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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컬리 인사이트 서평 김난도 지음 마켓컬리 인사이트 서평 김난도 지음

마켓컬리 인사이트 서평 김난도 지음

2020. 9. 3. 11:00Book

마켓컬리 인사이트 서평 김난도 지음

스케일을 뛰어넘는 디테일로 시장을 장악하는 방식

마켓컬리 인사이트

김난도 지음

 

 

※ 개인적인 서평입니다.

 

 

난 오래전부터 대부분의 제품을 인터넷으로 구매해왔다. 화장품, 과자, 아이스크림, 옷, 신발. 먹는 것부터 입는 것까지. 다만 구입하기 꺼리는 게 있다면 신선식품이다. 신선식품만큼은 나처럼 인터넷으로 많이 구매하시는 분들도 직접 보고 사야 한다는 인식이 있을 거다. 어느 정도의 균등한 품질이 보장되는 공산품은 인터넷으로 구입해도 크게 문제가 없지만, 유통기한이 적혀 있지도 않은 채소나 과일은 복불복이 심할 수 있어서다.

 

그 편견을 깬 기업. 무려 콜드체인에 발을 들인 신생 기업. 바로 마켓 컬리다.

 

기존 유통 산업을 꽉 잡고 있던 롯데, 신세계, 현대의 영업이익은 갈수록 급감하는 중이다. 특히 롯데는 이번 역병을 제외하고도 몇 년 동안 꾸준한 감소세를 보여왔다.

 

나 역시 유통은. 물류는. 규모의 경제라고 생각했다. 스타트업 기업이 손을 댈 수 없는 분야라고 생각했다. 마켓 컬리를 한 번도 이용해 본 적이 없는 고객이지만, 궁금했다. '마켓 컬리는 어떻게 그렇게 잘 된 걸까?' 하고.

 

내 글을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읽어주시는 구독자님께서 내 글을 읽으시고 내가 예술계에 종사하시는 건가 생각하셨다는 감사한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나는 예술은커녕 무척이나 상업적인 전공을 선택했던 사람이고 줄곧 상업적인 일을 해온 사람이다. 어떤 일을 함에 있어 '나에게 가장 돈이 되는 게 뭘까?'를 가장 먼저 생각하고, 실행력이 제로지만 종국엔 내 사업을 하고 싶은 꿈을 갖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서 트렌디해지려고 한다. 어제가 낯설 만큼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이지만, 최소한 그 생리를 알며 살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읽게 되었다. 혹시라도 스타트업을 꿈꾸거나 사업을 하려고 맘먹으신 분들은 이 책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다.

 

감히 말하건대 우리에게 필요한 건 왕회장이나 이병철과 같은 선대 회장의 전설 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김슬아 대표의 이야기가 필요하다.

 

작년에 창업 특강을 수강하였던 적이 있다. 마케팅 강의였는데 그때 흠칫 놀랐던 게, 내가 학교 다닐 때 배우던 것과 전연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였다. 어떤 리더가 좋은 건지, 어떤 조직이 좋은 건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학교를 졸업한 지 채 몇 년이 지나지 않았는데도.. 그때 뭔가 신선한 충격이었거든.

 

가장 재밌던 건 마켓 컬리 대표인 김슬아 씨 역시 전통적인 리더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회사의 운영 방식도 마찬가지다. 나 마켓 컬리 인사이트를 읽으면서, 사람들이 맞다고 하는 것보다 결국 내가 옳다고 느끼는 걸 해야 하는 거구나. 하고 절실히 느꼈거든. 고집을 부려야 하는 건, 고집을 부려야 하는 거구나 하고.

 

마켓 컬리가 다른 기업들과 다른 점은 무척이나 많지만, 가장 대표적으로 하나를 꼽으라면 바로 대표가 VOC를 '직접' 체크한다는 것이었다. 대표가. VOC를. 여러분. 그런 기업 봤어요?

 

VOC : Voice of customer
고객관리 시스템 용어로 말 그대로 고객의 소리

보통 이런 건 대부분의 기업에서 CS팀을 따로 두고 있고 평사원이 하는 일이며 VOC에서 올라오는 의견은 대표에게 전달이 되지 않는다. 대표가 뭐야. 중간급에도 전달 안 되지. 하다못해 조그마한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VOC에서 나온 고객의 소리가 대표에게 들어가지 않을 것 같거든.

 

마켓 컬리는 대표가 직접 VOC를 하나하나 체크한다. 효율성으로 놓고 보면 좋지 않다. 전통적인 이론으로는 무릇 조직의 대표며 관리자 입장이라면 정책을 결정하는데 시간을 더 할애하는 것이 옳다. 그런데 김슬아 대표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인다. 한 기업의 대표가 고객과 직접적으로 맞닿아있다. 그들과 소통하는데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업무다.

 

많은 기업에서 '고객' '고객' '고객'이라며 얼마나 많이 강조하나. 하지만 정작 고객은 뒷전인 경우가 많다. 조직의 편의와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하다 보면 어느새 고객은 뒷전이 돼버리고 만다. 예약을 하고 간 병원에서 예약 시간보다 수십 분을 더 기다려야 하는 경우. 고객센터에 연결을 하려고 몇십 분을 전화기를 붙들고 있어야 하는 경우. 은행에서 간단한 업무를 보려고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

 

마켓 컬리가 내세우는 것도 기존의 기업과 다르지 않다. "고객 최우선" 다만 마켓 컬리는 '진심'이라는 거다.

