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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브렐러 아카데미 시즌1 스포 결말 후기 l 바냐에게 감응했던 이유 엄브렐러 아카데미 시즌1 스포 결말 후기 l 바냐에게 감응했던 이유

엄브렐러 아카데미 시즌1 스포 결말 후기 l 바냐에게 감응했던 이유

2020. 9. 24. 17:00TV series

엄브렐러 아카데미 시즌1 스포 결말 후기 l 바냐에게 감응했던 이유

엄브렐러 아카데미 2019~
원작 : 그래픽 노블 '엄브렐러 아카데미'
제작 : 스티븐 블랙먼
출연 : 엘런 페이지, 톰 호퍼, 데이비드 카스타네다, 에미 레이버-램프먼, 로버트 시한, 에이단 갤러거, 저스틴 H. 민. 
엄브렐러 아카데미 시즌 1 줄거리

초능력을 가진 남매들이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모였다. 얼마 후 아포칼립스를 맞이할 지구의 종말을 막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

개인적으로 판타지물이나 슈퍼 히어로 같은 장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선호하는 장르는 염세적인 성격답게 하드보일드나 서던 고딕 스타일의 작품이거든. 그래도 이왕이면 리뷰어로서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을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선택했던 작품이다. 초반부엔 너무 내 스타일이 아니라 그만 봐야 하나 싶었지만 중반부가 넘어가면서부터는 깊게 몰입하여 봤다. 시즌1을 다 보고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리뷰를 쓰기 전 시즌2 에피소드 1까지 보았다.(시즌2도 다 볼 거라는 이야기)

 

슈퍼 히어로 물이지만 원탑 주인공이 아닌 각자 고유한 능력을 지닌 7명 모두가 주인공이고 특수한 형태지만 가족이라는 바운더리에 포함된 인물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가족'이라는 게 무얼까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도 하게 만들더라고.

 

누구보다도 바냐를 연기한 엘런 페이지가 가장 눈에 들어왔다. 엘런 페이지하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셉션'에서 똑똑한 건축학도였던 모습과, 줄리앤 무어와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그렸던 '로렐'에서의 모습이 가장 많이 기억에 남는다. 엄브렐러 아카데미에서는 자존심이 낮고 내면에 상처가 많은 바냐를 맡았다. 난 바냐에게 가장.. 마음이 쓰였다.

 

 

※엄브렐러 아카데미 시즌1의 결말과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며 개인적인 글입니다.

 

미운 오리 새끼 바냐


바냐가 미운 오리 새끼인 건 첫 에피소드부터 알 수 있었다. 한날한시에 갑자기 아이들이 태어났고 그 아이들은 특별한 능력을 부여받았다. 각자 고유의 능력을 갖고 있는데 유일하게 바냐는 아무 능력이 없다.

 

분명 바냐가 대단한 능력을 지니고 있는 인물일 거라고 생각했다. 시나리오상 마땅히 그래야 했다. 10년이 넘은 기간 동안 오랫동안 왕래하지 않았던 가족들을 아버지의 죽음으로 마주했지만 그 속에서도 바냐는 주눅 들어있었다. 보는 나까지 안쓰러울 정도로..

 

평범하다는 건 죄가 아니다. 하지만 바냐는 '평범'하다는 것을 죄악시 여기며 살아온 인물이다. 그것 때문에 안게 된 트라우마가 대단하고..

 

당신은 특별해


바냐는 레널드를 만나고 그에게 의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자매인 엘리스는 그 사람이 위험한 사람이라며 몇 번이고 경고했지만 바냐는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엘리스가 사실 그는 아버지를 살해하여 오랜 기간 형을 살았던 인물이고 넘버 파이브에 의하면 그가 아포칼립스를 일으키는 사람이며 악한 의도를 품고 있다고 해도 바냐는 엘리스의 말을 듣지 않는다.

 

이 부분에선 어느 정도 바냐에게 감응할 수 있었는데, 레널드가 세상을 망하게 하는 게 바냐에게 문제가 될까 싶었다. 자신이 평범하지 않고 '특별한 사람'임을 일깨워준 사람. 세상 그 무엇보다 자신이 가장 대단하다고 말해주는 사람. 어디서든지 내 편이 되어줄 거라고 굳게 믿으며 절대 의심하지 않는 사람. 왜 그런 사람을 버려야 해? 그깟 세상 백번 망하라지. 내 알바야?

 

레널드의 접근은 무척이나 작위적이었다. 다수의 연애경험이 있는 앨리스가 레널드가 이상한 사람이라고 감지한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평소에 남에게 맘을 잘 열지 않고 폐쇄적인 인간관계를 구축해왔던 바냐는 인위적인 접근이라고 해도 자신에게 호의적이었던 인물은 그가 처음이었을 것이라 좀처럼 눈치채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만큼 바냐가 많이 약한 상태이기도 했고.

