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6. 15. 20:37ㆍFilm
고양이 집사(Our Cat) 2019
감독 : 이희섭
제작 : 조은성
내레이션 : 임수정
영화 고양이 집사는 길에서 살아가는 예쁜 고양이들과 그들을 보살피는 캣맘, 캣 대디에 관한 이야기다. 꾸밈없이 진솔한 이야기. 춘천, 노량진, 부산 등 다양한 곳에 있는 사연들을 보여준다.
바이올린 가게 아저씨, 짜장면 집 사장님, 고양이 마을을 만들고자 하는 주민센터 분들, 재개발이 한창인 곳에서 남겨질 고양이를 걱정하며 밥을 챙겨주는 생선가게 할머니.
분명 본인 삶도 고될 텐데. 본인 하나 챙기기도 버거울 텐데. 고양이를 걱정하고 밥을 챙겨주는 모습에. 걱정하는 모습에 내가 다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고 해야 하나.
고양이 밥을 닭가슴살에 사료에 습식사료에 간식에 영양식으로 정성껏 준비하여 이곳저곳에 품을 들여 놓아두는 분들은 어떤 마음씨를 가진 분들일까.
영화에 소개된 다양한 캣맘 캣 대디 중에서 가장 내 맘에 가장 후벼든 것은 중국집 가게 사장님 부부였다. 사장님이 말씀하시는 걸 들어보니, 동네에 길고양이들이 많아지는 게 내심 싫었던 모양인지, 고양이 사료를 치워버리거나 아가들이 사료를 먹지 못하게 덮어놓는 분이 있었다고 했다. 사장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아줌마와 한바탕 하신 모양이더라고.
옛 어른들이 말씀하시길 거지에게 적선은 못할지언정 밥그릇은 깨지 말라고 했다. 사람에게도 그럴진대 말 못 하는 짐승에게 그렇게까지 할 일인가 싶다. 사람도 길에서 살라고 하면 막막한데 그 아이들 삶이 얼마나 고되겠냔 말이야.
그래도 이렇게 고양이를 귀여워해 주고 예뻐해 주는 분들이 더 많다. 낯선 사람을 경계하지 않고 얌전히 있는 걸 보며 길에 사는 고양이지만 사람 손을 많이 탄 모양이다 라고 생각하였다. 고양이 집사는 조그만 시골 마을도, 빌딩 숲이 가득한 도시도, 우리 사람만 살아가는 게 아니라 길고양이를 비롯한 다양한 생명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임을 상기시켜 주었다.
고양이 집사를 보며, 나는 감히 우리가 사는 세상이 조금만 더 너그러워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였다. 함께 살 수 있는 세상. 무작정 싫어하기만 할 게 아니라, 같이 살 수 있는 방법.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도모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일본 후쿠오카에 위치한 고양이 섬처럼 말이다. 예뻐해 주고 사랑해주고 관심을 주며 함께 얼마든지 공존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고양이 집사의 조은성 프로듀서는 "내 아이만을 위해선 내 아이를 지킬 수 없다."라고 말했던 은유 작가의 문장을 인용하였다.
자녀를 군대에 보내고 아들의 양말을 무심코 개다가 은유 작가는 세월호 희생자들의 부모를 생각했다. 죽은 아이를 남들처럼 군대를 보냈다고, 유학을 보낸 거라고 거짓으로 인식하며 하루하루를 버텼다고 털어놓았던 그들을 생각한 것이다. 은유 작가의 아이는 군생활을 마치면 돌아올 테지만, 그들의 아이들은 그럴 수 없으니까. 아이를 군대에 보내 놓고도 불안하고 걱정하다가, 그는 아이를 영영 잃은 다른 부모를 생각했다. 은유 작가는 "내가 입은 군인 엄마의 옷은 유가족 엄마가 그토록 입고 싶어 했던 옷이고, 유가족 엄마가 입은 슬픔의 옷은 어느 날 내게 입혀질 수도 있는 옷이다."라고 하였다. 언제든 자신에게도 그런 불행이 올 수 있다는 것. 짧은 형식의 글이었지만 내 마음이 시큰해졌다.
은유 작가의 "다가오는 말들" 리뷰
출처: https://apryllyoonj.tistory.com/65 [always the same but never stale]
은유 작가는 아마 세월호 희생자들을 염두하며 "내 아이만을 위해선 내 아이를 지킬 수 없다."는 말을 하였을 것이다. 내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모든 아이를 지켜야 한다는 말일 거다.
조은성 프로듀서는 은유 작가처럼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를 위해서라도 길에서 살아가는 고양이와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고양이를 사랑하시는 분들이라면 영화를 보셔도 좋을 듯싶다. 러닝타임이 1시간 30분 내외로 길지 않고, 고양이를 예뻐하시는 분들이라면 사랑스럽고 애교 많은 아가들을 보며 계속 흐뭇하실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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