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9. 30. 18:56ㆍTV series
주온 저주의 집 스포 결말 넷플릭스 l 90년대 일본 사회상에 기반한 호러
주온: 저주의 집 2020
연출 : 미야케 쇼
출연 : 아라카와 요시요시, 쿠로시마 유이나, 리리카
주온: 저주의 집 줄거리
저주받은 집이 그들을 부른다. 오래전 끔찍한 일을 당한 어머니와 아이의 사건 후 반복되는 참혹한 죽음들. 그 집과 관련 있던 한 심령 연구가가 원혼에 휩싸인 그 집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시작한다.
일본의 공포 영화를 떠올리면 링과 주온이 생각난다. 피가 낭낭한 귀신이 아니라 온몸에 핏기가 하나도 없는 창백하고 멀건 귀신의 모습이 떠오른다. 한국인인 나는 타국의 귀신을 보고 큰 공포를 느끼지 못한다. 서양의 뱀파이어나 마녀, 원한과 저주로 점철된 일본 귀신에게 무서움을 느끼지 않는단 소리다.
주온 저주의 집은 여느 일본 스타일의 작품답게 조금은 비선형적 구조로 이루어진 서사다. 순차적으로 진행하는 듯 하지만 어느 순간 갈피를 잡을 수 없다. 확실한 건 저주의 집이라는 부제답게 과거와 현재. 미래의 인물들이 그 집 안에 갇혀 있다.
저주의 '주'와 원한의 '원'을 합쳐서 만든 단어라는 '주온'은 원한을 품은 사람이 죽은 장소에 깊게 스민 저주가 그곳을 거쳐가는 사람들에게 전염된다는 뜻이다.
마지막 엔딩 장면은 나에게 "왜..?"라는 의문을 갖게 했다.
※주온: 저주의 집의 결말과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며 개인적인 글입니다.
전례 없는 호황기를 거친 후 마주했던 일본의 90년대
이번 리뷰의 제목을 '90년대 일본 사회상에 기반한 호러'라고 붙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
주온은 버블 경제가 사그라들고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되던 90년대 일본이 배경이다. 저주의 집은 뉴스를 통해 일본을 발칵 뒤집었던 여고생 콘크리트 살인사건, 연쇄 유아 납치 살인사건, 마쓰모토 사린 사고, 도쿄 지하철 사린 사건을 읊는다. 뉴스를 접하고 호들갑 떠는 인물은 없다. 그저 뉴스를 통해 이런 사건이 있었다고 '알려줄' 뿐이다.
주온 저주의 집은 단순히 오래전 한 남자에게 감금을 당해 아이를 임신하였고 결국 사망했다는 그 원귀의 저주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 작품이 좋은 이유는 그 '원귀'에게 집중한 것이 아니라 90년대를 지나왔던 일본의 사회적 시대상과 문제점을 담았다는 것에 있다. 그런 점에서 단순 호러라기보단 휴먼 호러에 가깝다.
가장 첫 에피소드에선 한 남자가 귀여운 어린아이를 심하게 폭행하는 장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화면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진 않지만 아이의 비명소리와 폭행의 소리로 아이가 맞고 있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이 시리즈에선 과하다 싶을 정도로 사람을 전화기로 때려죽이는 거라든가 아니면 강간을 한다든가 아니면 칼로 사람을 찔러 죽이는 장면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데 나에게 가장 공포스러웠던 건 첫 오프닝 시퀀스의 아이를 폭행하던 그 장면이었다.
누구에게나 있는 음습함을 끌어올리는 걸까
기요미는 의도치 않게 저주의 집에서 아이를 받아 들고는 인생이 뒤틀려버린 인물이다. 기요미의 엄마는 기요미가 다니는 학교 선생님과 관계를 가지고 있다. 아마 전에 다니던 학교에서도 그랬을 것이리라. 거기에다가 기요미에게 "너 아빠랑도 붙어먹었지?"라고 말하는 부분에선 너무 놀라 몸이 굳어버렸다.
기요미는 친구들의 꾐으로 저주의 집에서 강간을 당했다. 강간당하는 장면을 사진으로 찍으면서 "너 말하면 이 사진 다 유포할 거야."라고 말하는데 어린아이가 이렇게도 악마 같을 수 있는 걸까 싶었다.
기요미는 가만히 있지 않는다. 상황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만든다. 자기를 강간한 남자아이에게 엄마를 죽이지 않으면 모든 사실을 다 말해버릴 거라고 겁박했고 그 아이는 엄마를 전화기로 수회 내려쳐 살해한다.
외도를 저지르고 있으니 지금 사는 배우자를 죽여버리는 것이나 부인을 죽이고 배를 갈라 아이를 꺼내는 것 역시. 악귀가 사람이라면 본디 가지고 있는 악한 속성을 더욱더 발현하도록 돕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오다지마와 부동산 업자를 살려둔 이유
그 집에서 살지 않아도 잠시라도 스쳐간 인물에겐 저주가 따랐다. 잠깐 머물렀다가 흰옷을 입은 여인에게서 아이를 건네받았던 기요미도 그렇다. 하루카의 연인인 데쓰야 역시 가지 말아야 할 곳에 갔다는 의뭉스러운 말만 남기고는 끔찍한 모습으로 사망했다.
