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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꼭 보았으면 하는 "체르노빌" 당신이 꼭 보았으면 하는 "체르노빌"

당신이 꼭 보았으면 하는 "체르노빌"

2020. 3. 25. 10:04TV series

드라마 체르노빌을 소개하기에 앞서 체르노빌 폭발 사고에 대한 간단한 설명부터 하겠다.

 

 

# 체르노빌 원자력 폭발 사고

1986년 4월 26일 1시 24분에 소비에트 연방 우크라이나 SSR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에서 발생한 폭발에 의한 방사능 유출 사고를 말한다. 사고 레벨 7등급의 역대 최악의 원자력 사고이다. 사고는 비상 발전 전원이 들어오기 전까지 터빈의 관성력으로 얼마만큼 발전이 가능한 지에 관한 실험을 진행하던 중 일어났다. 이 사고로 발전소에서 유출된 방사성 강하물이 우크라이나 SSR과 벨라루스 SSR, 러시아 SFSR등에 떨어져 심각한 방사능 오염을 초래하였다. 사고 후 소련 정부의 대응 지연에 따라 피해가 광범위화 되었으며 최악의 원자력 사고가 되었다.

 

 

2019년 HBO에서 방영하였던 5부작 미니 시리즈 드라마로 1986년 4월 26일 발생한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를 다루고 있다. 71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6개 주요 부문 노미네이션, 그중 3개 부문(미니시리즈 작품상/감독상/각본상)에서 수상하였다. 77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도 미니시리즈 부분 작품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으며 작품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하였다.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실화라는 걸 빼면 완벽한 드라마. 차마 현실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참혹하다. 체르노빌 사건이 왜 발생하게 되었는지와 그 사건을 정통으로 겪은 인물들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러시아 정부에서 체르노빌 제작자를  상대로 사실과 다르게 곡해하였다며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였다고 하던데, 나는 드라마를 보면서 그 당시 체르노빌 사건 수습을 위해 직접 나서고 몸 담았던 구 소련인들에 대한 헌정 드라마라고 느껴졌다. 방사능에 피폭될걸 알면서도. 그 대가가 얼마나 큰지 알면서도. 혹은 당국에서 자신들을 보호해주지 않을 걸 알면서도. 어떤 보상도 없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사건이 악화되는 걸 막기 위해 현장에 뛰어드는 그들을 보며 깊은 감명을 받았다. 러시아인에 대한 내 인식이 달라질 정도로 울림이 컸다.

 

 

체르노빌은 한 남자가 녹음테이프에 자신의 이야기를 녹음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사건의 진상과 진실을 밝히는 내용을 녹음하고 스스로 목을 매달아 목숨을 끊는다. 그 후 2년 전 최악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전례 없는 끔찍한 사고가 났음에도 소련 정부는 사실을 은폐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 낙진이 날아다니고 방사능이 계속 유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태를 모르는 일반 시민들은 방사능에 그대로 노출된다. 상황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절망적이다. 체르노빌은 그렇게 시작한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더니 절박하고 참담한 상황에서 영웅들이 나타난다. 그들 모두가 영웅이다.

 

발레리 알렉세예비치 레가소프. 과학자이며 실제 인물로 체르노빌 원자력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

 

보리스 셰르비나. 실제 인물로 소련의 장관회의 부의장이자 연료동력부 장관

 

울리야나 호뮤크. 실존인물이 아닌 가상인물로 실제 역사에서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애썼던 소련의 수많은 과학자들을 위해 호뮤크라는 1명의 인물로 만듦

 

사태 수습을 위해 최전선에서 대응하던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레가소프가 과학적 진실을 해명하는 데 있어 일등공신이라면, 보리스는 이러한 과학적 해명을 현실의 대응책으로 실현하는 데 있어서 일등공신이었다. 올리야나는 체르노빌에서 방사능이 날아온 것을 확인하고 곧바로 체르노빌로 달려가 사태 해결에 힘쓴다.  실제로 이 작품에 등장하는 소련인은 소수의 위정자를 제외하곤 모두 위대하고 용감한 위인이다. 사진을 따로 첨부하지는 않았지만 사고 발생 후 대의를 위해 자기 목숨을 버려가며 사지로 들어가 끝까지 수습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추후 마주하여야 할 현실을 알면서도 자원한 수많은 노동자들(특히 소련 체제에 불만을 가진 광부들이 강제로 작업장에 실려 가는데 무장한 군인들과 정부 관리가 올 때에는 반항적이다가, 체르노빌로 가서 작업을 하지 않으면 많은 사람들이 죽는다고 하자 더 이상 아무 말도 않고 바로 자원하는 장면에서는 굉장히 숙연해졌다), 소련 공산당 정권 하에서 투옥되거나 처형당할 위험이 있음에도 진실을 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였던 과학자들, 그리고 그들을 지지하고 돕기 위해 자신의 정치 생명과 직위까지 거는 공직자까지. 그들 모두 영웅이다. 내가 체르노빌이 구소련인에 대한 헌정 드라마라고 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 외에 내가 다른 인물들과 다르게 특별히 소개하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 체르노빌 사건으로 인해 남편과 아이를 잃게 된 인물이다.

