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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꽃잎 줄거리 결말 해석_꽃잎이 지고 또 질 때면 영화 꽃잎 줄거리 결말 해석_꽃잎이 지고 또 질 때면

영화 꽃잎 줄거리 결말 해석_꽃잎이 지고 또 질 때면

2020. 7. 25. 15:00Film

영화 꽃잎 줄거리 결말 해석_꽃잎이 지고 또 질 때면

꽃잎 (A Petal) 1996
감독 : 장선우
각본 : 장문일, 장선우
원작 :최윤의 소설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 (1992)
출연 : 이정현, 문성근, 설경구, 추상미, 박철민, 박광정, 이영란, 허준호, 오지혜

 

꽃잎 줄거리

거지 몰골에 꽃을 달고 다니는 미친 소녀(이정현)는 공사판에서 일하는 장 씨(문성근)를 오빠라고 부르며 따라다닌다. 장 씨는 소녀를 강간하고 온갖 학대와 폭력을 일삼지만, 소녀는 그런 장에게서 떨어지려 하지 않는다.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어머니를 잃고 시체들과 함께 실려 가다 기적적으로 탈출한 후 미쳐버린 소녀는 미쳐버린 상태에서도 서울에서 내려온 오빠 친구들과 즐거웠던 추억, 자신이 즐겨 부르던 김추자의 꽃잎을 기억하고 있다. 어느 날 술을 마시고 들어온 장 씨가 강간하려 하자 소녀는 자신의 몸에 자해를 하고 남자는 그 상태에서도 소녀를 강간한다. 강간과 폭력이 지속되지만 소녀는 그를 떠나지 않는다. 한편 오빠의 친구들인 우리들은 소녀의 행방을 수소문하며 지방을 떠돈다. 그 과정에서 우리들은 미쳐버린 소녀가 장 씨를 만나기 전까지 학대받았던 경험과 소녀가 인연이 닿았던 사람들에게 이갸기를 듣는다. 장 씨는 점점 소녀에게 인간적인 연민을 품고 돌보려 하지만, 소녀는 그날의 공포스러운 과거의 기억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미친 행동을 계속한다. 어느 날 우리들은 장 씨가 냈던 소녀를 찾는 광고를 보고 그의 집을 찾아갔지만, 오히려 떠나버린 소녀를 찾지 못해 망가질 대로 망가진 장 씨는 오히려 소녀 오빠의 친구들이었던 우리들에게 소녀를 찾아달라고 애원한다. 결국 우리들은 소녀를 찾는 것을 포기하고 밤차로 서울로 돌아간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뤘던 영화와 소설은 많지만 그중에서 가장 나한테 울림을 줬던 건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였다. 사건을 사건으로 접하는 것보다 한 개인의 삶으로 들어가 사건을 정통으로 맞는 인물의 이야기는 단순 수치와 담담한 해설보다 훨씬 묵직하게 다가와서다.

 

 

사람은 누구나 너무 잔인하거나 너무 불편하거나 너무 불쾌한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면 분연히 직시하기보단 외면하고 싶어 한다. 얼른 안락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진다. 부끄럽게도 난 꽃잎을 보며 자주 그런 느낌을 받았다. 소녀를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난 자꾸만 그의 시선을 피했다. 

 

 

좋은 영화를 추천해주신 심순님께 감사 인사를 드린다.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며 지극히 개인적인 글입니다.

 

 

 

 

우리들


영화 꽃잎은 15살의 이정현 님이 오빠의 친구들 앞에서 김추자 선생님의 꽃잎을 멋들어지게 부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원작인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의 꽃잎은 연약하고 예뻐서 쉬이 떨어지는 꽃잎을 소녀를 빗댄 것이라 생각했다. 소녀는 꽃잎이다. 

