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6. 4. 17:15ㆍBook
국어사전에 숨은 예쁜 낱말
이승훈 지음
※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블로그에 글을 쓰게 되면서 제 모국어 어휘력이 얼마나 부족한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며 남의 나라 언어는 유려하게 잘하고 싶어 무척이나 노력하였으면서 상대적으로 내 나라 말을 깊이 이해하려는 노력은 소홀히 했었다는 것을 서평을 통해 고백한 적이 있는데요. 저는 어휘력을 늘리고자 책을 읽다가 모르는 단어를 만나면 꼭 사전으로 찾아보고 단어 뜻을 익히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여러분께 은유 작가의 책을 읽으며 예스럽고 소박한 멋이 있다는 뜻의 고졸하다를 처음 알게 되었다고 말했고 유시민 작가가 스스로를 '먹물을 먹은 사람이다'라고 표현하시는 걸 보고 먹물이 지식인을 뜻하는 의미를 함유하고 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고 고백한 적이 있거든요.
가끔 제 리뷰를 읽으시고 모르는 단어가 있어 검색해보셨다고 프릴님이 책을 많이 보셔서 그런지 어휘력이 정말 좋으신 것 같다는 댓글을 남겨주시는 구독자분들이 가끔 계셨어요. 부끄럽지만 고백하자면 저는 모국어 어휘 수준이 높은 편이 아니에요. 블로그 시작하고 서평과 리뷰를 쓰면서 어휘 수준이 낮다는 걸 깨닫고 책을 통해서 수집한 어휘들은 평소에 사용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남의 나라 말도, 내 나라 말도 자꾸 들여다보고 사용하지 않으면 금세 잊게 되니까요. 뜻이 비슷한 여러 가지 단어 중에서 익숙한 단어보다 새로 배운 단어를 말하거나 쓰는 식으로 어휘량을 조금씩 늘리려고 노력해온 것 같아요.
제 서평 꾸준히 봐오신 분들은 제가 한동안 글쓰기 관련 서적을 닥치는 대로 읽었던 것을 아실 거예요. 여러 작가들이 글쓰기에 있어서 통일된 이야기를 하진 않았지만, 입을 모아 이야기하던 것 중 하나는 무조건적으로 어휘량을 늘리라는 거였거든요. 어휘량이 높아야 표현할 수 있는 재료가 많아지게 되고 결론적으로 글을 잘 쓸 수 있다고 하였어요. 제가 글을 써보니 절대적으로 맞는 것 같아요.
그런 저에게 "국어사전에 쓰인 예쁜 낱말"이라는 책은 눈에 확 들어올 수밖에 없었어요. 이 책은 순 우리말과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예문을 함께 소개하고 있어요. 익숙한 어휘보다 모르는 어휘가 훨씬 많았고요.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니, 제가 수집한 어휘를 기록해놓은 노트와 함께 이 책을 가끔씩 들여다보며 하나하나 제 몸에 천천히 스며들게 할 생각이에요. 이번 서평은 국어사전에 쓰인 예쁜 낱말에 소개된 순 우리말 중에서 실생활에서 바로 쓸 수 있을법한 표현 몇 개를 선택적으로 소개해볼까 해요.
꽃잠
1. 깊이 든 잠.
2. 결혼한 신랑 신부가 처음으로 함께 자는 잠.
- 여행에서 돌아와 긴 꽃잠을 잤다.
- 밤새 원고를 쓰다가 꽃잠이 들었다.
- 몰디브의 에메랄드빛 꽃잠 때, 풀잎이 흔들리는 듯한 아내의 숨소리를 기억한다.
지상미
더할 나위 없는 아름다움
- 지상미를 지닌 나의 신부.
- 웃음살 가득 번진 모습으로 내게 나타난 그녀는 지상미 그 이상이었다.
- 지상미를 지닌 백합, 당신께서 주신 그 향기는 내 영혼의 기쁜 손님.
끌끌하다
마음이 맑고 바르고 깨끗하다.
- 눈부시도록 맑고 깨끗한 달을 보면 끌끌한 성정을 지닌 선비를 보는 듯하다.
- 나이가 들수록 끌끌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늙어서도 울뚝 배기로 남을까 두렵다.
- 묵묵하게 일하는 그는 참속이 끌끌한, 요즘 보기 드문 젊은이다.
날
아주 길이 잘 들어 익숙해진 버릇이나 짓.
- 술 마시는 데 날이 난 그일지라도 세월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지 몸을 가누지 못한다.
- 이제는 날이 낫을 법도 한데 아침마다 떠오르는 태양은 내 앞에서 여전히 수줍어한다.
새뜻하다
새롭고 산뜻하다.
- 5월 잎새 바람은 늘 새뜻하였다.
- 날마다 꽃물 같았던 겨울이 떠났다. 이제 다시 새뜻이 시작한 3월의 새벽 다섯 시 반을 맞이한다.
세월없다
언제 끝날지 짐작이 가지 아니할 정도로 일이 더디다.
- 여름밤 초저녁부터 세월없이 흐르던 달이 어느새 서산으로 기울어 갈 즈음, 나는 장편소설 [화이트 로즈 녹턴]을 덮을 수 있었다.
- 사업을 하다 보면 제자리걸음이 세월없이 이어지는 듯하지만, 열심히 땀 흘리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무언가 둔덕처럼 쌓여 있음을 느끼게 된다.
앞생각
앞으로 닥쳐올 일에 대한 생각.
- 일요일 오후가 되면 벌써 월요일 앞생각이 마음을 짓눌렀다.
- 자주 마시는 술은 영을 흐리게 한다. 영이 맑지 못할 때 괜한 앞생각이 자신을 두렵게 한다
산들다
바라던 일이나 소망이 틀어지다.
- 밤낮으로 열정을 바쳤던 출판이 산들었으나 결코 그는 쓰러지는 사람이 아니다.
- 꽃처럼 피고 지고 10년을 기다려온 사랑이 산들어 나는 결국 돌아서야 했다.
수련하다
몸가짐이나 마음씨가 맑고 순수하다
- 이른 새벽 푸르른 들판을 걸으며 목상을 할 때면 잠시나마 내 영은 수련해진다.
- 하얀 목련이 수련한 자태를 드러내면, 불현듯 가슴에게 솝뜨는 한 여자가 있다.
저 이번 포스팅하면서 제가 일러스트 할 줄 알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하였어요. 이렇게 어휘 소개해 드리면서 그림도 덧붙이면 더 눈에 들어오고 재밌게 보실 수 있을 텐데 말이에요. 제가 소개한 어휘 말고도 다양한 어휘가 수록되어 있으니 예쁜 순 우리말을 익히고 싶은 분들은 한 번쯤 보셔도 좋을 거예요.
새뜻한 하루 보내시고 오늘 밤도 꽃잠 자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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