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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가 잠든 집 서평 히가시노 게이고 l 사랑과 광기 인어가 잠든 집 서평 히가시노 게이고 l 사랑과 광기

인어가 잠든 집 서평 히가시노 게이고 l 사랑과 광기

2020. 8. 3. 15:00Book

인어가 잠든 집 서평 히가시노 게이고 l 사랑과 광기

인어가 잠든 집

히가시노 게이고

 

 

 

※ 개인적인 서평입니다.

 

 

 

인어가 잠들었다는 건 어떤 걸까 생각했다. 소설 초반부에 소년이 종이비행기를 던졌던 궁궐 같은 집. 휠체어에서 잠을 자고 있던 소녀. 다리를 쓰지 못하는 줄 알고 인어라 생각했고 눈을 감고 있어서 잠든 줄 알았던 그 소녀가 바로 미즈호였다. 참 아이답다. 휠체어에 앉아 있어서 다리를 쓰지 못하는 것 같으니 인어라니. 참 다이다운 발상이야. 수미쌍관으로 이어지는 구조라 소설의 말미에서 소년의 심장이 사실 소녀로부터 이식받은 것이었음을 알았을 때 어디선가 장미향이 난다고 할 때 참 세련된 플롯이라고 생각했다.

 

 

소설을 읽으면서 '저자인 히가시노 게이고가 인어가 잠든 집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이 뭘까.' 하고 생각했다. 아이의 연명치료를 계속하는 것이 광기일까 집착일까. 난 미즈호가 끝내 살아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척추를 컴퓨터로 연결해서 식물인간 상태임에도 욕창이나 근육의 줄어듦이 전혀 없었고, 미즈호는 마치 건강한 아이가 잠을 자고 있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손을 흔들 수 있고 몸을 움직일 수 있는 미즈호가 추후에 깨어나게 된다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와 결을 달리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미즈호가 영영 눈을 뜨지 못할 것 같았다.

 

 

어린아이의 장기는 성인의 것보다 더 구하기 힘들고 장기를 구하지 못해 죽어가는 아이들이 있다. 그 모순에 대한 입장을 노골적으로 말하는 것이 장기 이식이 필요해서 절실한 부모의 입이 아니라, 뇌사한 아이의 연명 치료를 하고 있는 엄마 가오루코가 한다는 점 역시 세련됐다고 느꼈다. 

 

 

장기를 이식받지 못한다면 끝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걸 알고 있는 부모가 뇌사한 아이의 연명치료를 계속하는 부모에 대한 원망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들은 함부로 말할 수 없다고 말하였고 연명치료를 하는 부모의 입장 또한 충분히 이해한다고 하였다. 만약 아픈 아이의 부모들이 가오루코를 원망하는 말을 단 한마디라도 했다면 나도 화가 났을 것 같거든. 내가 어찌 자식 가진 부모 마음을 헤아리겠냐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그 심정을 몰상식과 비정상으로 매도하는 건 옳지 않으니까. 누구도 감히 그렇게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 소설은 주위 사람들의 다양한 심적 묘사를 통해 세상이 가오루코를 어떻게 보는지에 대해 다양한 시선을 보였다. 혐오하는 자. 미쳤다고 생각하는 자. 이건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자. 징그럽다고 생각하는 자. 집착과 광기라고 말하는 자. 그런 인식을 지닌 자들은 철저히 타인이다. 미즈호처럼 아픈 아이를 둔 부모들은 감히 가루오코에게 함부로 말하지 않았다. 미즈호를 직접적으로 교육했던 선생님들 역시 마찬가지다. 난 미즈호와 가오루코 모녀를 가까이서 겪고 그들의 고통을 어느 정도 통감할 수 있는 사람들이 가오루코 비난하거나 미즈호를 귀신 보듯 하지 않는 것이 좋더라. 사소한 디테일이지만 작가의 배려라고 생각한다.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쉽게 말할 수 있지만, 겪어본 자들은 그럴 수 없다는 걸.

 

 

히가시노 게이고는 언젠가부터 범죄 미스터리보단 이러한 사회적 이슈를 다룬 작품을 많이 쓴다는 느낌을 받는다. 분명 선진국이지만 그 나라라고 왜 문제가 없겠나. 그리고 안에서 목소리를 내는 건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는 소설을 통해 국가가 마주하고 있는 민감한 문제를 잘 녹여내고, 독자가 혹시라도 받을 수 있는 껄끄러운 느낌을 최대한 배제하여 오롯이 문제 그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인어가 잠자는 집에 교훈적 성격이 없었다고는 말하기는 어려울 듯싶다. 소설을 읽으며 "미즈호는 결국 죽을 것 같아."라고 생각한 이유는 그런 최첨단 장비과 기하급수적인 비용을 지불하여 아이가 눈을 뜬다면 연명 치료를 옹호하는 양상이 되기 때문이었다. 그는 연명 치료와 장기 이식에 대해 무엇이 옳고 그른지 직접적으로 나타내지 않았다. 철저히 독자의 몫으로 남겼다.

 

 

미즈호는 참 착한 아이였다. 네 잎 클로버를 발견했는데 보기만 하고 꺾지는 않아서 엄마인 가오루코가 왜 네 잎 클로버를 꺾지 않냐고 물었더니 "난 이미 행복하니까 다른 사람이 가져가서 행복했으면 좋겠어."라고 말했던 마음씨 고운 아이다.

 

 

엄마인 가오루코와 아빠인 가즈마사는 미즈호의 마음은 알 수 없지만 미즈호가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면 어떻게 하는 걸 가장 원했을까를 고심했고 미즈호가 원했을 것 같은 장기 이식을 결정하였다. 네 잎 클로버도 타인을 위하여 양보하는 착한 꼬마 아가씨인데 당연히 다른 친구들을 돕는 선택을 했을 테니까.

 

 

미즈호를 볼 수 없었지만 분명히 미즈호였고 그런 미즈호가 가오루코에게 나타나 그동안 너무너무 고마웠고 사랑한다고 행복했다고 이제 간다고 말하는 걸 보면서 많이 슬프더라. 하지만 그 사건을 계기로 가오루코가 비로소 미즈호를 보내주는 결정을 굳힌 것이 좋았다. 가오루코가 매해 1월 1일마다 (혹 장례식에서 사용할지도 모를) 미즈호의 예쁜 사진을 찍어두었다는 것도. 그 역시 사실은 미즈호를 보낼 준비를 천천히 해왔다는 것도.

 

 

이 책 한 권 읽었다고 연명치료에 대한 문제나 어린이 장기 이식과 같은 문제에 대해 명징한 내 관점이 생겼다거나 하는 건 아니다. 다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가오루코의 선택 또한 존중받아야 한다는 거다. 연명치료를 지속해 나가는 것 역시 존중받아야 한다. 비논리적이어도 상관없고 비효율적이어도 상관없다. 누구도 그를 비난할 수 없다. 그럴 자격. 없다.

 

 

 

2020/07/31 - [Book] - 다잉 아이 서평 히가시노 게이고 추리 소설 l 호러와 도시괴담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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