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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새 스포 결말 해석 후기 뜻 줄거리 l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14살 은희 벌새 스포 결말 해석 후기 뜻 줄거리 l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14살 은희

벌새 스포 결말 해석 후기 뜻 줄거리 l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14살 은희

2020. 8. 29. 21:27Film

벌새 스포 결말 해석 후기 뜻 줄거리 l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14살 은희

벌새 (House of Hummingbird) 2018
감독 : 김보라
각본 : 김보라
제작 : 조수아, 김보라
출연 : 박지후, 김새벽, 정인기, 이승연, 
벌새 줄거리

1994년 서울 대치동. 중학교 2학년인 은희는 떡집을 하는 부모님과 언니, 오빠와 살고 있다. 은희는 유일한 친구인 지숙과 남자 친구인 지완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은희가 다니는 한문학원에 김영지 선생님이 새로 부임해 온다. 영지 선생님은 다른 어른들과는 달리 은희의 마음을 이해한다. 은희의 귀 밑에 작은 혹이 생기고, 큰 병원에 가서야 제거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아빠는 수술과 부작용 이야기를 듣고 울음을 터트린다. 입원 직전 은희는 영지 선생님을 찾아가 책을 선물한다. 퇴원한 은희는 한문학원에서 영지 선생님이 갑자기 그만두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원장 선생님이 시간을 잘못 알려주어 영지 선생님을 볼 기회를 놓친 은희는 한문학원에서 퇴출당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부모님이 은희를 크게 혼내고 오빠는 은희를 때려 은희의 고막이 터졌다. 10월 21일 성수대교 붕괴 사고가 터진다. 은희는 성수대교를 건너 학교를 다니던 언니를 걱정하지만, 언니는 그날 버스를 늦게 타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 은희는 영지 선생님에게 소포를 받고 그 주소를 찾아 영지 선생님을 찾아가자 영지 선생님은 성수대교 사고로 목숨을 잃은 뒤였다. 어느 새벽 은희는 언니와 언니 남자 친구와 강변에 서서 끊어진 성수대교를 바라본다. 이후 수학여행을 가게 된 은희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영화가 끝난다.

벌새는 은희가 집 문을 거칠게 두드리면서 시작한다. 심부름을 하고 온 것 같았던 은희는 문이 열리지 않자 엄마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는 자기네 집이 아닌 것을 알고는 한층을 묵묵히 올라간다. 상식적으로 문이 열리지 않는다면 "우리 집이 아닌가?"를 의심하여야 하는데 지독하게도 문을 열어달라고 한참을 소리 지르는 것을 보며 "예전에도 어떤 식으로든 문을 열어주지 않은 적이 있었던 거구나.."하고 짐작하였다.

 

 

영화 벌새를 보며 숨이 턱턱 막히는 것 같았다. 은희가 집 문을 열고 그의 방으로 들어갈 때면 답답해졌다. 은희의 집이 낡고 좁아서가 아니다. 해가 잘 들지 않아 어두워서가 아니다. 은희는 쉴 곳이 없다. 고매하게 말할 것 없이 날 것으로 말한다면 은희의 집은 콩가루 집안이다. 저런 집에서 하루라도 산다면 내가 미쳐버릴 거라고 생각했다.

 

 

김보라 감독은 1994년 중학교 2학년이었던 은희의 이야기가 아주 보편적인 이야기라고 하였다. 보편적이며 찬란한 이야기. 은희가 보편적인 1994년을 살아가던 중학생 아이들의 이야기라고 믿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면 너무 슬퍼.

 

 

※ 영화 벌새의 결말과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며 무척 주관적인 글입니다.

 

1초에 90번의 날갯짓을 하는 '벌새'처럼


영화의 이름인 '벌새'는 1초에 90번의 날갯짓을 한다. 영어인 hummingbird는 날갯짓이 빠르다 못해 휘파람 소리처럼 들린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은희는 벌새다. 끝없이 사랑과 관심을 갈구하는 벌새. 은희는 떡집을 하는 부모님과 대치동에서 살고 있다. 그럭저럭 공부를 잘하는 것 같았던 큰오빠, 그리고 부모님 속을 꽤나 썩이는 것 같았던 둘째 언니, 그리고 막내인 은희.

 

은희는 남자 친구인 지완이가 있는데 은희에게는 남자 친구가 꼭 필요해 보였다. 은희는 14살이다. 마땅히 부모의 가림막이 필요하다. 은희는 가정에서도 보호받아야 하며, 학교에서도 보호받아야 한다. 허나 은희를 보호해 주는 어른이 없다. 그 어느 곳에도 은희를 은희로 봐주고 은희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어른이 없다. 저런 집에서 자라는데 애가 겉돌지 않고 배길까..?라는 생각이 들었거든. 

 

은희는 (은희 표현을 빌리자면) 오빠에게 개 패듯 맞는다. 부모님에게 말해도 소용없다. 오빠는 장남이고, 그 집에서는 권력자다. 오빠가 은희를 때리는 것은 그 집 질서에선 전연 문제 될 일이 아니다.