내가 가장 감정이입을 많이 하고 보았던 캐릭터인 류드밀라 이그나텐코. 체르노빌 사건 당시 단순 화재 사건인 줄 알고 최초 투입된 소방관 중 하나인 바실리 이그나텐코의 아내로 실존 인물이다. 남편이 현장에서 피폭당해 모스크바 제6 병원으로 옮겨지자 임신까지 한 상태에서도 남편을 찾아간다. 의사는 절대 남편을 만지지도 말고 가까이 가지 말라고 권고하였으나 듣지 않는다. 혹자는 방사능에 대해 무지해서 그랬다고 하던데 방사능의 위험성에 대해 알았어도 몰랐어도 똑같은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죽음에 가까워진 남편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데 시청자들로 하여금 방사능이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몸으로 느낄 수 있게 해 준다.(따로 사진은 첨부하지 않았다) 차라리 고통을 없앨 수 있게끔 죽여주는 게 최선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 너무 참혹해서 그를 제대로 바라볼 수 없을 수준이었으니까. 남편이 사망한 후에 류드밀라는 남편의 신발을 들고 울면서 그의 마지막을 함께하는데 방사능에 피폭된 그를 땅에 묻을 수 없기 때문에 시신을 비닐로 겹겹이 밀봉하여 쇠로 만든 관에 넣고 단단히 용접하여 시멘트를 부어 굳히는 신을 보면서 가장 감정이입을 많이 하고 보았던 캐릭터였기 때문에 내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한 순간에 남편을 떠나보낸 그 심정을 차마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체르노빌에서 그녀의 등장은 여기에서 끝이다. 드라마 끝에 그녀의 이후 이야기가 나오는데 임신하였던 아이를 출산하였지만 아이 아빠와 함께 있었을 때 피폭된 방사능의 영향으로 출생한 지 4시간 만에 사망하였고. 뱃속의 아이가 엄마가 받은 방사능을 다 흡수하고 떠난 것인지 류드밀라는 이후에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2017년부터 탈원전을 시행하고 있다. 나는 탈원전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었으나 체르노빌을 보고 생각이 조금은 바뀌었다. 원전 사고가 날 가능성이 0.000000001%의 불가능에 가까운 미미한 확률이라고 해도 한 번이라도 발생해 버린다면 그 확률은 100%가 돼버리고 만다. 그리고 한 번 발생하면 되돌릴 수 없다. 1987년도에 발생한 체르노빌 사건과 지금도 현재 진행 중인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그렇다. 절대 일어나지 않아야 할 사건이 일어나 버렸고 세계인 모두 그 대가를 엔 분의 일로 치르는 중이다.

 

 

체르노빌 사건에 대해서 무미건조하게 알고만 있었다. 언제 발생하였고 다수의 사망자와 방사능 피폭으로 인한 후유증을 가지게 된 사람들이 있고, 한때 번화한 도시였지만 현재는 유령도시가 되었고, 방사능을 봉인하기 위해 돔을 설치하였고. 이 정도가 내가 체르노빌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었다. 이렇게 단지 "체르노빌 사태. 1987년 발생. 사망자 ㅇㅇㅇ명 부상자 ㅇㅇㅇ명" 따위의 수치로 사건을 접하는 것과 정통으로 그 불행한 일을 겪어야 했던, 수습해야 했던, 책임져야 했던, 개개인의 삶으로 들어가 그들이 감당하였던 사태를 들여다보는 것은 전혀 체감이 다르다. 체르노빌은 담담하게 그때의 이야기를 전한다. 

 

 

여담으로  HBO 체르노빌의 인기가 상승하면서 체르노빌에 많은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고 한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것인지 우크라이나 정부에서도 체르노빌 관광 투어 상품을 다양하게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고. 방사능 피폭에 대한 경각심 없이, 그곳에서 얼마나 끔찍한 사건이 있었는지 망각한 채, 고통받고 희생하였던 이들에 대한 존중 없이. 단지 인스타그램 인증샷을 찍기 위한 그들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쓴웃음이 난다.

 

 

체르노빌 오피셜 트레일러

https://www.youtube.com/watch?v=s9APLXM9Ei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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