 

 

 

극을 진행하는 화자는 "우리들"이다. 의문사한 친구의 기일을 맞아 광주로 향했고 우리들은 친구와 그의 가족을 찾아 나선다. 친구의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친구의 여동생마저 사라졌단 사실을 알게 됐다. 꽃잎은 우리들이 학교에서 자신이 김추자의 꽃잎을 가장 잘 부른다고 했던 소녀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우리들은 소녀의 발자취를 좇는다. 들판에서 아이들에게 ㅁㅊ년이라며 놀림을 받던 소녀를 발견했다던 임 씨부터, 시장에서 선술집을 운영하던 정이 많아 보이는 옥포 댁, 그리고 어린날 사랑했던 사망한 소녀를 잊지 못해 소녀에게 집착하던 장은태까지.

 

 

 

 

장 씨는 누굴 함축하는 걸까


인부 장 씨는 소녀를 학대하면서도 먹이고 재우며 돌본다. 몇 번이고 내쫓아도 오빠 오빠라고 부르며 그의 집을 찾아와서다. 영화 속 "우리들"이 518을 제대로 직시하고 관심을 기울이며 그 날의 진실을 파헤치려는 사람들이라면 소녀를 학대하는 "장 씨"는 어떤 사람들을 함축하고 있는 걸까.

 

 

장 씨는 소녀로부터 성을 착취하고 있다. 학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왜 소녀가 미쳤는지에 대해선 알려하지 않는다. 다리를 저는 장 씨는 왜 다리를 절게 된 건지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이 영화 어쩌면 필요 이상으로 잔혹한 장면이 많았는지도 모르겠다. 40킬로도 안 나갈 것 같은, 두 발로 서 있는 것도 버거워 보이는 여아를 폭행하고 학대하는 걸 눈 뜨고 보는 것이 고문에 가까웠다.

 

 

장 씨는 추후에 소녀가 제정신으로 돌아왔을 때(?) 엄마의 무덤 앞에서 그간의 자초지종을 읊는 걸 훔쳐보며 그의 사연을 알게 됐다. 인부들에게 518에 대한 숱한 소문을 들은 적이 있던 장 씨는 소녀가 실성하게 된 이유를 알고는 그제야 소녀에게 연민의 감정을 느꼈던 듯싶다. 녹물이 진 바닥을 피라고 생각하여 미친 듯이 닦던 소녀를 진정시키고 그는 녹물을 제거하려 애쓴다. 그렇게도 학대하던 소녀가 사라지자 장 씨는 미쳐버린다.

 

 

 

 

배우 이정현


요즘 10대 친구들은 이정현 님을 배우로 알고 있을 거다. 꽃잎이 그의 데뷔작이지만 사실 그는 테크노 여전사였다. 내가 초등학생 때 이정현 님은 조pd의 fever라는 곡에서 피처링을 맡고 뮤직비디오에 출연하였는데(세기말 감성이 담뿍 느껴지는 곡이니 한 번 뮤직비디오를 보셔도 좋을 듯싶다.) 그때 그를 보고 '진짜 이쁜 언니다.'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하얀 얼굴에 검은색 긴 생머리에 뭔가 수술? 같은 것을 손에 들고 춤추던 모습. 얼마 후 그는 솔로로 데뷔하였고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영화가 시작할 때 춤을 추며 꽃잎을 부르는 모습을 보니 15살이어도 끼는 못 숨기는 모양이다. 떡잎이었을 때부터 태가 났나 봐.

 

 

영화에 대한 교육을 사전에 받은 적이 없었던 척 작품일 텐데 이걸 보면 연기 천재가 맞나 보다. 장선우 감독과 출연 배우들이 촬영이 끝나면 캐릭터에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주의를 줬어도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영화를 촬영하는 내내 메서드처럼 미친 소녀 그 자체로 지냈다고 하더라고. 자해를 하는 부분이나 소름 끼치게 웃는 모습이나 눈이 뒤집혀서 발작하는 모습은 보는 나도 몸서리쳐질 만큼 공포스러웠다. 엄마를 집요하게 쫓아다니는 장면이나, 장 씨를 집요하게 쫓아다니는 장면이나. 총에 맞은 엄마의 손에서 벗어나 도망가려 엄마의 팔을 발로 차며 밀어내는 모습. 시체더미에 쌓여 실려가던 모습. 그날의 환영에서 정신착란의 모습을 보이는 것 전부. 놀라웠다.

