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1. 4. 17:01ㆍTV series
넷플릭스 스트레인저 시즌1 결말 후기 l We all have secrets
스트레인저 (The Stranger) 2020
감독 : 다니엘 오하라, 한나 퀸
극본 : 다니엘 브로클허스트
원작 : 할런 코벤의 동명 소설
출연 : 리차드 이미티지, 제니퍼 선더스, 숀 둘리, 데블라 키어완, 해나 존 케이먼
스트레인저 시즌1 줄거리
낯선 사람이 다가와 아내의 비밀을 말했다.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알 수 없다. 스스로 답을 찾으려던 애덤 프라이스는 결국 그의 탄탄했던 삶 전부가 송두리째 뒤흔들린다. 어디까지가 진짜인 걸까.
올해 초 국내 탑스타 배우들의 카톡이 공개되었던 적이 있다. 해킹범들은 막대한 돈을 요구했고 응하지 않을 시 카톡 대화를 공개해버리겠다고 협박했고 결국 그들이 나눈 대화는 대중에게 공개되었다. 배우라고 하면 스크린에서 보는 게 전부니 그가 얼마나 연기를 잘하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있어도 그의 인격이나 성품에 대해선 짐작하기가 어렵다.
점잖고 품위 있어 보였던 두 배우가 나누던 대화는 꽤나 충격적이었다. 사람들은 그들이 무슨 대화를 주고받았는지 어떤 사진을 주고받았는지에만 관심을 기울였고 그 이면에 대해 집중하려는 자들은 많지 않아 보였다. 타인의 사적인 대화를 공개하는 것은 범죄다. 단지 그들이 연예인이라고 해서 카톡 대화를 공개하는 것이 공익적인 목적이라 할 수 없다. 대체 누굴 위한. 무엇을 위한 공익이란 말인가?
이것은 비단 연예인에게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다. 최근 유튜브에서 인기를 얻는 인물의 사생활을 지나치게 악의적으로 파고드는 일이 있었다. '가짜 사나이'라는 콘텐츠로 인기 있다던 그의 이름이 자꾸 기사화돼 그 프로를 전혀 모르는 나까지 당사자의 이름을 익힐 정도였다.
스트레인저는 그런 우리에게 물음을 던진다. 온라인을 통해 알아낸 정보로 타인의 사생활을 침범하며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하는 것이 옳은가. 나는 옛날부터 랩탑의 카메라 부분에 스티커를 붙여놓고 사용한다. 조금의 위안을 주기 때문이다. 혹자는 본인이 떳떳하기만 하다면 남들에게 공개돼도 어떻냐는 의견도 있던데, 난 내 사생활이 공개된다고 해서 크게 문제가 될 인생을 사는 사람은 아니다. 다만 나의 아주 티끌같이 사소한 것이라도 공개되는 걸 원치 않는다.
우린 모두 비밀이 있다. 그리고 그 비밀은 존중받아야 한다. 스스로가 아닌 타인에 의해 개인의 비밀이 악의적으로 공개되는 것은 엄연한 범죄다.
※ 넷플릭스 스트레인저 시즌1의 결말과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며 개인적인 글입니다.
누굴 믿는 거야?
무척 편안하고 안락해 보이는 삶이다. 말썽 피우지 않는 두 아들. 변호사로서 탄탄한 커리어. 교외의 고풍스러운 집. 아름답고 자애로운 부인까지. 그런 애덤의 삶은 갑자기 찾아온 낯선 여성 때문에 두 동강이 났다.
2년 전 임신과 유산을 겪었던 부인 '커린'이 사실 모두 자작극이라는 엄청난 소식을 전했거든. 내가 가장 화가 났던 건 애덤의 태도였다. 두 아이를 낳아 함께 키우고 함께 지낸 세월은 20년에 다다른다. 그 믿음이 고작 낯선 타인에게 들은 소식으로 깨질 만큼 종잇장처럼 가볍다는 것이 화가 났다.
낯선 스트레인저가 "당신 부인 임신했던 거 다 거짓말이야."라는 말을 듣고 부인에게 직접 사실을 물어보는 대신 그는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타인이 알려준 정보를 토대로 조사했다. 부인에게 직접 물어보면 될 일이었다. 그 어처구니없는 소리의 진실을 알고 싶었다면 온당 그랬어야 했다. 그 오랫동안 부부로 함께해 온 부인과의 신의가 그만큼 밖에 안 된다는 것이 날 무척 분노하게 했다.
애덤은 모든 것을 부정하기 시작했다. 하물며 커린에게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아이가 맞는지 물었다. 애덤의 태도는 너무나도 과했다. 무엇이 그렇게 분했을까. 커린은 애덤의 비밀을 알고 있었지만 말하지 않았다. 애덤은 커린의 비밀을 있는 대로 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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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무슨 대단한 조직의 일원인가 했다. 갑자기 귀신처럼 나타나서 사람을 뒤흔들 정보를 건네주고는 어마어마한 액수를 요구하며 홀연히 사라지는 그들이.