 

바냐는 오케스트라단의 3군 바이올리니스트이다. 대단한 형제자매들 틈에서 바냐는 아마 이것으로라도 그들과 동등해지려고 어렸을 때부터 부단한 노력을 해왔을 것이다. 오케스트라단의 3군 바이올리니스트. 3군 바이올리니스트도 무척이나 대단한 것이지만, 바냐에게 이름 붙여진 ordinary에 딱 알맞은 위치라고 느껴졌달까.

 

바냐가 잠시 수석 바이올리니스트랑 이야기하는 신이 있는데, 그의 바이올린 실력을 칭찬하는 바냐에게 "너는 그렇게 오랫동안 했는데도 3군인 거 보면 너 능력은 네가 제일 잘 알 거 아냐. 이제 적당히 그만해야 되는 거 아니야?"라며 대놓고 면박을 줬다. 그 부분에선 가뜩이나 음울한 바냐의 표정이 더 음울하게 되었고 그의 자존감이 깊이 침잠하는 것이 고스란히 느껴졌기 때문에 보는 나까지 울컥해버리더라고.

 

메인 빌런 바냐


엄브렐러 아카데미를 보면서 당연히 메인 빌런이 레널드라고 생각했다. 파이브가 그 오랜 세월 동안 간직했던 의안이 레널드의 것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바냐가 메인 빌런이 되기엔 너무나도 유약하다고 느껴서다. 유년기 때 항상 다른 형제들과는 다르게 열외 당했고, 그땐 형제들 역시 어렸기 때문에 평범한 바냐에게 상처되는 말을 많이 했다. 그리고 그 모든 상황을 만든 건 아버지 레지널드 하그리브스다.

 

아무튼, 레널드는 그저 바냐의 폭주에 기름을 붓는 부수적인 인물이었고, 진짜 메인 빌런은 바냐였다. 사실 넘버 세븐인 바냐는 다른 어떤 형제들보다도 막강한 힘을 지니고 있었는데 아버지는 인위적으로 바냐를 막았다.

 

그는 바냐가 아이일 때부터 의도적으로 약물을 먹게 하여 심신이 불안정하게 만들었고, 루머를 사용하는 능력을 지닌 엘리스에게 바냐가 평범하다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의도적으로 바냐를 차별하였고 다른 형제들이 바냐를 무시하며 따돌리는 것을 묵인했다.

 

이 정도면 세계를 멸망시키고 아포칼립스를 만들만한 충분히 정당한 이유가 되는 것 같은데...

 

바냐가 메인 빌런이 된 이유


엄브렐러 아카데미 시즌1 에피소드 중 하그브리스 남매들이 과거를 반추하는 장면에서 간혹 등장하는 아버지 레지널드 하그리브스는 무척이나 괴짜다. 그래서 원래가 그냥 저런 사람인가 보다 했는데 맨 마지막 에피소드 오프닝 시퀀스에서 그의 과거 모습을 보여줄 때는 여태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더라. 미국으로 오기 전 사랑하는 아내와 이별하는 장면인데, 아이들에게 굿나잇 인사조차 한 번도 해주지 않았던 그가 아무래도 큰 병을 앓는 듯했던 부인에겐 정말이지 다정한 남편이어서. 그 둘이 괴리감이 너무나도 컸거든.

 

아이들을 엉터리로 키워온 이유가 뭐야? 특히 바냐에게 그랬던 이유가 뭐지? 사망해 버려서 이유는 들을 수 없게 됐지만 바냐에게 가장 큰 트라우마를 안겨준 그지만 다른 아이들을 애정으로 키운 것도 아니다.

 

루서는 아무 이유 없이 달에서 4년 동안 긴 세월을 보내야 했다. 그것이 무슨 특별하고 대단한 임무라도 되는 것 마냥. 클라우스와 이야기하던 것 보면 아버지 레지널드는 나름대로 루서를 위한 방법이라고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틀렸다.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바냐가 흑화 할 때 결국 엄브렐러 아카데미를 다 폭파시켜버리고 모든 사실을 알고 있던 포고와 엄마를 죽였다. 유년기를 복기하면서 과거 어린 시절의 형제들이 등장하는데 그들이 바냐에게 "넌 평범하잖아." "넌 아무것도 안 했잖아." "넌 왜 그렇게 눈치가 없어?"라고 몰아붙이는 모습을 보니까 바냐가 눈에 독기가 더 가득해서는..

