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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뜻 l 알프레드 히치콕 맥거핀 뜻 l 알프레드 히치콕

맥거핀 뜻 l 알프레드 히치콕

2020. 11. 2. 09:00Film

맥거핀 뜻 l 알프레드 히치콕

요즘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를 리뷰하면서 맥거핀에 대한 글을 올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영화 리뷰어로서 영화 용어를 총 정리하기도 했고, K-무비의 한 장르라고 봐도 되는 '신파'에 대한 글도 올렸던 터라 맥거핀의 뜻과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면 재밌는 글이 될 것 같아서였다. '히치콕' 하면 바로 '맥거핀'을 떠올리던 남자 친구에게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다.

 

인생은 타이밍이다. 요즘 즐겨 보고 있는 예능인 신서유기를 보다가 '맥거핀'이라는 자막이 딱 나오자 아차 싶었다. 아. 미루지 말걸! 

 

조금 늦었지만 '맥거핀'이 어떻게 고안되었는지 영화에서 어떤 장치로 사용되는지 이야기해보려고.

 

맥거핀 뜻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맥거핀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고안한 용어로 이야기에 동기를 부여하는 시발점이 되는 사건이지만 구체적으로 해결되거나 설명되지 않은 채 자연스럽게 희석되어 잊혀지는 장치를 뜻한다. 쉽게 말해 속임수나 미끼 정도로 이해하면 쉽다. 

 

이와 반대되는 장치라면 '복선'이 있을 텐데 복선은 추후에 큰 의미를 주는 장치이지만, 맥거핀은 속임수에 불과해 관객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좋은 시나리오는 복선과 맥거핀을 혼용하여 잘 배치한 작품이다.

 

맥거핀(MacGuffin)이라는 용어는 알프레드 히치콕의 작품 '해외 특파원(1940)'에서 암호명으로 처음 등장했다. 이 용어를 처음 고안해내고 영화 용어의 고유명사로 만든 건 히치콕 감독이지만, 이 기법은 고대 신화 등에서도 발견된다. 전통이 깊은 장치다.

 

맥거핀이 사용된 히치콕 감독의 작품

히치콕 감독의 대표 작품인 '사이코'에서 맥거핀 기법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알프레드 히치콕의 사이코(1960) 스틸컷

히치콕의 사이코는 (그가 매우 선호하는) 금발에 푸른 눈을 한 백인 미녀가 회사 돈을 횡령하면서 시작한다. 큰돈을 훔치고는 아슬아슬한 도주가 시작되는데 오토바이를 탄 경찰이 그를 계속 쫓는다. 처음 사이코를 보았을 땐 영화의 스토리를 전혀 모르고 보았기 때문에 "4만 달라에 해당하는 회사 공금의 행방이 어떻게 될까?"와 "경찰에게 결국 잡히게 될까?"가 가장 궁금했다.

 

아뿔싸. 사이코는 전혀 다른 서사를 이끌어나간다. 무언가 대단한 이야기가 될 것 같았던 돈의 행방은 금세 관객에게 흐릿해진다. 마더 콤플렉스에 다중인격자인 잘생긴 모텔 주인 '노만 베이츠'에게 이 미녀는 무참히 살해되기 때문이다.

 

영화 초반부의 시퀀스와는 전혀 다른 전개다. 예상치 못했던 순간을 맞았을 때 관객들은 더욱 당황하며 충격을 받는다.

 

그의 또 다른 작품인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에서도 맥거핀 기법을 찾을 수 있다.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1959) 스틸컷

히치콕의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는 뉴욕의 광고업자인 손힐(캐리 그랜트)이 갑자기 정부 요원으로 오인을 받고 괴한에게 납치된 서사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살인범 누명까지 뒤집어쓰는 상황에 처한다.

 

이 영화에서 맥거핀 기법이 사용된 것은 주인공인 캐리 그랜트를 경비행기가 줄기차게 쫓는 것이다. 갑자기 살인범의 누명까지 쓰면서 도망자 신세가 된 그는 자신의 결백을 밝혀줄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인 캐플란을 찾아야 하는데 갑자기 비행기가 미친 듯이 쫓아온다. 죽기 살기로 뛰지만 어찌 사람이 비행기보다 빠를 수 있겠는가.

 

이 경비행기는 캐리 그랜트를 쫓는 비행기가 아니라 그저 옥수수밭에 농약을 뿌리려던 경비행기다. 무언가 대단한 것 같았지만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이다.

 

복선만 있는 영화는 예상할 수 있어 재미가 떨어지고 맥거핀만 있는 영화는 개연성이 없어 허탈함을 준다. 우리 삶이 예상한 대로 흘러가지 않듯이 복선과 맥거핀이 적절히 배치된 영화가 가장 현실과 맞닿은 작품이 되는 것이다.

 

인생의 지루한 것을 잘라내고 남은 것이 '영화'라고 말했던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맥거핀 장치를 적재적소에 사용해 가장 현실성 있는 서스펜스 스릴러를 만들어 냈다. 그의 기법은 예상대로 되지 않고 예상하지 못했던 것들이 일어나는 우리 삶과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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