그들은 그저 사람들의 비밀을 담보로 돈을 버는 자들이다. 그 사람의 상황과 형편에 맞춰 감당할 수 있는 돈을 요구한다. 이미 그의 자산까지도 파악하고 있는 것인지 전재산을 몽땅 털면 충당할 수 있는 금액을 요구한다. 한편으론 어느 정도의 융통성과 인정머리가 있는 범죄자다.
애덤에게 아무 조건과 대가 없이 커린의 거짓 임신 소식을 알렸던 그는 다른 이들에게는 비밀을 담보로 돈을 요구해 돈을 벌고 있다. 그 돈벌이가 꽤나 짭짤했던 모양이다. 악의적으로 계속 돈을 벌고 있는 걸 보면.
퇴폐앱에서 스폰서를 구해 데이트와 잠자리를 제공하며 돈을 벌고 있던 대학생 킴벌리를 찾아가는 대신, 그의 엄마인 '하이디'를 찾아갔다. 그가 실질적으로 돈을 줄 수 있는 인물이니까. 딸아이가 올린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말하는 그들에게 엄마가 무얼 할 수 있을까. 그들이 요구하는 1만 파운드를 어떻게든 준비하는 수밖에.
스트레인저들은 '당신의 알 권리'라고 말했다. 그 오랜 기간 동안 딸을 뒷바라지 해왔으니 엄마로서 당연히 알아야 하는 거라고. 애덤에게 커린의 소식을 전할 때도 스트레인저는 "당신이 알아야 하는 거잖아요."라고 말했다.
"You just created another one"
미케일라는 남자 친구가 자신과 관계하는 동영상을 유포해버려서 모든 사람이 그 영상을 보게 됐다. 당연히 그 남자와 헤어졌고 그런 자신을 위로해주던 친구와 사랑에 빠져 약혼식을 올렸고 곧 결혼할 예정이다.
스트레인저는 미케일라 앞에 나타나 동영상을 유포한 건 전 남자 친구 데이비드가 아니라, 당신의 약혼자 '마커스'라고 진실을 말해줬다. 아마 스트레인저는 미케일라에게 대가 없이 '선의'로 진실을 일러줬을 것이다. 자신을 구렁텅이에 빠진 사람과 결혼하려는 그릇된 선택을 막게 해주고 싶어서.
- Now you can expose his secret.
- You didn't reveal a secret. You just created another one.
- 약혼남 비밀 폭로해야죠.
- 당신은 비밀을 폭로한 게 아니에요. 하나 더 만든 거죠.
약혼남이 자신의 동영상을 유출한 걸 알았어도 미케일라는 그를 떠나지 않았다. 그런 일까지 벌일 정도면 자신을 무척 사랑하고 원한다는 방증이니 그의 곁에 있을 거라 말했다. 아마 미케일라는 자신이 진실을 알고 있단 사실을 약혼남에게 말하지 않을 것이다. 스트레인저는 미케일라에게 평생 안고 가야 할 하나의 비밀을 만들어 준 셈이 됐다.
"타인을 위한 진심 어린 마음이라고 해도 원하지 않는 '진실'을 덥석 안겨주는 것이 옳은 것일까"란 생각을 했다. 상대를 위한 마음이라 해도 알고 싶어 하지 않을 진실을 알려주는 게 옳을까. 그게 맞는 걸까.
커린이 거짓 임신과 유산을 연기했던 이유
2년 전. 애덤과 커린의 결혼생활은 무척 위태로웠다. 애덤의 파트너 변호사와 애덤의 관계가 심상치 않았다. 외도다. 애덤의 아버지는 그가 어렸을 때 엄마를 두고 다른 부인과 외도했다. 아픈 엄마를 간호하며 아빠 없이 엄마와 함께 살아온 애덤이다. 아빠처럼 변호사가 되었지만, 절대로 그처럼 살지 않겠노라 어렸을 때부터 수없이 다짐했을 것이다.
그랬던 그가 아빠의 행보를 똑같이 밟고 있다는 걸 인지했을 때 스스로 꽤나 혐오스러웠을 것이다. 그런 그의 행동을 막아준 건 커린의 갑작스러운 임신이었다. 자신 때문에 유산했다는 죄책감이 대단했을 거야. 애덤과 커린의 관계는 다행스럽게도 회복되었다.
난 커린이 거짓 임신을 연기했다는 것보다, "'왜' 그가 거짓 임신을 연기한 걸까"에 대한 이유가 궁금했다. 커린은 똑똑하고 영리한 여성이다. 고등학교 교사인 그는 학생들의 투표로 받을 수 있는 인기상을 수여받을 만큼 학생들과의 유대관계가 깊고 말이 잘 통하는 선생님이다. 그가 아이들의 엄마로서, 남편의 부인으로서는 얼마나 훌륭했었는지는 더 말할 것이 없다.
그런 그가 상식적이지 않은 행동을 했다면, 그 행동 저변에 분명 무척 타당하고 정당한 이유가 숨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커린은 무서웠을 것이다. 이대로 남편을 잃게 될까 봐. 사랑하는 두 아들과 남편과 지내는 이 행복한 일상이 깨져버리게 될까 봐. 자꾸만 멀어져 가는 남편의 마음을 잡아보려 지푸라기라도 잡아보는 심정으로 그가 선택한 건 임신을 연기하는 것이었다. 커린의 행동이 옳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다만 난 그렇게까지 했던 커린의 이유가 몹시 가엾다는 것이다.
