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1. 25. 15:11ㆍTV series
크레바스 결말 뜻 줄거리 l 온몸이 으스러질 것을 알고도
KBS 드라마 스페셜 크레바스
연출 : 유관모
극복 : 여명재
출연 : 윤세아, 지승현, 김형묵
※ 크레바스의 결말과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당장이라도 뛰어내리려는 남자를 온몸으로 붙잡아 막아선 이의 사연이 궁금했다. 그 둘의 관계가 궁금했다. 형수라고 부르는 것을 보고 아차 싶었다. 형수와의 사랑이라니 이건 터부시 되는 거잖아.
크레바스는 부인이 산후우울증을 앓다가 음주운전으로 사망하고 딸아이와 세상에 남겨진 남자 임상현(지승현)과 겉으로 보기엔 모든 걸 영위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전부가 곪아버린 삶을 살고 있는 우수민(윤세아)이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퍽 현실적이었다. 조금의 낭만도 찾아볼 수 없었다.
수민과 상현이 하고 있는 사랑이 진심이라면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혼자된 도련님이 안쓰러워 반찬을 챙겨주고 아이의 작아진 옷을 눈여겨보았다가 대신 건네주고. 그저 형수의 도리를 하려 했던 수민을 흔들리게 한 건 분명 상현이었다. 상현의 상황을 감안해도 이것은 상현의 잘못이다.
난 수민이 무척 위태롭다고 느꼈다. 한 집에서 살지만 남편과 수민은 같은 공간을 공유하지도. 시간을 공유하지도 않는다. 외국에서 유학하는 아들아이는 이번 방학도 한국에 들어오지 않는다 했다. 이미 아빠와는 이야기가 되었다고. 아들이 한국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은 그 가족에겐 중대사인데 부인에게 말 한마디 없는 거 하며. 조금도 부인을 존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제목인 '크레바스(crevass)'는 빙하에 형성된 깊은 균열을 뜻한다. 1미터 2미터 사이의 틈은 무려 10미터 이상으로 수백 미터에 달하는 것도 있다. 눈 때문에 윗부분이 가려지기 때문에 식별하기가 어렵고 크레바스인 걸 모르고 빠지게 되면 사망하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수민은 혼자다. 로프로 서로의 몸을 묶어 크레바스에 대비하는 산악인들과 달리, 수민은 혼자의 몸으로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히말라야에서 겨우겨우 한걸음 내딛으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다. 그러다 수민은 크레바스에 빠져 버렸다. 위태위태하게 한걸음 내딛으며 하루하루를 견뎌내던 수민은 방심한 나머지 크레바스에 빠져 버렸고 온몸이 으스러지는 고통을 느껴야만 했다. 이 드라마의 이름이 크레바스인 이유가 이것이리라 생각했다.
처음엔 왜 수민이 그렇게까지 할까 싶었다. 그렇게까지 간절했구나.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자신이 없으면 안 되는 사람이. 자신의 존재에 의미를 가지는 사람이. 지금의 남편에게서, 지금의 아들에게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없으니 자신의 도움을 무척 필요로 하던 이들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었구나.
자신의 상황을 이해해 달라던 상현에게 모두 다 이해하겠노라 말했던 수민. 형에게 모두 말해버리라며 너한테 협박당하느니 개ㅆㄹㄱ취급받고 사는 게 낫다며 딸이랑 같이 이민 가버리면 그만이라고 말하자 자기가 다 잘못했으니 찾을 수 없는 곳으로 떠나지 말라고 애원하듯 말하던 수민.
수민에겐 모든 것이 진심이었고, 상현에겐 잠시 현실을 잊으려던 돌파구였다. 애초에 깊거나 대단한 사랑이 아니었다. 그 사랑은 수민에게만 대단한 것이었다. 그것이 날 무척 슬프게 했다.
부인의 외도를 눈치챈 남편은 수민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돈을 안 벌어다 줬어? 노름빚이 있어? 내가 널 때리기를 했어? 술집 몇 번 갔던 거? 남들도 다 그러고 살아. 내가 너한테 뭘 그렇게 잘못했니?"
수민의 일탈이. 수민이 크레바스로 빠진 이유를.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던 남편의 태도.
난 차라리 수민의 남편이 동생과 수민의 외도를 끝끝내 모르는 것이 시나리오상 더 좋을 거라 생각했다. 예기치 않게 남편이 상현의 집에 있던 사진을 보고 수민이 입고 다니던 옷이 상현의 죽은 부인의 옷이었다는 걸 보고는 수민의 외도를 알아버렸다. 그 뒤에 상현과 수민의 남편의 이야기를 더 보여줬더라면 막장 스토리가 됐을 터인데, 다행히도 그런 질퍽한 이야기는 더 보여주지 않더라.
그 둘의 관계가 한순간의 꿈이었음을 직시하고 돌변해버린 상현에게 수민은 미저리 같은 모습을 보인다. 무단으로 출근하지 않고 아이를 납치하다시피까지 하니까. 그 모든 상식적이지 않은 행동이 이상하게 미어지더라.
대체 왜 이렇게 세련되고 교육받은 여성이 이렇게까지 타인의 사랑을 갈구하는 건지.
남편과의 이혼 후 한적한 시골 학교에서 영양사 일을 하는 것 같았던 수민은 아마 그곳에서 삶을 마감하는 것 같았다. 크레바스에 한번 빠지면 온몸이 으스러져서 살아남아도 올라올 수 없다고 한 것처럼. 수민은 그곳이 크레바스인 걸 알고도 발을 디뎠다.
그에게 상현과의 사랑은 온몸이 으스러지는 고통은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을 만큼 절실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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