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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셰 뜻 클리셰 뜻

클리셰 뜻

2020. 11. 2. 18:16Film

클리셰 뜻

'클리셰'에 대한 글을 쓰기로 하고는 바로 '장미'가 떠올랐다. 눈치가 빠른 분들은 apryll 프로필 사진이며 블로그 메인까지 온통 장미란 장미로 도배를 한 것을 아실 것이다. 해서 이번 섬네일의 배경을 붉은 장미 사진을 사용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인 장미는 꽃의 클리셰이기도 하니까. 때론 그 뻔함이 가장 화려하며 아름답다.

 

클리셰 뜻


롱맨 사전 참고

클리셰는 너무 많이 사용되어서 더 이상 아무 효과나 의미를 주지 못하는 일련의 것들을 의미하는 어휘다.

 

흔히 사용하는 '클리셰'는 본래 프랑스어다. 원래의 의미는 인쇄의 연판을 뜻한다. 자주 사용되는 단어를 사용할 때마다 조합하는 노력을 덜기 위해 따로 양식을 지정해 놓은 것이 클리셰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유례를 찾을 수 있는데 인쇄 사고가 자주 발생하여 대, 통, 령의 3 활자를 하나로 묶어 사용했다는 일화가 있다. 오늘날 컴퓨터로 글자를 입력할 때도 오타가 자주 발생하거나 자주 사용되는 한자어들은 상용구로 묶어 사용하곤 한다.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이것은 미리 딱딱 만들어 쉽게 짜 맞출 수 있게 만들어진 진부한 것들. 혹은 일관성 있는 것들을 나타낸다. '클리셰'의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틀에 박힌 것, 이미 만들어진 것과 같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보통 영화나 소설과 같은 서사를 접할 때 앞 수를 훤히 예측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틀에 박힌 캐릭터가 등장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클리셰를 때려 부어 만든 허술한 작품이다.

 

클리셰가 사용된 작품


신데렐라 (1950) 스틸컷

예를 들면 신데렐라 스토리 같은 것이다. 재벌 3세의 부잣집 남자가 가난하지만 성실하고 억척스러운 여자에게 "너 같은 여자는 처음이야."라며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 말이다. 자신과 비슷한 경제력을 지닌 수려한 외모의 여성을 얼마든지 만날 수 있을 텐데.. 왜?

 

한국 드라마 특유의 전개라면 이런 것도 있다. 어렸을 때 아이가 뒤바뀌었고 한 집은 부자고 한 집은 가난하다. 원래의 가정으로 돌아갔지만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살던 아이가 가난한 집으로 가자 현실을 견디지 못하고 포악스러운 악녀가 되는 것. 아니 왜? 

 

아니면 우연히 내 운명의 인연을 만났는데 사실은 어렸을 때 잃어버린 혈연인 경우. 이미 듣기만 해도 질려버리지 않나.

 

나인 하프 위크 (1986) 스틸컷

처음엔 신박했지만 갈수록 아류작들이 생겨나며 비슷한 설정을 가져다 썼을 때 클리셰가 된다. 이전에 미켈레 모노네의 365일을 리뷰하며 곧 가장 좋아하는 19금 영화를 리뷰하겠노라 하고는 아직 리뷰하지 못한 작품이 바로 이 작품이다.(정말 좋아하는 작품. 빨리 리뷰할게요!) 나인 하프 위크.

 

나인 하프 위크에선 두 배우가 관계 시 촛농을 떨어뜨리거나 얼음을 사용한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서도 나인 하프 위크가 오버랩될 만큼 30년 전의 설정을 사용했으니 촛농과 얼음은 클리셰가 된 셈이다.

 

클레멘타인 (2004) 포스터

한국 영화 100년 역사에서 매우 기념비적인 클레멘타인. 나 혼자만 죽을 수 없다고 점수를 후하게 줘서 무려 평점 10점에 가까운 이 기괴한 영화는 클리셰를 범벅으로 사용해 모든 장면이 극적이며 종국엔 산으로 치닫는 참담한 서사가 되었다.

 

클리셰를 잘 비틀었다고 생각하는 작품


우리가 보통 '클리셰'라고 하면 공식처럼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서사에 어느 정도의 클리셰는 꼭 필요하다. 클리셰라고 불리는 것은 인류에게 '이야기'라는 것이 탄생된 이후로 오랜 세월에 걸쳐 자리 잡은 것으로 다양한 문학 기법 역시 포함하는 것이니까. 클리셰를 조금도 적용하지 않은 작품을 만든다면 오히려 황당한 서사가 나올 수 있고 독자나 관객들에게 새로움을 넘어서 거부감을 안겨줄 수 있다.

 

가장 좋은 건 대중에게 피로감을 주고 진부하게 느껴지는 결정적인 클리셰를 비틀어 새로운 변화를 주는 것이리라.

 

영화와 미드, 책을 좋아하는 나는 서사를 보통 사람보다 많이 접하는 편이다. 좋은 예를 소개하고자 클리셰를 깨부순 게 뭐가 있을까 계속 고민하다가 하나가 떠올랐다.

 

알파타르트 작가의 네이버 웹소설 '하렘의 남자들'

'하렘의 남자들'은 재혼 황후를 연재한 알파타르트 작가의 작품으로 클리셰를 재밌게 깨부순 작품이다. 웹소설을 읽어보고는 싶은데 순문학만 읽어왔기 때문에 어떤 웹소설을 읽어야 할지 고민하다가 서사를 보고 선택한 작품. 아직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시작을 못했지만.

 

하렘의 남자들은 여황제 라트라실이 왜 자신은 한 남자와 결혼해야 하냐며 제국 최초의 하렘을 선언한 후, 역대 선황들은 후궁을 최소 5명에서 15명씩 두었으니 자신도 선황들처럼 최소 다섯 이상의 후궁을 두어야겠다고 선포한 서사다.

 

알파타르트 작가의 전 작품인 '재혼 황후'역시 황후가 재혼을 한다는 역발상을 이용했다.

 

황제가 후궁을 수십수백을 두는 건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중국에서도, 궁궐 안 후궁들의 암투와 신경전을 그린 작품은 무수히 많다. 알파타르트 작가는 그 뻔한 클리셰에 성별의 변화를 주어 변화를 이끌어냈다.

 

하나 더

그레고리 매과리어의 소설 '위키드'

브로드웨이에서 인기리에 공연되고 있는 '위키드'는 미국 소설가 그레고리 매과이어의 소설이 원작이다. 위키드는 '오즈의 마법사'가 시작되기 이전의 이야기를 다룬다. 원작을 보기 좋게 비틀어 서구권 사회의 가치관을 염세적으로 비판하는 작품을 만들었다.

 

오즈의 마법사에서는 이름조차 없는 위키드 서쪽 마녀를 주인공으로 정하여 감추어진 그의 과거를 그려낸다. 그저 나쁘게만 보였던 서쪽 마녀는 왜 그가 악해졌는지에 대한 당위성을 부여받았다.

 

 

다음엔 미장센과 오마주에 대한 글을 써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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