 

콩가루 집안


스틸컷이 무척 어둡다. 은희네 가족은 아침저녁 온 가족이 둘러앉아 함께 밥을 먹는다. 아이들을 앉혀놓고 오늘 떡집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누가 자신에게 모욕을 줬는지 아이들 앞에서 육두문자가 들어간 욕을 서슴없이 내뱉는 아버지를 보며 서글펐다.

 

아무래도 춤바람이 나서 바람을 피우는 것 같은 아빠를 알면서도 모른척하는 엄마를 보며 속이 탔다.

 

오빠가 자기를 때렸다고 부모님한테 말해도 오빠는 꾸지람을 듣지 않는다. 아무렇지 않게 여동생을 때리는 큰오빠를 보며 부모에게서 배웠겠거니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렇게 난장판으로 싸우고 다음날 엄마 아빠가 티브이를 보며 웃는 모습을 보며 짐작했다. 은희네 집에서 폭력은 일상이었을 것이리라.

 

 

은희는 어쩌면 물혹이 생겨 큰 병원에 가게 되었을 때. 혹시 잘못되면 얼굴이 돌아가거나 큰 상처가 생길 수도 있다고 했음에도 한편으론 안심했을 거다. 아니, 어쩌면 그 상황을 즐겼을지도 모른다. 도둑질을 하다 걸려 문방구 주인이 물건 값을 보상하지 않으면 아이를 경찰서에 넘기겠다고 하자, 그럼 넘겨버리라고 하고 전화를 끊어버린 아빠다.

 

그런 아빠는 아이가 수술이 잘못될 수도 있다고 하자 크게 운다. 엄마는 고기반찬을 얹어준다. 병원에서도 다른 환자들에게 예쁨을 받는다. 퇴원을 하자 건강하게 살라며, 공부 열심히 하라며 좋은 말을 아끼지 않는다. 물론 부모님의 관심은 이내 끊겨버렸지만 어쩌면 한창 외모에 관심이 많을 시기여도, 얼굴에 남을지도 모를 흉터는 은희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것 같단 생각을 했다. 그만큼 은희는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다.

 

지선이. 지완이. 그리고 유리.


퐁퐁을 함께 타고 놀던 지선이와 은희
은희의 남자친구 지완이
은희가 부모님보다 좋다고 했던 X동생 유리

유일한 친구인 지선이. 그리고 남자 친구인 지완이. 그리고 X동생인 유리.

 

은희에게 이 셋은 무척이나 중요한 존재들이다. 은희를 지탱해주었던 사람 이어서다. 같이 도둑질을 했지만, 방앗간 집인 은희의 부모님 가게를 말해버려 크게 다퉜던 지선이. 그리고 매너 없게 한마디의 말도 없이 일방적 연락을 끊어버렸던 지완이. 그리고 병원을 찾아와 언니가 제일 좋다고 했던 유리.

 

지완이는 은희를 두 번 배신했는데 첫 번째는 받아주었고 두 번째는 받아주지 않았다. 은희는 "나한테 미안할 거 없어. 나 사실 너 좋아한 적 없거든."이라고 말했다. 은희는 오롯이 자신의 편이었던 '누군가'가 필요했을 거다. 그게 지완이었던 거고. 지완이가 찾아와서 미안하다고 할 때 속으로 '받아주지 마.. 받아주지 마!!'라고 되뇌었는데 얼마나 다행이지 뭐야?

 

꽃을 선물하기도 하고, 병원에 병문안을 왔던 유리는 은희와 가볍게 뽀뽀를 했다. 은희의 그런 행동이 유리를 사랑해서라기보다, 자기를 이렇게도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다니. 에 따른 행동 같았다. 아까 말했다시피, 은희는 오롯이 자신의 편인 사람이.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이 필요하거든. 

 

그러기에 소중했을 영지 선생님


은희는 친구 지숙이와 함께 한문학원을 다니고 있다. 매일 리바이스 바지를 입고 다니고 고대 출신이라 고도리라고 별명을 붙여주었던 선생님 후임으로 영지 선생님이 왔다.

 

소개를 해달라는 아이들에게, 모두 함께 자기소개를 하면 어때요?라고 제안하였고, 영지 선생님은 다른 어른들이 영지에게 묻지 않았던 것을 물었다. 영지 선생님은 은희에게, 얼굴을 아는 사람은 몇 명이예요?라고 물었고, 그중에서 은희의 마음을 아는 건 몇 명이예요?라고 물었다. 

 

나, 그리 긴 인생을 살진 않았지만 영지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깊이 감응할 수밖에 없었다. 나 역시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아는 사람은 많아지는데, 친구는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단 생각을 하거든. 원래도 남에게 날 드러내 보이는 성격이 아니기도 하지만, 점점 더 마음이 통하는 누군가를 만나기가 힘들어지는 것 같다고 생각하니까.. 근데 중학생 때를 반추해보면 그때라고 내 마음을 드러낼 수 있는 친구가 있었던 것도 아니야. 

