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8. 14. 20:00ㆍTV series
한니발 l 매즈 미켈슨 주연 l 영상미와 미장센 끝판왕 넷플릭스 미드
한니발(HANNIBAL) 2013-2015
제작 : 브라이언 풀러
원작 : 토마스 해리스의 소설
출연 : 휴 댄시(윌 그레이엄), 매즈 미켈슨(한니발 렉터), 로렌스 피쉬번(잭 크로포드), 아론 에이브람스(브라이언 젤러), 캐롤라인 다버나스(알라나 블룸)
미드 한니발은 토마스 해리스의 한니발 렉터 시리즈 중 "레드 드레곤"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드라마예요. 한니발 렉터 박사와 FBI 요원인 윌 그레이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원작에서 모티브만 따온 듯하고 시대 배경이나 진행되는 방식은 소설과 결을 달리 하고 있어요. 원작 소설을 읽으신 분들도 그러지 않으신 분들도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NBC에서 방영하였고 2020년 현재 넷플릭스에서 전 시즌을 보실 수 있습니다. 저는 한니발을 처음 보았을 때 작품의 퀄리티가 너무 높아서 밤을 새워서 시즌1을 다 끝낸 기억이 나요. 너무 재밌어서 남자 친구한테까지 추천하였거든요. 하지만 영상미와 미장센도 여느 영화 못지않게 압권임에도 시청률 부진으로 시즌3으로 캔슬되었어요. 방영 당시 해외 팬들에게는 한니발의 인기가 대단했는데, 미국 본토에서는 큰 사랑을 받지 못했거든요. 갈수록 부진한 시청률 탓에 아쉽게도 시즌3으로 종영하게 되었습니다.
토마스 해리스의 소설 중 영화나 드라마화된 작품 중에서 가장 섹시한 한니발은 아마 매즈 미켈슨이 아니었나 싶어요. 매즈 미켈슨은 내로라하는 핫한 스타 중에 하나인데, 인상이 차가운 냉미남이면서도 도시적이고 이지적인 느낌도 강해서 한니발 렉터 박사와 찰떡인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 같아요.
※ 스포일러 없습니다.
사이코패스 레이더..?
한니발이 재밌는 이유 중 하나는 범죄 프로파일러인 윌 그레이엄 역시 한니발 박사처럼 사이코 패스 기질이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티어급 사이코패스인 한니발 렉터 박사는 윌이 자신과 같은 성향의 사람임을 알아버렸어요. 그리고는 심리학자인 자신의 지위와 능력을 사용해 윌을 차츰차츰 망가뜨리기 시작합니다.
윌을 지옥에서 살게 해요. 윌이 사회의 보편적인 도덕적 개념을 지우고, 그들이 강자인 세상에서 살 수 있도록. 결과적으로 본인 같은 사람이 되게끔 조종합니다. 윌과의 심리치료 중 약을 투여하기도 하고 윌의 기억을 부분적으로 지우기도 하고, 윌 스스로 자신이 사이코패스임을 인지하게끔 하며 심지어 사람을 죽였다고까지 생각하게 만들어요.
끝없이 고통받는 사슴 같은 윌 그레이엄
윌이 프로파일러로 등장하고 연쇄살인범을 잡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감정이입을 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래야만 범인을 잡을 수 있으니까요. 허나 그러면 그럴수록 윌은 정신적으로 쇄약 해져가고, 그들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되면서 자신이 그들과 같은 살인마가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돼요.
올랜도 블룸을 닮기도 한 휴 댄시는 연약한 사슴같이 생겼는데, 한니발이 자꾸 그를 괴롭히는 모습을 보며 제가 다 속상하지 뭐예요.
카니발리즘(cannibalism)을 즐기는 한니발 렉터
원작 소설에서도 한니발 렉터는 자신의 기분을 건드리거나 불쾌하게 하는 사람을 살해하고 인육을 정성스럽게 요리하여서 먹곤 하는데요. 미드 한니발에서도 한니발은 카니발리즘을 즐기고 있어요.
작품 속 굉장히 미식가며 수준급의 요리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고, 주위 사람들을 초대하여 만든 요리를 대접하기도 하거든요. 말 안 하고 상대방에게 몰래 식인 요리를 먹이기도 해요.
한니발의 진심
시즌이 진행될수록 윌은 한니발의 계략 때문에 갈수록 벼랑 끝으로 몰려요. 윌의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어요. 윌은 한니발의 교묘한 조종 때문에 스스로 공공의 선과, 도덕적 윤리적 개념에 대해 모호한 자세를 취하기도 합니다.
재밌는 건, 한니발이 그토록 윌을 벼랑 끝으로 몰았던 건, 그를 진심으로 사랑해서라는 거예요. 그런 한니발을 윌 역시 사랑하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브로맨스 이상이죠. 한니발은 이 세상에 나와 같은 사람이 또 있다는 동족에 대한 갈구로 윌을 그토록 원했던 게 아닌가 싶어요.
뛰어난 영상미와 미장센
한니발은 여느 영화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수준의 영상미와 미장센을 지닌 작품이에요. 한니발이 사람을 죽이고 전시하는 방법은 정말이지 꿈에 나올까 두렵고 소름이 끼칠 만큼 기괴한데 어떻게 보면 예술 작품이라고 느낄 만한 수준이거든요. 원작 소설에서도 한니발이 미적 심미안이 높은데, 드라마에서도 그런 한니발의 캐릭터를 차용한 것 같았어요.
한니발은 살인을 할지언정 살인하는 자에 대한 존중하는 마음(?)을 갖고 있어요. 저 스스로도 이 표현이 굉장히 모순적이라는 걸 알지만, 한니발은 살인을 하면서도 상대방에게 "내가 당신을 전시해주는 거야. 예술로 승화시켜 주는 거야. 당신이 그저 그렇게 죽을 것을 내가 위대한 죽음으로 만들어 주는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달까요.
여담으로 저 한니발을 보고 한동안 버섯을 먹지 못하였어요. 버섯을 정말 좋아하는데.. 한니발이 글쎄... 정말 지독한 사람이에요. 드라마를 본지 몇 년이 지났는데도 한니발에서 버섯과 벌에 대한 장면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거든요.
한니발이 사람을 죽이고 전시하는 미장센이 그로테스크하다면, 윌 그레이엄이 프로파일링을 하며 사건 현장을 분석하고 범인의 심리를 꿰뚫고 범인의 마음에 깊이 파고들어 범행의 의중을 밝히는 과정의 영상미는 무척 압도적이에요. 프로파일링을 하면 할수록 망가져가고 영혼이 닳아가는 윌이지만 놀랍게도 범인의 심연을 그대로 읊어내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감탄하게 되더라고요.
한니발은 굉장히 잔혹한 작품이에요. 작품성이 뛰어났음에도 시즌3으로 종영이 된 이유는 수위가 너무 높은 탓에 시청자들에게 외면을 받았기 때문이니까요. 그만큼 매니악한 성격이 강해서 저처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작품을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기존의 어떤 스릴러나 범죄물을 봐도 만족스럽지 않으셨던 분들에게 한니발을 추천드립니다.
재밌게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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