 

시나리오를 만들 때 선한 캐릭터보다 빌런 캐릭터에 더 공을 들여야 하고, 그가 왜 빌런이 됐는지에 대해 탄탄한 서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배웠다. 바냐는 딱. 그런 인물이었다.

 

모두가 지니고 있는 트라우마


사실 자유로운 인물은 없다. 넘버 원부터 넘버 세븐까지. 그들은 모두 트라우마를 안고 있다. 성인이 된 그들의 인생은 그렇게 완벽하지만은 않다.

 

자신의 능력을 아이에게 사용했다가 양육권을 완전히 빼앗길 위기에 처한 앨리스.

아버지의 요청으로 4년간 달에 홀로 있었지만 사실 아무 이유가 없는 일이었고, 포고의 혈청을 맞아 사람과 침팬지 그 어중간한 사이에 끼어버린 루서.

가장 선한 심성을 지니고 있지만 마약에 중독돼 바닥의 삶을 살고 있는 클라우스.

경찰이 되지 못하고 자경단 활동을 하며 다른 형제들에게 나쁜 말을 툭툭 내뱉는 디에고.

사고에 의해서 사망했다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망했는지는 나오지 않았던 벤.

바냐가 장례식장에서 아버지가 자신이 쓴 글을 읽었냐고 물었고 벤보다 날 더 싫어했냐고 묻는 거 보면, 아버지는 벤도 별로 사랑하지 않으셨던 것 같더라고.

사실 그가 사랑했던 인물이 있나 싶다. 사망한 부인 말고는 없었을 것 같은데.

 

슈퍼히어로물이고 모두 대단한 능력을 지니고 있지만 그들도 우리와 별 다를 것이 없다. 그래서 더 몰입하게 됐던 건가 싶고.

 

넘버 파이브


넘버 파이브는 트라우마에서 제외했는데 그는 좀 독특한 인물이니까. 58 세지만 어린아이의 몸에 갇혀버린 그는 종말 후의 세상에서 오랜 기간을 반쪽의 마네킹 돌로레스와 함께 했다. 겨우겨우 원래의 시기로 돌아왔지만. 넘버 파이브는 원래도 그랬던 것 같은데 혼자서 오랜 시간을 보낸 탓인지 무척이나 염세적이다. 현실적이고. 대의를 위해서라면 사람 한두 명 죽는 건 별 문제가 안 된다는 논리다.

 

그에게 어떤 트라우마도 발견하지 못했다. 넘버 파이브는 엄브렐러 아카데미에서 가장 어른이다. 가장 브레인이고.

 

엄브렐러 아카데미 시즌1 결말


무음실을 폭파시킨 바냐는 연주회로 향하고 그곳에 도착한 다른 형제들을 죽이려 한다. 결국 힘을 합쳐 바냐를 저지하는 데는 성공하였지만 바냐가 내뿜은 에너지가 홀의 천장을 뚫고 달까지 도달해버리는 바람에 달의 파편이 떨어져 지구로 떨어지게 돼 결국 아포칼립스를 피할 수 없게 됐다.

 

타임 루프의 능력을 지닌 파이브는 이번엔 혼자가 아니라 형제들과 함께 타임 루프를 시도한다. 성공은 했지만 반쪽 성공이다.

 

엄브렐러 아카데미 시즌2는 어떻게 진행될까


시즌2의 에피소드 1을 보았는데 다행히 타임루프는 성공했다. 다만, 멤버 개개인이 다른 시간대에 떨어졌더라. 1960년 1961년 1962년 1963년 델러스에.

 

1960년대. 그리고 델러스는 텍사스에 속해있는 도시로써, 과거도 그렇지만 현재도 공화당이 우세인 곳이다. 다른 인물들은 백인이지만 앨리스는 흑인이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아무 레스토랑이나 들어갔다가 "White only"라는 푯말을 보고는 아연실색해버린다.

 

정말 재밌게도 그들은 그 나름대로 그 상황에 적응하여 살고 있더라. 앨리스는 좋은 남자를 만나 가정을 꾸린 것 같았고 바냐도 어느 가족의 틈에서 살고 있었다. 정신병원에 있는 인물도 있었고 세상이 망하든 말든 상관없다 말하는 이도 있었지만. 또 세상이 멸망한다니 이번엔 어떤 이유이려나.

 

1960년대로 세계관이 확장된 것이 좋더라. 그 시대가 지니고 있었던 이슈를 다룰 수 있으니까. 기억을 모두 잃은 듯했던 바냐의 귀추가 가장 궁금하다. 또다시 메인 빌런이 될지. 아니면 히어로가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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