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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혼 황후 후기 네이버 웹툰 l 클리셰 비틀기 재혼 황후 후기 네이버 웹툰 l 클리셰 비틀기

재혼 황후 후기 네이버 웹툰 l 클리셰 비틀기

2020. 12. 29. 10:18Meaningless

재혼 황후 후기 네이버 웹툰 l 클리셰 비틀기

※ 12월 24일 공개된 웹툰 재혼 황후 61회까지의 스포일러를 담고 있으며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웹툰 후기를 어떤 카테고리에 넣을까 잠시 고민하다가 가볍게 일기처럼 적을 것이니 미닝레스네스 카테고리에 넣기로 하였다.

 

웹툰에 늦게 입문했다. 새로운 세계가 열린 느낌이다. 써니 님이 추천해주신 고래별로 시작해서 현혹을 지나 재혼 황후까지 와버렸다.

 

어렸을 때부터 만화책은 보지 않아서 글과 그림을 함께 보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처음 웹툰을 볼 때는 뭘 어떻게 봐야 하는지 몰라서 글만 훑었는데, 지금은 나름 그림과 글을 함께 보는 것이 익숙해졌다.

 

자기 전에 아무리 피곤한 날이어도 책 한 페이지라도 꼭 읽고 자는 것이 오래된 습관인데 요즘은 책 한 페이지 대신 웹툰을 한 편 읽고 자기도 한다. 하하

 

순문학만 읽어왔기 때문에 웹소설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재혼 황후는 읽어보려고 눈여겨보던 작품 중 하나였는데 마침 웹툰화가 되어서 하나 둘 보던 것이 결국 공개된 분량까지 전부를 봐버리고 말았다.

 

음. 먼저 순문학에는 완벽한 주인공이 잘 없다. 보통 완벽에 가까운 캐릭터는 주인공보다 주인공의 대척점에 서는 인물이거나 주인공의 조력자인 경우가 많다. 순문학의 주인공은 고난과 좌절 역경을 딛고 이겨내며 그럼에도 꿋꿋이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많다. 보통은.

 

재혼 황후에 등장하는 주인공 '나비에'는 다 가졌다. 조금의 모자람도 없다.

 

동대제국에서 제일가는 미인.

명망 있는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 다이아수저.

업무처리 능력이 뛰어남.

만인이 우러러보는 선진국 동대제국의 황후.

좀 괜찮다 하는 근사한 남자들은 모두 나비에를 연정함.

 

집안 좋고 예쁘고 똑똑하고 일도 잘하는 꽤나 비현실적인 캐릭터로 동대제국 황후 '나비에'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캐릭터로 순문학과는 꽤 다른 캐릭터다.

 

하나 빠진 게 있다면 황제가 도망 노예를 미스트리스로 앉혔다는 점 정도. 그리고 나비에에게 이혼을 선포하여 도망 노예 라스타를 황후로 앉히겠다고 한 것 정도.

 

여태까지 보고 판단되는 건,

황제가 ㄸ과 된장을 구분하지 못하는 바보는 아니라는 점. 소설을 읽지 않고 웹툰만 봐서는 확신할 수 없지만, 황제가 라스타에게 갖고 있는 감정이 무언가 어렵다. 연인이라기보다, 꼭 말 잘 듣는 귀여운 강아지를 예뻐하는 느낌이다. 불쌍하고 사랑스러운 강아지.

 

라스타를 황후로 앉힌 다음 얼마 안 있어 폐위시킨 후 다시 나비에를 복위시키는 것까지 '머릿속에서' 그럴듯한 계획을 세운 걸 보면, 아예 라스타에게 눈이 돌아가서 라스타를 황후로 앉히려는 목적으로는 보이지 않거든. 그 정도 상황 파악은 할 줄 아는 인물이다.

 

라스타는 도망 노예 출신으로 '악역'이긴 하지만 작가님께서 그렇게 악하게 되어버린 최소한의 당위성은 부여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철저하게 배신당했고, 도망 노예라는 신분으로 평생을 고통스럽게 살았다. 라스타는 쉬운 인생을 살아온 인물이 아니다. 라스타의 심성이 선했다면 처음은 몰라도 종국엔 나비에와도 평탄하게 지낼 수 있었을 텐데. 로또 1등에 수십 번 연달아 당첨된 거나 마찬가지인데도 더 가지려는 욕심이 지나치게 많고 영악한 것이 문제다.

 

입체적이다. 나비에는 바보가 아니고 무작정 정도만 걸으려 하는 인물도 아니다. 직접적이진 않고 대놓고 시킨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구린 것도 하려고 한다고 해야 하나. 난 그 점이 무척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화려한 장신구가 콕콕 박힌 단검을 라스타에게 선물하는 것도 좋았다. 고상한 방법으로 라스타에게 '주제 파악을 하라'며 모욕을 준 셈이다. 너와 나는 근본부터 다르다는 것을 품위를 잃지 않으면서 단단히 일러준 것이다. 상대를 가뿐히 무시할 수 있는 황후라는 위치가 퍽 좋다.

 

films 카테고리에 클리셰에 대한 포스팅을 올리면서 클리셰를 잘 비튼 좋은 예로 '재혼 황후'와 '하렘의 남자들'을 들었다. 보통의 황제가 황후와 이혼하는 것이나 황제가 수십수백의 첩을 두는 것은 무척 익숙한 소재지만, 황후가 재혼을 한다는 설정과 여황제가 여럿의 미스트리스를 둔다는 건 기존의 클리셰에 성별의 변화를 준 재밌는 설정이라고.

 

웹툰은 회차마다 댓글창이 있고 즉각 독자들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그 댓글을 보는 재미도 참 좋다. "이혼할 때 깨워주세요."라던 댓글이 많았는데 드디어 이혼하게 되었구나. 나비에가 하인리와 어떤 행복한 삶을 살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웹툰에 발을 들여서 참 다행이다.

써니 님 참 고마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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