부모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이 정당화될 수 있을까
스트레인저가 8개의 에피소드로 표현하고 있는 이슈들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모든 것을 다 이야기하는 것은 무리여서 몇몇 개만 다뤄볼까 한다.
스트레인저엔 스트레인저의 정체를 파악하고자 고군분투하는 이가 있다. 경찰이면서도 기업가의 개 노릇을 하는 인물이라고 하면 되려나. 그런 '카츠'에게도 최소한의 당위성이 주어지는데, 그의 딸이 아프다. 병원에 데려가도 이유를 알 수 없다. 그가 뒤를 봐주고 있는 기업가는 어쩌면 딸아이의 병을 낫게 해 줄 수 있는 존재다. 경찰 월급으로 아이 치료비를 대기도 빠듯한데 그를 도와주면 자신의 딸을 조건 없이 치료해준다는 약속을 받았다.
난 가끔 부모라는 게 무엇인가 생각한다. 부모가 되어보아야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테지만 말이다. 이것은 다른 얘기지만 내 최애 미드인 '홈랜드'는 굉장히 재밌는 설정이 있다. 홈랜드의 초반 시즌에는 중동과의 대결 구도로 이루어지는데 그때 고위급의 아프가니스탄 인물을 잡아와서 테러 정보를 말하라며 압박하면 "내가 말할 줄 알아? 차라리 날 죽여!"라고 아주 강골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주인공인 캐리가 자식들의 사진을 들이밀면서 "당신 자식 미국에서 학교 다니고 있잖아? 당신이 말 안 하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학교에다 말할 거야. 당신 자식은 학교에 테러리스트 자식이라고 소문이 다 날 거고 학교에서도 자퇴시키겠지. 참 재밌겠네 그렇게 되면. 어떻게 할래?"라고 말하면 마지못해 순순히 정보를 말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그렇게도 싫다면서 자식 교육은 미국에서 시키는 아이러니는 둘째 치고, 차라리 죽이라면서 정보를 말 안 해주다가 자식을 걸고넘어지면 순순히 테러 정보를 고백하는 그들이 참 재밌더라고.
카츠는 딸을 살리고자 하이디를 죽였다. 얼마나 더 많은 인물이 살해되든 말든 관심 없다. 그의 딸만 지키면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카츠의 딸은 아픈 곳이 없다. 그의 엄마가 딸아이에게 조금씩 쥐약을 먹여와서 이유 없이 오랫동안 아팠던 것이다. 대리 뮌하우젠 증후군이다.
* 대리 뮌하우젠 증후군
스스로 아픈 척을 해서 타인의 관심을 받아내는 '뮌하우젠 증후군'과 달리, 누군가 아픈 사람을 정성스레 간호하면서 타인의 관심과 애정을 받는 것을 즐기는 증후군이다. 아픈 대상이 없다면 고의적으로 아프게 만들어 간호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한다.
카츠는 결국 자신이 저지른 모든 죄가 밝혀져 죗값을 치르게 됐다.
스트레인저 시즌1 결말
남편과의 대화 후 가출한 줄 알았던 '커린'은 결국 주검으로 발견됐다. 집에 들어오지 않은 날. 그 전날부터 이미 카린은 유명을 달리했다.
반전이라고 하면 반전이 될 수도 있을 텐데, 커린을 죽음에 이르게 한 건 애덤의 이웃이자 절친인 '더그'다. 축구회비를 횡령한 것도 더그였다. 그깟 공금 횡령 사실을 알리겠다 했다고 사람을 죽였다. 자신의 추악한 비밀을 지키려고 타인의 비밀을 들추어냈다.
스트레인저와 애담이 이복동생이라는 설정은 조금 으악스러웠다. 굳이 이런 무리수를 둘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쌍팔년도 한국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소재잖아.
스트레인저는 애덤을 지키고자 총을 대신 맞았다. 이후 병실에서 당신과 나의 아버지가 같다는 말은 조금도 감동스럽지 않았고 흥미롭지도 않았다. 애정 있는 아버지도 아니고 자신의 존재조차 모르는 아버지인데 그런 아버지의 자식이라고 혈연이라는 유대감이 생겨 이복오빠를 진심으로 위하는 마음이 생기게 된다는 건가.
더그를 살해한 애덤과, 그런 그의 살인을 은폐해준 그리핀 경사는 가장 큰 비밀을 공유하게 됐다. 세상 모든 비밀을 없애고 싶어 폭로를 시작했다는 스트레인저의 의도와는 다르게 세상에 크고 작은 비밀을 더 만들어냈다.
우린 모두 비밀이 있다.
스트레인저 시즌2
시즌2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에서도 스트레인저 시즌2 컨펌 소식을 발표하지 않았다. 원작 소설의 작가인 할런 코벤 역시 스트레인저 속편을 만들지 않겠다고 말했다.
원작 소설을 읽어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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