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0. 25. 13:09ㆍMeaningless
※ 스포일러 없습니다.
여전히 네이버 플랫폼에서만 웹툰을 이용하고 있지만, 벌써 웹툰 독자가 된 지 이 년 차가 되었습니다. <고래별>로 처음 입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부터 눈에 띄어 보기 시작한 웹툰이 하나 있어요.
바로 <미래의 골동품 가게>입니다.
저는 옛날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오래된 이야기를 좋아하고 특히 서양보단 동양적인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거대한 대하드라마를 보는 느낌이에요. 미래가 태어나기 오래전부터 시작됐던 이야기이기에 웹툰에 나와있지 않아도 캐릭터와 플롯의 핍진성이 매우 탄탄합니다.
대학생 때 '동양 민속의 이해'라는 교양 수업을 수강한 적이 있어요.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의 무속 신앙과 삶과 죽음의 자세에 대해 배우던 기억이 납니다. 평소에 흥미를 느끼는 분야여서 어렵지 않게 A+를 받은 기억이 납니다.
<미래의 골동품 가게>를 집필하고 있는 구아진 작가가 얼마나 한국의 전통과 신앙, 풍속, 무속에 대해 깊이 탐구하셨는지 알 것 같았어요. 어지간한 수준의 공부로는 그렇게 유려하고 뿌리 깊은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없을 테니까요.
지난 3월 30일 시즌1이 종료되었고, 지난 9월 21일 시즌2가 시작되었습니다. 시원한 수박을 먹으며 시즌2를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길어져서 팬으로서 조금 아쉬웠어요.
시즌1은 일종의 프롤로그 느낌이에요. 시즌2부터 본격적인 미래의 이야기가 시작되거든요.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미래의 여정이 시작돼요. 아직은 어린 미래가 조금씩 성장하고 어엿한 어른이 된 모습이 기대됩니다.
스토리의 탄탄함도 있지만, 이 웹툰이 좋은 명징한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저는 어른이 해주는 이야기를 좋아하거든요. 미래의 할머니인 '연화' 그리고 미래를 친손주처럼 사랑하는 '칠성', 그들의 스승이었던 '바리'가 해주는 이야기는 오늘을 살아가는 저에게도 좋은 귀감이 되기 때문입니다.
가장 최근 에피소드에서 미래가 연화 할머니가 해주었던 이야기를 반추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스스로의 점괘에 휘둘리는 무당은 어디에도 쓰지 못하는 물건이라.
아무리 점괘가 잘 맞는다 하여도,
그 점괘를 믿느냐 믿지 않느냐는 완전히 다른 문제이다.
너는 한 번 앞날을 보게 되면 그 앞날은 이미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느냐?
하면, 지나간 과거는 어떠냐?
과거는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이냐?
그것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축복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던 것이 삼 년 뒤엔 자신을 망치는 저주였음을 깨닫게 되기도 하고, 스스로 비웃고 부정하던 과거의 시간도, 어느 날 갑자기 홀변하여 더없이 귀중하고 소중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하는 것이 삶이라는 것이다.
어제 나를 웃게 하였던 것이, 내일 나를 울게 할 수도 있고 삼 년 전에 나를 울게 하였던 일이 오늘 나의 목숨을 구하게 되기도 한다.
이미 지나간 과거조차 사람의 마음이 변하면 변하는 것인데 하물며,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야 어떻겠느냐?
때문에, 무업에 몸을 둔 사람은 점괘가 선명할수록 몸과 마음을 더욱더 진중하고 진실하게 하는 법.
이미 지나간 것들, 아직 오지도 않은 것들, 그런 것들에 오욕 칠정을 일으켜선 안 된다.
그것은 귀와 마에게 편안히 머물 집을 지어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너는 꼭 명심해야 한다.
꼭 무당만 그렇진 않겠지요.
믿는지 믿지 않는지
과거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지
스스로 그렇다고 믿고 있던 것을, 누군가가 한번 더 읊어주었을 때,
저는 '아.. 내가 틀리지 않았구나. 내가 맞았구나..!' 하고 위안을 얻게 되더라고요.
재밌게 보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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