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체크인 파일럿 후기 l 올 타임 레전드 이효리

다른 OTT는 다 구독해도 티빙은 한 번도 구독한 적이 없다. 한국 콘텐츠를 거의 소비하지 않는 나에게 예능과 한국 프로그램 위주로 구성된 티빙은 조금도 내 구미를 당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서울체크인으로 유료 가입자수가 한층 늘었다고 들었다. 혹자는 김태호 PD와 이효리의 조합이 식상하고 지루하여 기대되지 않는다고 하던데, 나는 그 뻔하고  조합이 꽤 기대가 되었다. 이렇게 될 줄 알았겠지만, 올봄에 정기 편성이 됐다고 한다. 

 

초등학생 때부터 좋아했고, 나 혼자만 내적 친밀감이 잔뜩 쌓여 가수 이효리를 나는 '효리 언니'라고 부른다. 연예인을 언니라고 부르는 경우는 효리언니가 유일하다.

 

'서울 체크인'이라는 이름 대로 제주도에 있는 언니가 서울로 체크인하면 벌어지는 일종의 브이로그 같은 느낌이다. 마마에 호스트로 출연하며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스우파 리더 댄스들과 합을 맞추고 무대를 꾸미고, 같은 일을 하는 선배 언니네 집에서 술을 마시는 일상을 담아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늦게까지 술을 마셔도, 고된 스케줄을 소화했어도, 늘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루틴대로 일어나 차를 마시고 요가를 하며 같은 하루를 보내는 언니는 뭔가.. 경지에 다다른 것 같았다. 

 

효리 언니가 엄정화님이랑 얘기하면서 벤자민 같다는 말. 세상이 다 바뀌는데 나만 그대로 있는 것 같다는 말. 언니가 디스코 할 때가 정말 어렸다는 말. 언니는 언니 없이 어떻게 버텼냐는 말. 그냥 술 마시면서 버텼다는 말. 그냥 모든 게 마음을 툭툭 건드렸는데, 하나하나 늘여놓기는 싫고, 그냥 이 얘기만 하고 마무리지어야겠다.

 

언니가 마흔 넷이라고 한다. 그냥.. 뭐라고 해야하지. 정말 새삼스러운데, 언니를 보면서 나의 삼십 대가. 나의 사십 대가 두렵지 않았다. 엄정화 님을 보면서 나의 50대가 두렵지 않았다. 그냥, 근거 없는 그런, 그런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