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6. 14. 00:50ㆍBook
40대, 다시 한 번 공부에 미쳐라
김병완 지음
블로그 시작하고 가장 큰 수확은 좋은 구독자님들을 만난 것이다. 한 손에 겨우 꼽힐 만큼 적은 분이지만 제법 사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구독자님이 생겼다. 구독자님들과 이야기한 것으로 유추하건대 나를 아주 성실하고 올곧은 사람으로 보신다는 것이다. 사실 난 그렇게 성실하지도, 나를 제대로 마주하는 사람도 아니다.
어떤 날은 1분 1초도 허투루 쓰지 않으려고 발악을 하지만, 어떤 날은 안락한 침대에 누워 단 한 발자국도 걸음 하기 싫으며 세상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 요즘이 그랬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때. 의욕이 없을 때.
그러다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40대, 다시 한번 공부에 미쳐라. 어째서인지 가끔 내가 글 쓰는 걸 보시고 내가 중년 남성인 줄 아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난 대학을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저 중년 남성 아니에요 여러분!!!!) 이 책은 제목으로 짐작하건대 나에게 미미하더라도 무언 자극을 주지 않을까 싶어서 보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됐다.
얼마 전 미닝레스네스 카테고리에 60대가 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키워드로 내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이 많다는 언급을 했다. 그 글을 올리고도 많이들 들어오셔서 정말이지 도움이 될 수 있는 포스팅을 써보고자 자료조사를 내 나름대로 해보았지만 유의미한 성과는 없었다. 대부분이 자격증 발급 비용으로 잇속을 차리는 업체들이 대부분이었고 빛 좋은 개살구가 아니라 실직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들이 아니어서 고민 끝에 그 포스팅은 여태 작성하지 못하였다.(도움은 못되더라도 아닌 건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취업에 용이하다고 하면서 자격증 발급 비용이 수십에 해당하는 비용이면 그거는 믿고 거르셔도 좋아요. 사전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자격증인지 꼭 알아보셔야 해요. 민간자격증이라고 다 인정받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자격증 발급 비용이나 강의 비용이 꽤나 들어가는 자격증이라면 취득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실제로 취업에 유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요. 그리고, 간절한 분들 상대로 자격증 장사하는 당신들. 당신들은 진짜 벌 받을 거예요.)
이 책은 2012년에 출간된 책으로 저자가 40대에 집필한 책이다. 40대가 얼마나 가능성 있는지, 진짜로 참된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기임을 전반적으로 서술해놓았다. 난 어떤 느낌을 받았냐면 마치 공부만병통치설 같단 느낌을 받았다. 마치 40대에 공부를 하면 그 앞의 인생이 꽃길이 펼쳐질 거라는 것 같은 느낌이었달까. 공부의 중요성을 역설하고자 여러 위인들의 문장과 다양한 책을 인용하였다. 해서 이 책을 읽으면 자신감이 불끈불끈 솟아나게 되는 것이다.
빨강머리 앤에서 앤이 20대를 앞두고 10대의 끝자락에서 이런 말을 했다. "이제 인생의 황금기 같은 10대가 지나간다니 믿을 수 없어요."라고. 아마 그 당시에는 10대가 20대 같은 느낌이었던 듯하다. 왕좌의 게임 원작 소설을 읽을 때도 당연히 중년일 거라고 예상했던 네드 스타크가 20대 초반이었다.(드라마에선 당연히 50대의 배우가 역할을 맡았다) 아니 장성한 자식이 있고 애들이 다섯이나 있는데 20대 초반 무엇이야..? 했는데 원작자인 조지 마틴이 집필한 왕좌의 게임은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 장르의 소설이었으니 아마 그 당시에는 평균 수명이 채 50도 되지 않았을 것이다. 불과 조선시대만 해도 평균 수명이 45세였으니까.
이 이야기를 구구절절한 이유는 60 이후의 인생이 너무도 길어서 그렇다. 예전에는 60에 퇴직을 하면 은퇴 이후의 인생이 그리 길지 않았지만 요즘엔 다르단 소리다. 요즘 60은 너무 젊다. 60대에 노인이란 말은 가당치도 않는다. 해서 60대를 부르는 신중년이라는 단어도 생겼다고 하지 않나. 김병완 작가가 강조한 것도 그것이다. 요즘엔 대학에서 배운 지식을 기반으로 몇십 년 우려먹을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이전에 미닝레스네스에 포스팅을 하면서도 말하였지만 내가 60대가 되어도 끝없이 공부할 거란 이유는 여기에 있다. 스스로 새로운 것을 배우는 걸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끝없이 배우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이어서 그렇다.
여담으로 작년에 마케팅 브랜딩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당장 내 사업을 꾸릴 목적으로 수강한 건 아니었고 뭐든 알아두면 추후에 좋을 수도 있단 생각으로 들었다. 내가 놀랐던 건 강사가 내가 배웠던 것과 약간은 다른 이야기를 해서다. 대학을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내가 대학생 때 배우던 이론에 새로운 이론이 추가되어 있었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이상적인 리더형도 변화하였다. 그걸 보고 생각했다. 이제 강의 노트 한번 만들어 십 년 동안 우려먹는 교수들은 없어지겠구나 하고. 세상이 이렇게 빨리 변하는데 어떻게 20대 때 배운 지식으로 몇십 년을 살아간단 말이야. 말도 안 되는 소리지.