집을 소개해주었다는 저주의 집 근처 부동산 업자는 그 집에 들어갔지만 살아남았다. 카야코가 건네준 아이를 놓쳤던 오다지마 역시 살아남았다. 그 집에 발을 들였던 부동산 중개업자는 왜 살아남은 걸까? 기간의 텀을 두고 그 집에서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지만 저주 따윈 믿지 않는다는 부동산 업자에게 형사는 "왜 당신은 살아남은 걸까요?"라고 묻는다.
누이를 잃었고 아버지까지 잃은 오다지마는 평생 동안 심령 이야기를 좇으며 살고 있다. 그 나름대로 누이와 아버지 실종의 이유를 찾는 것이겠지. 그는 자신이 그 집에서 살고 있었다는 사실까지 잊은 채로 살고 있었다. 그 역시 왜 자신이 살아남았는지를 궁금해한다.
저주의 집과 관련된 모든 인물들을 죽여버린다면 저주는 퍼져나갈 수 없다. 그 오랜 기간 동안 주온의 저주가 퍼져나갈 수 있던 이유는 그 집에 새로운 사람을 끌어 들일 수 있는 부동산 업자와, 자신의 이야기를 좇게 만들어 사람들을 불러 모르게 할 오다지마가 필요했던 것이 아닐까. 자신의 저주를 이어나갈 수 있는 최소한의 인물들만 남긴 채 그 집에 잠깐이라도 발을 들인 사람들에겐 지독한 저주를 심어놓는다.
참으로 영악한 악귀다.
한국은 '한'의 정서, 일본은 '원'의 정서
우리나라는 귀신을 퇴마 할 때 어르고 달래 한을 풀어 저승길을 열어주는 방식으로 퇴마가 진행된다. "너 힘들었구나. 너 외로웠구나. 너 억울했구나." 위로해주고 그의 지난하고 고단했던 삶에 감응하여 함께 눈물을 흘려주면 그렇게 고집을 피우던 허주도 그것에 위로받은 건지 신명 나게 놀고 미련없이 저승으로 떠난다.
일본의 퇴마 방식은 좀 다르다. 영혼의 한을 풀어주는 개념은 없다. 오로지 '봉인'이다. 일본 귀신은 자신에게 해를 끼친 인물을 집요하게 괴롭힌다기보다 그냥 '아무나 걸려라'다. 인과관계는 없다.
한국인으로서 일본 귀신에게 감응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린날의 난 귀신이 무섭지 않았다. TV를 통해 접했던 귀신은 주로 억울한 일을 당해 사망하면 그 사람에게 가서 해코지를 했지 아무 죄 없는 사람은 건드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에게 피해줄 일이 없고 상처 줄 일이 없으니 귀신이 나에게 올 일은 없어 보였다. 그것이 내가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부터 귀신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이유다.
나는 어느 정도 융통성은 있는 사람이라 서사를 접할 때 마땅히 죽어도 될만한 인물이라면 정당한 절차를 밟아 죽음에 이르는 것보다 속히 죽여주기를 바라기도 한다. 근데 이 저주받은 집에서 사람에게 해악을 끼치는 귀신에겐 그게 없다. 그 사람이 선한 인물이건 나쁜 인물이건 중요하지 않다. 그냥 걸렸을 뿐이다.
영화 곡성에서 곽동원이 왜 하필 우리 애냐고 물을 때 황정민은 당신 애여서가 아니라 당신 아이가 미끼를 문 것이라고 했다. 일본 귀신은 그렇다. 그냥 걸렸던 것뿐이다.
귀신에게까지 하나하나 감응하며 작품을 감상할 필요는 없지만 밑도 끝도 없이 모든 인물을 파국으로 이끄는 카야코의 악행에 진절머리가 나더라고.
그래서 하루카는?
저주의 집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공존한다. 그 집에 시간의 개념은 없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뒤섞여 그곳에 얽힌 사람들에겐 시공간이 무의미하다. 그 집에 발을 들인 사람들은 저주의 집의 무한한 시간 속에 갇혀 버린다. 아니면 소멸되거나.
왜 죄 없는 하루카의 입을 틀어막았을까. 6개의 에피소드를 다 보았어도 정확히 어떤 서사인지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비선형적인 서사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작품을 몇 번 더 봐야 하지만 두 번 이상 볼 정도로 유쾌한 작품은 아니니 찜찜한 상태로 남겨둘 것이다.
넷플릭스는 주온 저주의 집 시즌2를 아직 컨펌하지 않았다. 만일 컨펌한다면 2021년이나 2022년 여름 즈음에 시리즈가 공개될 거다. 불안하고 현현했던 일본의 시대상을 다루며 실제 일어났던 끔찍한 사건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작품이라서 당사자인 일본인들에겐 이 작품이 조금 더 다르게 다가오지 않을까.
홍원찬 감독의 영화 '오피스' 리뷰를 하며 우리의 현실과 맞닿아 있는 공포가 호환 마마보다 훨씬 더 공포스럽단 이야기를 했다. 주온 저주의 집도 그렇다.
시즌2가 공개된다면 하루카의 안위를 가장 먼저 확인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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