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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긋는 소녀 l 뮌하우젠 증후군과 트라우마 몸을 긋는 소녀 l 뮌하우젠 증후군과 트라우마

몸을 긋는 소녀 l 뮌하우젠 증후군과 트라우마

2020. 9. 8. 19:01TV series

몸을 긋는 소녀 l 뮌하우젠 증후군과 트라우마

몸을 긋는 소녀 (Sharp objects) 2018
원작 : 길리언 플린의 동명소설
기획, 각본 : 마티 녹슨
감독 : 장마크 발레
출연 : 에이미 아담스, 패트리샤 클락슨, 일라이자 스캔런, 크리스 메시나, 맷 크레이븐

개인적으로 HBO 채널을 굉장히 좋아한다. 10년 이상의 신뢰가 기반이다. 절대로 아무 작품이나 만들지 않는 거. 내가 AT&T의 주주인 가장 큰 이유가 바로 HBO 때문이거든.

 

와이어. 트루 블러드. 왕좌의 게임. 웨스트 월드. 체르노빌. 빅 리틀 라이즈. 그리고 이번에 소개할 몸을 긋는 소녀들에 이르기까지.

 

몸을 긋는 소녀의 원작 소설은 영화 나를 찾아줘의 작가인 길리언 플린의 데뷔작이다. 그리고 빅 리틀 라이즈의 감독을 맡았던 장 마크 발레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이 드라마는 나를 찾아줘 보다 잔혹하며 빅 리틀 라이즈보다 암울하다. 숨 쉴 틈 없는 어두운 공간에 갇혀버린 느낌이 든다.

 

몸을 긋는 소녀는 대리 뮌하우젠 증후군을 토대로 쌓아진 서사다. 

 

뮌하우젠 증후군 (Münchausen Syndrome)

정신질환의 일종으로 실제로는 신체적 이상이 없음에도 단지 관심을 끌기 위해 질병에 걸렸다고 거짓말을 하거나 자해를 하는 것. 단순 꾀병과는 다르며 뮌하우젠 증후군 환자의 목적은 환자 역할을 함으로써 타인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관심에 있기 때문이다.

주로 어린 시절의 과보호로 문제 해결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상황 회피를 하거나 타인의 관심을 갈구하는 사람들에게서 나타난다.
대리 뮌하우젠 증후군 (Münchausen Syndrome By Proxy)

앞서 설명한 뮌하우젠 증후군이 스스로 아픈 척을 해서 타인의 관심을 갈구하는 것이라면, 대리 뮌하우젠 증후군은 자신이 누군가를 보호하고 간호하는 모습을 타인에게 보이며 관심과 칭찬을 얻는 정신질환이며 대리인에 의한 뮌하우젠 증후군이다.

간호 대상이 특별한 질환이 없는데도 자꾸만 병원에 데리고 가지만 심할 경우 간호 대상을 실제로 아프게 만들어 극진히 간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 극에 방해되지 않는 수준의 스포일러를 다소 포함하고 있습니다.

 

유년기의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한 카밀


몸을 긋는 소녀는 기자인 카밀 프리커가 그의 고향에서 일어나는 10대 소녀들의 살인 사건을 취재하기 위해 오래전 떠나왔던 고향에 방문하면서 시작한다.

 

10년이 훨씬 지나 고향에 갔는데 사전에 연락 없이 집에 방문하자 그다지 반가운 모습을 보이지 않던 그의 어머니. 어디서 묵을 거냐고 해서 사실 여기서 묵으려고 했어요라고 말하니 싫은 티를 팍팍 내며 의뭉스러운 모습을 짓던 어머니.

 

단연 내 마음을 파고들었던 건 에이미 아담스가 연기한 카밀 프리커였다. 30대 후반 정도인 카밀은 오랜 시간 동안 엄마를 마주하지 않고 지내왔음에도 유년기에 생겨버린 트라우마는 여전히 그를 지배하고 있어서다. 카밀은 엄마로부터 받은 상처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의 몸 곳곳에 자기혐오가 깊숙이 퍼진 것 같아 보였다. 

 

sharp objects라는 원제답게 그는 몸 곳곳에 날카로운 물체로 만든 깊은 상처가 있다. 그는 자해를 한다. 불안함과 초조함을 느낄 때마다 그의 손가락에 자꾸 생채기를 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카밀은 오랜 기간 동안 스스로를 자해해오며 버텨온 인물이다.