40대 다시 한번 공부에 미쳐라에서 김병완 작가가 첫 장부터 끝장까지 강조하는 것은 "공부"하라는 것이다. 스펙 쌓기 위한, 남을 이기기 위한, 승진하기 위한, 취업하기 위한,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진짜 자신을 알아가는 공부. 참된 공부. 위인지학이 아닌 위기지학의 공부를 하라는 것. 줄기차게 40대가 인생에 있어 가장 빛나는 시기임을. 청춘임을. 무엇을 새로 학습하기에 전연 늦은 나이가 아님을 독자들이 납득하게끔 읍소하고 있다. 제발 자기 자신을 나이에, 상황에 가두지 말라고 말이다.
책을 읽으며 조금 아쉬웠던 건, 40대의 가능성과 아름다움을 역설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20대 30대를 평가절하한다는 점이다.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10대 20대 30대가 하는 공부는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공부, 스스로를 알아가고 학문을 쌓기 위한 즐거운 공부가 아니라 목적에 의한 공부라며 그것은 진짜 공부가 아니라고 하는 부분이나, 20대 30대가 하는 성공은 운도 한몫하며 어쩌다 굴러 들어온 운이라는 식으로 말한다는 점이다. 듣는 20대 30대 기분 나쁘게.
어떤 이유로 공부를 하든 간에 공부를 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그리고 어떤 공부를 함에 있어 자격증 취득이나 졸업, 취업이라는 목적이 있다고 해서 그것이 헛되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취업전선에 뛰어들어 본 적이 있는 사람으로서 하루에 3시간 4시간 자가며 라이센스 공부와 이나라 저나라 말을 학습하고, 음악 듣는 걸 그렇게 좋아하면서도 그 시간마저 죄스러워 곡 하나 마음대로 듣지 못하고 HSK 다이얼로그를 들어야 했다. 물론 학교에서 배운 이론과 자격증 취득을 위해 학습한 이론은 실무와 완전 같진 않지만 그것 역시 실제 도움이 되는 것들이다.
20대 30대는 세상을 잘 모르고 경험이 적기에 학습된 무기력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고 한 것도 아쉬웠다. 우리가 왜 학습된 무기력을 몰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데. 마치 우리는 떠밀리듯 대학을 가고 졸업하고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해서 스스로 제대로 사고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라는 뉘앙스로 말한 것이 너무나도 아쉬웠다. 저자의 생각관 다르게 우리 세대 대부분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게 있고, 꿈이 있고, 인생의 방향이 있다.
아마 김병완 작가가 이렇게 20대 30대가 별 거 아니라며 서술한 이유는 이 책의 내포 독자를 40대로 타켓팅해서였을 것이다. 흔히 생각하듯 인생의 황금기는 20대 30대가 아니라 40대부터임을. 과거에 어떤 성공을 했든, 어떤 실패를 했든. 40 이후로는 과거의 영광 혹은 후회에서 벗어나 찬란한 미래로 나아가야 함을 일갈하려고. 해서 난 이 책을 정말이지 40대 이후의 분들에게 권해주고 싶다. 40대 이후여도 좋다. 50대 60대여도 좋다. 70대 80대 90대 그 이후도 좋다.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다. 10대 20대 30대도 좋다. 아직 20대 30대밖에 안 됐는데도 감히 자기가 늦었다고 가능성 없다고 이번 생은 틀렸다고 생각하는 분들. 읽어보셨으면 좋겠다.
세상에서 날 가장 가로막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나를 가장 믿지 못하는 것도 나 자신이다. 여러분들도 다 아실 거다. 초라하고 비루하고 남루하고 그저 그런 나 자신이지만 그래도 내가 나를 꼭 믿어야 하는 거. 가장 큰 독이 되는 건 타인의 시선이 아닌 바로 나 자신임을. 이렇게 말하는 나도 날 믿지 못할 때가 많고 쉬이 무시하며 자주 얕본다. 수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40대 다시 한번 공부에 미쳐라"에서 좋았던 문단들을 소개해드리며 서평을 마치려 한다.
"멀리 내다보고 느긋해져야 인생의 주인이 될 수 있다."
그릇이 큰 사람들은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갈 수 있는 도량이 있고 자신을 낮출 줄 아는 겸손이 있다. 그래서 절대로 타인이 성공하고 잘된다고 해서 조급히 하지 않고 시기하거나 질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신의 길은 저 사람의 인생과 다르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기 때문이다.
당신은 성공할 운명을 타고났다.
당신은 성공할 수밖에 없다.
동서고금을 통해 위대한 인생을 살았던 위인들은 모두 하나같이 현실에 주눅 들지 않았던 사람들이다. 현실이 아무리 암울하고 비참하더라도 그들은 모두 내일의 희망을 보고 앞을 향해 전진했던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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