 

난 마켓 컬리의 시그니처인 샛별 배송이 당연히 그들을 위해서일 거라고 생각했다. 어찌 됐든 그들의 편의를 위해서인 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너무나 재밌게도 비용을 절감하거나, 배송시간을 감축하는 것과 같은 그들의 편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오롯이 '고객의 편의'를 위해서였다. 고객이 어떤 시간에 받는 것이 가장 편할까. 이것이 그들이 가장 염두하였던 것이다.

 

공급의 효율보단 고객의 가치를. 비용을 절감하는 것보단 품질을.

 

그리고, 무척이나 집요하며 어떻게 보면 무모하기까지 하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예요?라고 묻고 싶을 정도로. 마켓 컬리의 성공이 맨땅에 헤딩하며 직접 몸으로 부딪혀가며 이뤄낸 것이라는 것을 이 책을 보고 알았거든.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통업자'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을 거라고 짐작한다. 나 역시 그렇다.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벤더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결국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여야 하고, 중간에 농간을 부린다고 생각하니까. 마켓 컬리는 그에 반해 정말이지 모범적인 유통사의 자세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책의 내용을 인용하자면,

 

생산자들이 해당 제품에 대한 완결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최근 소비자들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에 대한 트렌드에는 어두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좋은 제품들이 소비자의 민감한 니즈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고 사장되는 일도 잦다.
이럴 때 유통의 역할이 중요하다. 소비자와 가까이 있는 유통이 생산자들에게 트렌드와 니즈의 변화를 설명하고 함께 상품을 개선해나가면서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생산자의 제조 역량과 유통사의 트렌트 지향적인 기획 능력이 만나 제품의 개선으로 이어지는 현상은 앞으로 유통업의 발전에 핵심 동력이 될 전망이다. (113p)

이것이 바로 가장 이상적인 유통사의 태도가 아닐까. 생산자들이 열심히 가꾼 상품을 그 가치를 알아봐 줄 수 있는 고객들에게 판매하는 일. 그 루트를 만들어주는 일. 기본을 제대로 하는 거. 쉬우면서도 가장 어려운 거잖아.

 

아무리 좋은 마케팅이라고 해도 그것이 진심이라고 해도  가장 본질이 되는 건 '품질'이다. 가장 최선의 품질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보니.. 경이로울 지경이지 뭐야. 여기서만큼은 절대로 타협하지 않았음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신선한 계란과 우유를 고객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얼마나 부단한 노력을 했는지.(이건 한 예일뿐이다. 마켓 컬리가 취급하는 모든 제품군이 다 그러한 과정을 거친다.)

 

비용을 절감하는 것에만 포커싱을 맞춘다면 패키징을 전부 종이로 바꾸는 것은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 모두 플라스틱 나쁜 거 안다. 하지만 편리하고 값이 싸서 이용한다. 기업에선 충분히 어려운 선택이다. 제작 공정을 전부 다 뜯어고쳐야 하고, 비용이 얼마만큼 더 들어갈지 알 수 없으니까.

 

모든 포장재를 종이로 만듦으로써 재활용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 이것은 비용과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대단하지만, 마켓 컬리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패키징에 대해 원하는 것. 그리고 마켓 컬리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철학과도 맞물려서 나온 결과물이라고 본다. 그래서 정말 대단한 거고..

 

마켓 컬리 인사이트를 읽으며 정말로 이상적인. 그리고 모범적인 부분이 너무 많았다. 공급사와 고객을 대하는 가장 이상적인 유통사로. 그리고 조직원을 대하는 것에서도. 그리고 그들이 조직에 임하는 것에서도. 정말 하나부터 열 끝까지 칭찬하고 싶은 것 일색인데 그걸 다 써버리면 이번 서평이 지루해질 것 같아서 하고 싶은 말을 많이 아꼈다. (궁금하면 읽어보세요!)

 

얼마 전에 웹소설 작법서의 서평을 쓰면서 여태껏 한 번도 읽어보지 않은 웹소설에 한번 도전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조금 검색을 하다가 웹소설에도 평론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는데 그가 표현하기를 순문학을 "제도권 문학"이라고 하는 것이었다.

 

!!!!!!!!!!!!!!!!!!!!!!!!!!!!!!!!!!!!!!!!!!!

 

내가 여태껏 소비해왔던 순수문학을 무려 "제도권 문학"이라고.. 나 그때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느낌이 들지 뭐야. "순문학을 제도권 문학이라고 표현한단 말이야?" 근데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이내 들었다. 요즘 나오는 한국 드라마들 시놉시스 읽어보면 웹소설 대표 소재인 회귀나 판타지 물이 얼마나 많은지 놀라울 지경이다. 갑자기 마켓 컬리이야기를 하다가 순문학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이건 문학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 적용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우리가 기존에 '이것이 맞아!'라고 온당 배워왔던 것들이 사실은 하나의 틀일 수도 있다는 것. 좀 독한 표현이지만 제도적일 수 있다는 것. 그 방법대로 했다면, 지금과 같은 마켓 컬리는 있을 수 없다는 것!

 

여태껏 식품을 살 땐 11번가랑 G마켓만 주야장천 이용해왔는데, 나도 이참에 마켓 컬리를 한 번 이용해 보려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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