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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 1993 l 인간이 제일이라는 오만 청사 1993 l 인간이 제일이라는 오만

청사 1993 l 인간이 제일이라는 오만

2020. 11. 17. 10:00Film

청사 1993 l 인간이 제일이라는 오만

청사 (Ereen Snake) 1993
감독 : 서극
주연 : 장만옥, 왕조현
청사 줄거리

천년 동안 수련한 백소정과 오백 년 동안 수련한 소청은 인간이 되기 위해 속세로 왔고 백소정은 허생에게 반해 그를 유혹하여 결혼하였다. 속세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인간의 정이나 마음 역시 알지 못하는 소청은 본능에 따라 마음대로 행동한다. 불심이 깊은 법해 스님은 요괴와 인간에 대한 구분이 매우 철저하며 자신의 판단에 절대선이라고 믿는 인물이다. 요괴라는 이유로 백소정과 소청은 그의 표적이 되었고 허생 역시 요괴와 사랑을 나누었단 죄로 불문에 귀의되는 것을 억지로 강요당한다. 허나 요괴라고만 생각했던 백소정이 오랜 수련 끝에 사람이 되어 허생의 아이를 낳고 자신 대신 아이의 목숨을 살려달라 애원하는 걸 보자 법해는 자신의 가치관에 대해 큰 혼란에 빠진다. 인간의 정이라는 건 무엇일까.

※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갑자기 오래 전의 홍콩영화를 본 이유는 얼마 전 보았던 백사: 연기의 시작 때문이었다. 중국 송나라 때의 설화인 '백사전'을 각색하여 만들어진 애니 백사전에서 소백과 아선의 사랑에 깊이 감복하였거든. 오래전 중국 전설에 매혹된 나는 그와 관련된 다른 작품이 전부 보고 싶어 졌다.

 

모든 설화가 그렇듯 백사전도 여러 가지 판본과 다양한 결말이 존재한다. 난 기존의 작품을 다른 작품으로 만든다면 원작을 그대로 살려내는 것보다 감독의 재량껏 약간의 변주를 준 작품을 좋아한다. 이번에 리뷰할 청사 역시 전통적인 백사전과는 조금은 다른 서사다.

 

청사는 청사라는 이름답게 백사인 백소정이 아니라 청사인 소청의 시선으로 그려진 작품이다. 백사와 청사는 늘 붙어 다니지만 1000년을 수련한 백사와 500년밖에 수련하지 못한 청사는 무척 다른 모습을 보인다. 인간의 정을 알고 인간의 맘을 지닌 백소정은 천년의 시간 동안 수행했기에 눈물을 흘릴 줄 알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내걸 줄 알지만,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고 감응할 수 없는 청사는 제 맘대로 눈물 한 방울 조차 흘릴 수 없다.

 

귀신같지만 귀신 아니고, 눈물 흘리는 소청

영화 '청사'는 인간인 허선과 요괴인 백소정의 사랑에 포커스를 맞춘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 맘을 알지 못하던 청사가 언니 백소정의 죽음과 형부 허선의 죽음을 겪게 되면서 비로소 인간의 정과 사랑이란 감정을 헤아리게 되는 서사다.

 

언니를 위해 허선을 찾아오겠다 결심한 청사의 눈에는 억지로 억지로 짜내도 나오지 않던 눈물이 비로소 흘러내린다.

 

법해스님

청사에서 메인 빌런을 꼽으라면 뱀 요괴인 백소정이나 소청이 아니고. 그런 요괴에게 마음을 뺏겨버린 허선이 아니고. 불심이 높고 자신의 말이 곧 부처님의 말이라도 되는 것 마냥 스스로를 절대 선이라고 믿고 있는 법해 스님이다.

 

멀쩡히 잘 살고 있는 사람이 요괴와 사랑에 빠졌다고 속세인을 데려다가 감금하고 억지로 귀의시키려 하며 부인과 생이별시키는 건 무슨 경우인가.

 

두 발 달린 사람이라고 모두 선하지 않고 꼬리가 하나인 요괴라 할지언정 모두 악하지 않은데 어찌 종교에 귀의한 사람이 요괴보다 못한 편협함을 보인단 말인가.

 

원작과 달리 법해스님은 청사에서 속세적인 모습을 지녔다. 젊고 미남인 법해스님은 불법이 매우 높지만 여성을 보면 욕구가 생기고 반응하는 사람이니까. 그것을 다스리려 청사인 소청과 대결을 하기도 하지만 소청이 이겨버리자 모든 판을 엎어버리는 비이성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신선 남극선옹조차 죽은 허선을 살리고자 하는 백소정의 사랑에 감복하여 영지초를 선뜻 건네주었는데 말이다.

 

소청은 언니인 백소정이 사망한 걸 인지하자 허선을 죽였다. "언니 곁으로 가세요."라는 말과 함께. 허선이 미워서 괘씸해서 죽였다기보단 그 둘의 사랑이 깊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허선을 위해 죽인 것이다. 혼자 남겨진 허선이 살지 못할 것을 알아서 한 선택이다.

 

형부인 허선을 죽이고 소청은 인간 세상에 깊은 회의감을 느끼고는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간다.

 

이번 리뷰의 제목을 '인간이 제일이라는 오만'이라고 붙인 이유는 법해 스님의 옹졸함도 있지만, 애초에 백사전이라는 설화가 매우 인간 중심이라서 그렇다. 왜 어째서 거미고 뱀이고 여우고 몇백 년 몇천 년을 수행하여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걸까? 정작 그들은 지금의 모습이 매우 만족스럽고 인간 따위 되고 싶지 않을 수도 있는데.

 

왜 인간은 인간이 최고라고 생각하며 다른 동물들이 기꺼이 인간이 되고 싶을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며칠 전 남자 친구와 재밌는 이야기를 했다. 난 고양이를 키우는데 항상 용변을 보고 흙으로 덮고 스스로 그루밍을 하는 우리 애들을 보면서 고양이라는 동물의 특성이 깔끔하고 청결하다고 생각해왔다. 알고 보니 먹잇감들이 배설물 냄새를 맡고 멀리 도망갈까 봐 냄새를 숨기기 위해 흙을 덮는 것이었고, 그루밍 역시 자신의 냄새가 퍼져 먹잇감이 도망갈까 봐 하는 것이었는데 말이다.

 

그때 생각했다. 사람이 참 자기 멋대로 생각하는구나. 사람의 기준에 맞춰 다른 생명체를 판단하는구나. 이건 아주 빙산의 일각이고 꽤 많은 것들은 내 기준으로 판단하여 살아왔을 것이다. 나는 과연 법해보다 나은 인간일까.

 

백소정과 허선이 죽음으로 함께하게 되는 비극적인 결말이었지만 난 이 비극적인 결말이 그런대로 좋았다.

 

아이를 낳던 임산부를 도와주었고, 마을에 난 홍수를 법력으로 진정시켰고, 허선과 함께 약방을 열어 많은 사람들을 도왔던 백소정은..

 

분명 다음 생엔 허선과 함께 인간으로 태어나 함께 못다 한 삶을 살 테니까. 적어도 난 그렇게 믿기로 했다.

 

그 옛날 왕조현 님은 요괴 전문 배우였나 보다. 천녀유혼에 이어 청사에서도 요괴 역할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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