 

1994년 은희가 겪고 있는 감정은, 2020년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와 다르지 않을 거다. 김보라 감독이 의도한 것도 그랬을 거라 짐작한다. 나 역시 중학생 때의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여리디 여린 아이가 맘 속에 자리 잡고 있으니까.

 

 

은희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던 사람. 은희에게 진심으로 물었던 사람. 은희에게 '어른'으로서 은희를 보듬어 줄 사람. 영지 선생님은 은희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었고, 그렇기에 스케치북을 선물하였을 거다.

 

은희도 영지 선생님도 왼손잡이다. 둘은 닮았다. 영지 선생님이 은희를 눈여겨보았고 그에게 길잡이가 돼주었던 것 역시, 은희가 곧 자신이어서가 아니었을까. 은희는 남자 친구가 있다고 학교에서 날라리로 찍혔다. 영어를 제대로 읽지 못해 친구들에게 무시를 받는다. 원장 선생님은 은희에게 "영지 선생님 좀 이상했잖아."라고 하니 뭐가 이상하냐며 은희는 바락바락 대든다. 덕분에 학원에서 퇴출당하고 오빠에게 맞아 고막까지 찢어졌지만.

 

은희가 영지 선생님과 같은 어른을 만나 정말이지 다행이란 생각을 했다. 위태위태하고 조금만 발을 헛디뎌도 추락할 것 같았던 은희는 그와 맞닿아 줄 수 있는 존재가 절실해 보였거든.

 

1994년. 그때의 은희는


1994년.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다. 그리고 성수대교가 붕괴했다. 

 

은희의 언니인 수희는 버스를 늦게 타서 운이 좋게도 목숨을 구했다. 은희의 이야기이지만, 은희의 언니인 수희도, 은희의 오빠도, 은희만큼의 현현한 고민을 지니고 있었을 거다. 자신은 살았지만 친구들을 잃었을 수희는 좀처럼 밥을 먹지 못하고 멍하게 앉아 있다. 가만히 앉아 있던 오빠는 이내 크게 울음을 터트려버린다.

 

지선이는 오빠에게 두들겨 맞아 얼굴에 큰 멍이 들어 마스크를 쓰고 나타나기도 했다. 그리고 곧 부모님이 이혼하실 거라 했다. 그러면서 "너는 가끔 너만 생각하는 것 같아."라고 말했다.

 

벌새인 은희와 그의 주변에 있는 인물 모두. 만만치 않은 1994년을 살아가고 있다.

 

 

난 영지 선생님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그의 이야기가 더 듣고 싶었다. 수희는 살았지만, 영지 선생님은 성수대교 붕괴로 사망했다. 우울할 때마다 열 손가락을 바라보라던 영지 선생님. 절대로 맞고도 가만히 있지 말라던 영지 선생님. 난 그가 왜 휴학을 오래 하게 된 건지. 담배는 어떤 이유에서 시작하게 된 건지 알고 싶었다. 

 

편지에서 다음에 만나면 모든 걸 다 알려주겠다던 그의 이야기는 영영 들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또 살아지는 게 인생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영화 벌새는 경주로 소풍을 가게 된 은희는 엄마가 싸준 김밥을 잔뜩 먹고 나와, 학교 운동장에서 소풍 갈 생각에 들뜬 친구들을 슬로 모션으로 보여주며 끝이 난다.

 

김보라 감독의 첫 장편영화


김보라 감독

벌새는 김보라 감독의 첫 장편영화다. 벌새는 여러 유수한 영화제에서 34관왕을 달성하기도 했고, 제40회 청룡영화상에서 김보라 감독은 각본상을 수상하였다. 

 

어린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 그리고 여성 감독이라는 점에서 윤가은 감독이 생각났다. 우리들에서 지아 역을 맡았던 설혜인 양이 유리로 출연하기도 했고.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감독이다. 이렇게 섬세하고 예민한 연출이라니. 벌새의 배경이 1994년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지금과는 많이 달랐던 시대상. 그리고 그때의 비극적인 사건을 맞았던 그때의 수많은 은희들의 보편적이고도 찬란한 이야기를 그리기 위해서이지 않을까 싶다.

 

남자 친구가 예쁜 이야기만 보라고 그리 당부를 했는데도, 어쩌면 내가 본능적으로 이런 이야기를 좇고 있는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한다. 내 현생의 무게가 지독히 무거운데도, 굳이 김애란 소설을 읽으며 소설 속 캐릭터에 깊게 감응하여 마음이 저릿해지도록 내버려 두는 이유. 도망칠 곳 없는 은희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이유. 무얼까?

 

다음엔 그의 전 작품인 '리코더 시험' 리뷰를 써볼까 한다.

2020/08/31 - [Film] - 리코더 시험 리뷰 후기 l 우리 은희 정말 예뻐

 

리코더 시험 리뷰 후기 l 우리 은희 정말 예뻐

리코더 시험 (The Recorder Exam) 2011 감독 : 김보라 제작 : 조수아 각본 : 김보라 출연 : 황정원, 박명신, 정인기 리코더 시험 줄거리 1988년 서울, 9살 은희는 리코더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시험을 잘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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