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8. 27. 15:26ㆍFilm
영화 반도 결말 후기 줄거리 스포 l 이름값은 해야지?
반도 (peninsula) 2020
감독 : 연상호
각본 : 류용재, 연상호
출연 : 강동원, 이정현, 이레, 권해효, 김민재, 구교환
손익분기점 : 250만 명
반도 줄거리
부산행 4년 전, 최후의 안전지역이었던 부산까지 좀비들에게 함락되고 대한민국은 국가로서 존립할 수 없게 되었다. 가까스로 탈출했던 정석(강동원)은 반도에 다시 들어가면 250달러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다시 인천항에 들어가게 된다. 그 과정에서 잔인한 631부대와 좀비 떼를 만난다. 죽음이 목도한 순간, 그곳에서 살아남은 민정(이정현) 가족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하고 그들과 함께 반도를 탈출하기로 한다. UN 헬기가 등장하고 정성, 민정, 준이 유진, 민정은 전부 살아남게 된다.
반도가 peninsula인 반도인지는 포스터를 보고 알았다. 무려 "반도"라니. 영화를 다 보고 난 지금은 왜 이름을 페닌설라라고 했는지 의문이 남는다. 닉값은 해야 할 거 아냐. 왜 반도야?
올해는 대한민국이 망해버린 설정이 많네. 국가 기능을 상실한 디스토피아 상황을 다뤘던 사냥의 시간도 그렇고 반도도 그렇고. 좀비 영화이긴 한데 좀비 보단 "사람"에 포커스를 맞춘 영화다. 이 영화는 좀비들과의 전쟁이 아니다. "사람"과의 전쟁이다. 어쨌든 좀비 아포칼립스 상황에 떨어지긴 했는데, 이들의 적은 좀비가 아니다. 남겨진 사람들이다.
그런 면에서 워킹데드 생각이 났는데, 반도에서 워킹데드와 비슷한 연출이 많이 보였다.(보초서는 거라든가 바리케이드 친 부분이라든가, 식량을 체크하는 것이라든가.) 진짜 작은 "워커"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도. 다만 워킹데드가 아무리 예전만 못하다 소리 들어도 10년째 시즌을 끌어 오면서, 메인 시즌마다 다양한 집단을 만났고 그에 따라 메인 캐릭터들이 성장하기도 하고 흑화 되기도 하는 과정을 보여줬다. 인간 군상을 보여주려면 응당 그래야 한다. 악한 집단이 왜 그렇게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 시청자가 납득할만한 최소한의 서사도 보여준다. 그래야 감응할 수 있다.
※ 반도의 결말과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며 주관적인 글입니다.
초반 시퀀스부터 신파 먹이기
우선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잠깐 한눈을 판 사이 아이를 잃은 엄마가 무기력하게 손 놓고 있다 좀비 떼에게 먹히는 모습을 보여주고, 그 과정에서 누나와 조카를 지키지 못한 정석(강동원)이 문을 걸어 잠그고 들어가려는 매형을 꼭 붙잡는 것부터 짜증이.. 났는데, 초반부터 신파 먹이기 있음?
아이를 지키려는 모성애를 내세운 설정도 무척 흔하고 빤해서 별로지만(부산행의 공유, 감기의 수애), 꼭 필요한 설정이라면 차라리 담백하게 보여줬으면 했다. 시작부터 질려버리게 슬픈 음악이 깔리고 슬로우 모션으로 과하다 싶게 길게 보여주는데 그때부터 벌써 영화 다 본 느낌이 들었다. 초반부터 보기 싫어지게 만들어버리는 거. 그것도 재주다.
부산행의 반도 못한 반도
전작 부산행으로부터 4년이 지난 설정. 같은 세계관을 공유한다. 그래서 4일 만에 대한민국이 망했다는 건데 그런 설정은 우선 뒤로하고.. 연상호 감독이 말하길 포스트 아포칼립스 위로 다채로운 캐릭터들을 촘촘히 쌓아 올렸다고 하였는데, 촘촘?ㅋㅋ 영화 반도의 캐릭터는 평면적이다. 엉성하고 설기며 위태롭다.
소모되는 캐릭터여도 금방 죽어버릴 캐릭터라고 해도 그에게 어느 정도의 서사는 주었으면 좋겠다. 적당한 시점에 죽여버리고 눈물 짜내려고 억지로 만들어낸 캐릭터 말고. 5분을 살고 죽을 캐릭터라도 최소한의 서사를 주란 말이다. 신파 장면 슬로모션으로 늘려서 지루하게 뽑지 말고 메인 빌런이라면 "왜"저렇게 됐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당위성을 주란 말이다. 그냥 나빠진 게 아니라. 그러니 주인공은 물론이고 빌런에 조연까지 매력 있는 캐릭터가 하나도 없는 거다.