 

 

 

 

1996년. 무지와 몰이해


이정현 님은 당시 3000대 1의 공개 오디션을 통하여 소녀의 역할을 맡게 됐다고 한다. 당시 한국 나이 16세, 만으로 15세였다고 하는데 난 꽃잎을 보며 이 부분 때문에 무척 분노하였기 때문에 극에 몰입하기가 어려웠다.

 

 

16세가 할만한 연기가 아니다. 지금 2020년이었다면 극 중 소녀 역할이라고 해도 마땅히 20살이 넘은 성인인 배우가 연기하였을 거다. 무지와 몰이해가 낳은 참사다. 성인 배우가 소녀의 역할을 한다고 해도 이런 수준의 시나리오라면 심리 치료가 병행이 된 상태에서 촬영이 진행되어야 한다. 기차에서 유리창 너머로 귀신을 본 소녀가 발작하다가 이마로 유리를 깨고 기절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건 연출된 것이 아니라 진짜로 이마로 유리를 깨고 기절한 거라고 하더라. 영화의 작품성과는 별개로 너무나도 열악했던 촬영 현장, 그리고 배우에 대한 무배려. 몰이해. 무지.

 

 

영화 길소뜸을 연출했던 임권택 감독이 당시 중학생이었던 이상아 님에게 사전에 얘기 없이 전라 노출신을 찍어 놓고 추후에 그의 어머니가 항의하자 모녀에게 필름값을 물어내라며 겁박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지금으로선 상상도 못 할 일인데. 옛날 감독들 도대체 어떤 생각이었던 걸까. 난 그것을 안 이후로 그의 영화를 단 한편도 소비하지 않았다. 

 

 

이정현 님은 사전에 합의가 된 내용이고 이정현 님도 충분히 인지하고 촬영한 거이기 때문에 앞서 설명한 예와는 다르지만, 어떠한 이유에서도 미성년자에게 이러한 역할을 시킬 수는 없다.

 

 

 

 

꽃잎이 지고 또 질 때면 그날이 그리워 못 견디겠네


김추자 선생님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의 곡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게 꽃잎이다. 이전에 김승옥 작가의 서울 1964년 겨울 서평을 쓰고 그와 어울리는 곡이라 생각하여 김추자 선생님의 꽃잎 링크를 달아놨다가 졸지에 에이프릴 아저씨라는 별명이 생기기도 했다.

 

 

김추자 선생님도 한창 활동할 당시 뮤직비디오의 손의 제스처가 북에 지령을 보내는 것이란 소문이 돌았다고 들었다. 그래서 빨갱이 프레임은 이젠 사라졌을까. 신중현 사단이었던 김추자 선생님. 그에게 별 의미 없는 제스처를 지령이라고 소문을 퍼뜨리던 건 누구였을까. 소녀와 같은 소녀는 얼마나 많았을까. 소녀의 어미와 같았던 이는 얼마나 많았을까. 소년의 오빠와 같던 이는 얼마나 많았을까.

 

 

우리들은 결국 소녀의 행방을 찾다가 장 씨를 찾았지만 거기에서도 소녀와 엇갈리자 밤차를 타고 서울로 돌아간다. 소녀는 어떻게 됐을까.

 

 

꽃잎이 개봉한 1996년은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던 시기다. 만약에 군부 정권이었으면 이런 영화는 꿈도 못 꿨겠지. 518을 처음으로 영화화한 작품이었을 텐데 무척 과감하고도 사실적으로 다뤘단 느낌을 받았다. 불편해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주하기 싫어도 소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괴로운 영화를 본 이유는 한강 작가의 소년의 온다를 읽은 이유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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