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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인 조안 결말 해석 l 인생은 N들처럼 우주인 조안 결말 해석 l 인생은 N들처럼

우주인 조안 결말 해석 l 인생은 N들처럼

2020. 9. 1. 10:36TV series

우주인 조안 결말 해석 l 인생은 N들처럼

우주인 조안 (Joan's Galaxy)
원작 : 김효인의 동명소설
감독 : 이윤정
작가 : 문주희, 이윤정
출연 : 김보라, 최성은, 윤정훈, 김주령

※ 우주인 조안의 결말과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며 개인적인 글입니다.

 

 

sf8 시네마 드라마 엔솔로지 중에서 유일하게 보고 싶었던 작품이 바로 우주인 조안이었다. 김효인 작가가 쓴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이 소설의 시놉시스를 보고 흥미가 생겨 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소설이었거든.(저 역시 '아 이거 봐야지!' 하고 기억해두었다가 이내 잊어버려 못 읽게 되는 책이 꽤 많아요.ㅋㅋㅋ)

 

우선 세계관이 재밌다. 미세먼지가 심해지자 인류는 두 분류로 나뉜다. 고가의 항체주사를 맞은 C들, 그리고 그렇지 못한 N들. C들은 100세의 수명을 기대하지만, N들의 평균 수명은 고작 30이다.

 

우주인 조안은, 당연히 C인 줄 알았던 이오가 병원 측의 착오로 아기일 때 항체주사를 맞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전엔 전연 관심 없었던 N들의 삶을. 그리고 자신이 다니는 대학에서 유일한 N이었던 조안과 가까워지는 과정을 그린다.

 

그런 점에서 우주인 조안은 청춘물이다. 그 둘은 짧은 시간 동안 대단한 교감을 했다. C로서 모든 것이 차단되어 살아왔던 이오는, 조안과 보내는 시간이 마치 별천지 같았으리라.

 

 

난 조안이 고작 30살밖에 살지 못하면서 왜 4년간의 대학 교육을 받는지 궁금했다. 

 

하루에 하고 싶은 걸 3개씩 꼭 하고, 하루하루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게 즐겁다던 조안. 30년의 유한한 삶 속에서 하루하루를 선물처럼 살고 있었다. 그가 대학에 진학한 것도 같은 이유다. 당장 내일 죽어버린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세상 속에서 하루하루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거. 

 

인류가 N과 C라는 양극단의 계층으로 나뉜 것은 디스토피아 상황이기에 무척이나 먹먹한 상황이긴 하지만 난 우선 이 소설 속 극단적 계급인 세계관은 뒤로하고, 조안이 삶에 대해 갖고 있는 진심을 알고 싶었다. 그가 끝을 알고 산다는 느낌이 어떤 걸까 궁금했다. 

 

 

난 내가 N이라면 당연히 아이는 가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30년밖에 못 사는 삶. 그리고 N에게 암묵적이고도 당연한. 어찌 보면 정당한 차별이 존재하는 세상. 두 계층이 양극단으로 치닫은 세상에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에게 최선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건 내 오판이었다. N들은 하루하루를 선물처럼 살고 있었다. 그들은 그럼에도 아이를 낳았다. N들 중에서 예술에 특화된 인물들이 많다는 것 역시 그들이 얼마나 열정적인지를. 그리고 그 열정적인 태도 덕에 삶으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는다는 걸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커피 냄새를 맡는 것. 향긋하고 따뜻한 커피를 마시는 것. 맥주를 마시는 것. 사랑하는 사람의 머리칼을 만지는 것. 가벼운 옷차림으로 춤을 추는 것. 그림을 그리는 것. 노래를 부르는 것. 그리고 서로의 맥을 짚어보는 것.

 

 

100년이라는 삶을 지루하게 사는 C와, 30년을 맘껏 즐기며 자유롭게 사는 N이라면. 문득 궁금해졌다. 나라면 어떤 삶을 선택할까. 넌 어떤 삶을 살고 싶어?

 

아쉬운 점을 하나 꼽자면, 이오가 맞았어야 할 항체 주사를 조안이 맞았다는 점 정도. (조금은 빤한 전개여서)

 

이오는 항체주사를 맞지 않은 걸 안 후에 N의 삶이 궁금했던 것도 있었겠지만, 자신의 항체를 대신 맞았던 조안이 궁금했었던 거구나. 그리고 그와 시간을 보낼수록 안심했던 것 같다. 조안이 항체주사를 맞아 다행이라고. 조안에게 조금 더 긴 시간이 남아있어서 다행이라고.

 

이오는 끝끝내 조안에게 네가 항체주사를 맞았다고 알려주지 않았다. 그리곤 그 이유를 선물이라 말했다. 30년이라는 유한한 삶 때문인지. 하루하루를 소중히 살아가던 조안에게 주는 선물. 

 

내일 세상이 멸망하더라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노라던 스피노자가 생각났다. 조안은 그리 사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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