엠마 로버츠 l 사랑한다 말하는 용기
홀리데이트 (Holidate) 2000
감독 : 존 화이트셀
주연 : 엠마 로버츠, 루크 브레스
홀리데이트 줄거리
싱글인 여성과 남성이 홀리데이에만 데이트를 하는 조건부 커플 계약을 체결했다. 그저 공휴일에 함께 보낼 요량이었는데 어느새 감정이 깊어지고 말았다.
※ 홀리데이트의 결말과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며 개인적인 글입니다.
홀리데이트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해서 나온 보통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클리셰란 클리셰는 전부 다 때려 넣어 만든 작품이다.
번듯한 직업에 근사한 외모지만 싱글인 남성. 그 남성은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만 아메리칸 악센트가 아니라 브리티시 악센트나 오스트레일리아 악센트를 구사하는 매력적인 남성이어야 한다.
무척 아름답고 직업적 커리어도 탄탄탄 싱글인 여성. 도대체 왜 결혼을 하지 않는 거냐며 명절에 가족들과 모이면 온갖 군소리를 들어야 한다. 거기에다가 하필이면 구질구질하게 하고 밖에 나갔다가 나에게 시련을 잔뜩 주고 날 차 버렸던 남자 친구를 만나는데 그는 나보다 어리고 핫한 여자와 이미 결혼하여 임신까지 했단다.
그것에 질려버려 잠깐이라도 사귈 명목으로 남성을 구하는데 그 마음이 갈수록 걷잡을 수 없어져 이내 깊은 사랑에 빠져버리는 것이다. 홀리데이트는 조금의 예상도 벗어나지 않고 예상대로 진행된다.
영화의 이름인 홀리데이트는 Holiday와 Date를 합친 말로 연휴에만 만나 데이트를 하는 사이란 뜻이다. 가족끼리 모이는 명절인 땡스기빙데이, 크리스마스, 부활절, 뉴이어와 같은 공휴일에'만' 데이트를 하는 것이다. 밸런타인데이와 결혼식과 같은 기념일 역시 포함된다.
액션 영화를 보더라도 내가 감응한 것을 기반으로 리뷰를 쓰기 때문에 남자 친구는 내 글에서 나만의 고유한 스타일이 있다고 말해주곤 한다. 해서 로맨틱 코미디 장르였던 홀리데이트를 보고 내가 사유한 것으로 이번 리뷰를 꾸려나가려고 한다.
슬론과 잭슨의 첫 만남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다. 둘 다 크리스마스가 지긋지긋하거든. 그런 서로를 구제해주기 위하여 홀리데이터가 되기로 한 그들은 처음엔 서로에게 아무 감정이 없었지만 점차 오랜 시간을 함께하게 되며 서로에게 깊이 빠지게 된다.
그럴수록 불안하다. 분명 우리는 공휴일에'만' 선택적인 데이트를 하는 관계인데 내 감정이 깊어지면 곤란해지는 것이다. 상대는 날 가볍게 생각하는데 눈치 없게 내 마음이 혼자 깊어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으니까. 대놓고 상대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지만 그러기엔 면이 서지 않는다. 바보가 되고 싶지 않다.
누군가가 용기를 내어 자신의 감정을 쏟아내도, 상대편은 상대의 의도를 잘못 파악한 것이 아닐까 싶어 자신의 마음을 솔직히 고백하지 못한다. 사랑이 아닐 거라고 애써 무시하며 상대의 마음과 자신의 마음을 인정하지 않고 부정하는 것이다.
슬론과 잭슨은 이전에 가슴 아픈 사랑을 해보았을 가능성이 높다. 라이트한 관계를 맺으려고 하는 사람들은 그전에 아주 깊은 사랑을 해보았던 사람일 테니까. 사랑에 데여 가슴 아파봤으니 더는 그 과정을 밟고 싶지 않은 것이다. 누군가와 깊은 심리적 관계를 맺는 것이 불편하니 깊은 관계 대신 얕은 관계만을 맺어 애초에 위험을 차단하여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이다.
슬롯은 잭슨을 맴돌고 사랑하면서도 그의 앞에 나타나지 못한다. 그렇게 보고 싶은 잭슨을 몰에서 우연히 마주쳤어도 애써 모른척하며 그에게 다가가지 않으려 한다.
가끔 영화를 보다 보면 극 중 가장 어린아이가 현답을 내놓을 때가 있는데 영화 홀리데이트에선 슬롯의 조카가 현자 역할을 맡았다.
Aunt Sloane.
Life is giving you a moment.
Don't f**k it up.
슬론 이모.
지금 인생이 이모한테 기회를 주고 있잖아.
망치지 마.
조카의 말을 듣고 잭슨을 찾아낸 슬론은 여태껏 감춰왔던 자신의 감정을 토해내듯 분출한다. 공휴일뿐만이 아니라 주말, 평일에도 당신과 함께 하고 싶다는 말을. 내가 여태까지 만났던 ㄱㅈ같았던 남자 친구를 모두 합친 것보다 당신이 훨씬 좋았다는 말도.
슬롯의 고백은 가히 대단했다. 가끔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내보이는 것에도 큰 용기가 필요하니까.
이 뻔한 클리셰를 보고 있노라면, 그 모든 것을 앎에도 슬롯의 고백에 감복하여 눈물이 흐르고 만다.
나는 9월부터 크리스마스 캐롤을 듣는 사람이라서 크리스마스 영화를 조금 일찍 보았다. 아마 많은 분들이 홀리데이트를 보고 뻔한 클리셰 덩어리라고 생각하시겠지만, 크리스마스 영화일수록 클리셰 범벅이어야 제맛이 아니겠나.
충분히 예상 가능한 예쁜 결말을 기대하면서 미리 크리스마스 기분을 만끽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드린다.
넷플릭스에서 보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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