631부대
631 부대가 반도에서는 빌런인데, 그렇게 비이성적이고 야만적인 조직이 있다면, 분명 그에 반하는 조직도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부대에서 나와 따로 살고 있는 민정이네 가족 말곤 또 없었다는 것도.. 아무리 디스토피아 상황이어서도 "집단 지성"이라는 게 있는데 그렇게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건가 싶었다. 한국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좀비 떼로부터 살아남은 자들이 아직 많을 텐데 남아있는 조직이 저런 조직뿐이라는 게.
가장 평면적이며 무매력인 "황 중사"는 진짜.. 시나리오 쓰는 사람들이 가장 지양해야 할 빌런 캐릭터를 모아 모아 놓은 느낌. 이렇게만 안 써도 중타는 할 것 같은 느낌. 황 중사는 그냥 나쁜 사람이다. 나쁘기만 한 사람. 그게 다다. 영리하지도 않고, 섹시하지도 않고, 매력적이지도 않고 그냥 멍청하고 나쁜 사람.
그나마 서 대위 역할을 맡은 구교환 씨는 좀 나은 편인데 이건 캐릭터라기보다 구교환 씨 자체가 매력이 넘쳐서 그런 것 같고. 역시 우리 구교환 씨는 말 한마디를 해도, 한 걸음 걷기만 해도 남다르네. 근데 서 대위는 왜 서 대위가 된 걸까? 자기를 그렇게 잘 따르던 부하직원은 왜 죽여버린 걸까? 서 대위는 좀비 사태가 나기 전 원래 어떤 성향의 사람이었을까?
서 대위는 우여곡절 끝에 탈출할 기회를 잡았지만 쉬이 바로 총을 맞아 죽어버리는 것을 보면서도 당연히 그럴 거라 생각하였다. 뭐하러 250달러 씩이나 나누어주겠나. 쪽수는 그쪽이 더 큰걸.
신파 먹고 또 먹이기
캐릭터를 촘촘하게 만드는데 더 집중하고 개연성을 높이는데 더 시간을 할애하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쓸데없이 억지 감동 눈물을 짜내는 설정이 아니라. 슬픈 음악 좀 나오고, 할아버지가 아이 살리고 대신 죽고, 애들이 엄마 살려달라고 운다고 그 장면에 감응해서 눈물 한 방울이라도 쏟을 관객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강동원이 이정현을 구하러 뛰어드는 장면에서 난 아마 강동원이 죽을 거라고 생각했다. 강동원이 죽지 않고 이정현을 무사히 구하였고 모두 다 UN의 도움으로 한국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는 것이 내가 반도를 보며 예상한 대로 들어맞지 않은 유일한 것이었다.
카 체이싱
카체이싱은 그래도 나름 재밌었다. 액션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그 부분만큼은 재밌게 보실 듯싶다. 유진이가 운전을 정말 잘하는데 유진이가 모는 차가 약간 장갑차? 탱크?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엄청 무적인 것 같긴 했다.(그래서 PPL 논란이 있는 것 같았고) 성인이 아닌 아이의 운전 솜씨가 대단해서 좀비 떼 사이에서 좀비를 따돌리고 631부대를 따돌리는 건 재밌더라. 631부대가 소리와 빛으로 좀비를 유인하며 추격하는 것도.
부산행에서 반도로 이어지는 연상호 감독의 유니버스
연상호 감독이 2016년 부산행을 내놓았을 때 얼마나 충격적이었는지. 좀비 마니아로서 기뻤고 한국에서도 이 정도의 작품을 만들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였는데, 반도를 놓고 보면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은.. 적절한 예가 될지 모르겠지만, 중간 정도의 성적인 아이가 어쩌다가 운이 좋아 100점 맞은 느낌이랄까.
비슷한 설정이라고 해도 워킹데드에서 차용한 것 같아 자연스레 오버랩됐던 배경도 그렇고, 모든 캐릭터를 무매력으로 만들어버린 것도 그렇고, 이렇게 개연성 없는 전개도 그렇고.
그래도 같은 좀비물이었던 '살아있다'나 디스토피아를 다뤘던 '사냥의 시간'보단 이쪽이 훨씬 나았다.
반도 > 사냥의 시간 > 살아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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