 

괜찮은 사람을 만나 잘 되는 것 같다가 스스로 일을 그르치는 것도. 난 어쩌면 그가 일부러 누군가와 심적으로든 물리적으로든 가까워지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거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자신도 모르게 상대를 밀어내는 거. 본인이 인지하지 못하는 깊은 심연에서 말이다.

 

대리 뮌하우젠 증후군


결론부터 말하자면 카밀의 엄마를 연기한 패트리시아 클락슨은 대리 뮌하우젠 증후군을 지독하게 앓고 있다. 그는 이 작품으로 골든글러브와 크리틱스 초이스의 조연상을 받았다. 세상 다정하다가도 세상 잔혹한 그의 표정을 보고 있으면 무엇이 진짜인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아이에게 나쁜 약을 먹여 몸을 아프게 해 놓고 고통스러워하는 아이를 지켜보며 옆에서 극진히 간호하는 모습은 정말이지 소름이 끼친다. 정말 무서운 건, 엄마인 아도라는 그 역할에 무척이나 심취되어 있다는 것이다. 

 

파란 약


엠마는 엄마가 주는 파란 약이 무엇인지 안다. 구체적으로 어떤 성분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약을 먹으면 자신은 아프게 될 거고, 그런 자신을 엄마가 있는 힘껏 돌봐주며 엄마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안다. 엄마의 사랑은 무조건적이지 않다. 엄마가 원하는 행동을 행해야만 받을 수 있는 지극히 조건부적인 사랑이다.

 

오래전 카린은 그 약을 먹는 것을 거부했고, 어릴 때 사망한 카밀의 동생인 메릴린은 그 약을 섭취하다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 엄마가 받아주는 약을 먹지 않은 카린은 살아남았지만 이후 성인이 되어서도 알코올 중독과 약물중독 자해와 같은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 그런 카밀이 과연 살아남았다고 할 수 있는 걸까.

 

의외의 반전


어릴 때의 카밀은 동생인 매들린은 구하지 못했다. 그가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겪고 있는 트라우마는 엄마로부터 온 것이지만 동생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도 상당한 듯 보였다. 그는 자주 동생을 추억했다. 그렇기에 자신의 목숨을 걸고서라도 어떻게든 이복동생인 엠마를 구해낸 것이다.

 

카밀은 친절하거든. 보통 내면의 상처를 스스로에게 해하는 자들은 절대 남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는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쓰지 않을 거지만 몸을 긋는 소녀에는 반전이 있다. 당연히 "그"일 줄 알았던 범죄자가 사실은 예상치 못했던 다른 인물이었다는 것. 마지막 에피소드를 끝내고는 "왜 굳이 이런 반전을 넣은 걸까?"하고 생각했다. 내가 예상한 인물이. 그리고 모두가 의심했던 그 인물이 범인인 것으로 깔끔하게 끝내는 것이 좋지 않나 생각했다.

 

그리곤 이내 생각했다. 진짜 범인 역시 오랫동안 길들여져 왔던 피해자임을. 비뚤어진 사랑관을 키워왔던 인물이었음을. 사실 빅 리틀 라이즈도 그렇지만 몸을 긋는 소녀 역시 진짜 살해한 범인이 누군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장마크 발레 감독이 가장 잘하는 것도 그것이다. 각 상황을 겪는 이해관계가 뒤엉킨 인물들의 섬세한 묘사를 소름 끼치도록 내보이는 것. 

 

미리 말씀드리자면 극의 분위기가 굉장히 어둡다. 물론 극을 이끌어가는 서사도 그렇지만 비밀이 많고 추악해 보이는 이 마을은 채도 자체가 흐리고 어두운 잿빛이다. 길리언 플린 특유의 다크하고 소름 끼치는 인물 묘사와, 장마크 발레 감독의 인물의 섬세한 연출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몸을 긋는 소녀를 보시기를 권한다. 여담으로, HBO 드라마는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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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긋는 소녀 시즌2


아쉽게도 시즌2의 예정은 없다고 한다. HBO 측에 따르면 몸을 긋는 소녀는 시즌1이 가장 알맞은 것 같다고.. 카밀과 엠마의 이후 이야기가 궁금했는데 조금은 아쉽지만, 이대로가 딱 완벽하긴 하다.

 

몸을 긋는 소녀는 왓챠에서 보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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