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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해자에게 결말 김대건 l 나와는 다른 어른이 되어줘 나의 가해자에게 결말 김대건 l 나와는 다른 어른이 되어줘

나의 가해자에게 결말 김대건 l 나와는 다른 어른이 되어줘

2020. 11. 30. 17:31TV series

나의 가해자에게 결말 김대건 l 나와는 다른 어른이 되어줘

KBS 드라마 스페셜 2020 - 나의 가해자에게
연출 : 나수지
극복 : 강한
출연 : 김대건, 문유강, 우다비, 이연, 한상진
나의 가해자에게 줄거리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학교를 꿈꾸며 4년째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송진우가 과거 자신을 괴롭혔던 학교폭력 가해자인 유성필 교사를 동료로 맞이하게 되며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그린 이야기다.

※ 나의 가해자에게의 결말을 포함하고 있으며 개인적인 글입니다.

 

 

가끔 그런 기사를 본다. 유명 아이돌이나 인플루언서가 과거 학폭 가해자라는 것이 밝혀져서 곤란해지는 경우가.

 

안일한 생각을 했었다. 학창 시절에 몇 번 괴롭힘 당한 건 성인이 되면 금세 잊지 않을까 하고. 학폭 당사자들이 쓴 글을 읽고선 알았다. '그들은 단 한순간도 잊은 적이 없구나. 잊을 수가 없는 것이구나. 나를 괴롭혔던 자가 이미지가 세탁돼 만인의 사랑을 받는다는 것이. 각종 매스컴에서 의도치 않게 가해자의 소식을 듣는다는 것이 퍽 끔찍했겠구나.'

 

세상은 정의롭지 않다. 개인의 성공은 정직함과 선함에 비례하지 않는다. 비정하게도.

 

'나의 가해자에게'가 어떤 느낌이었냐면, 꼭 김애란의 소설 같았다. 잘 짜인 비극적인 순문학 같은 느낌이 났다. 좋은 결말을 기대하고 보지 않았다. 이 작품은 지나치게 범속했고 잔인했기 때문이었다. 현실에서도 이런 결말이 있을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남는다.

 

송진우 교사는 성실한 사람이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최선을 다해서 행하는 인물. 사람이 좀 요령도 피우고 눈치껏 해야 하는데. 매사 너무 열심히 하는 사람은 그것 만으로도 타인의 타깃이 된다. 절실한 것조차 웃음거리가 되는 세상이니까.

 

처음엔 왜 송진우가 교사가 되려 하는 건지 궁금했다. 그에게 학교라는 공간이 지긋지긋할 것 같아서. 10대 때 괴롭힘 당했던 것들이 계속 생각날 텐데 왜 교사가 되려 하는 걸까 하고. 그가 교사가 되려 하는 이유가 있었다. 자신과 같은, 가해자와 같은 인물이 없던 학교를 만들고 싶어서.

 

4년 동안 착실히 교사직으로 근무하는 것보다, 이사장의 딸아이에게 잘 보이는 것이 정직원 교사가 되기에 훨씬 더 그럴듯하다는 설정이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학교 선생들이 이사장 딸에게 벌벌 기며 잘 보이려고 애쓰는 것을 보면 코미디가 따로 없다.

 

학교라는 공간은 작은 사회와 같다. 무척 폐쇄적이고 그 작은 공간에서는 명징한 힘의 차이가 발생한다. 만만하지 않단 소리다. 박희진에게 학교는 작은 왕국과 같다. 자신의 맘대로 뛰어놀 수 있는 공간. 다들 제 발밑에 있으니까.

 

어쩌면 학생들이야 어려서 그렇다고 쳐도, 도움을 요청했을 때 마땅히 도와줘야 할 어른인 선생님이 침묵한다는 것이 아이를 더 무력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그것은 마지막 보루까지 허물어버리는 것이니까. 송진우 교사는 학교폭력 피해자임에도 선생님과 학교의 침묵으로 스스로가 전학을 가야 했다. 정작 가해자는 기억도 못한다는 것이 아이러니지만.

 

학폭 가해자가 공부 못하고 가난하다는 것도 다 옛날 소리다. 부족한 것 없이 자란 부잣집 가정의 아이일 거고 공부도 곧 잘할 것이다. '나의 가해자에서'에 나왔던 이사장 딸인 박희진이 그런 학폭 가해자를 잘 드러낸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예쁘고 똑똑하고 유복하고 권력도 있고. 유성필 교사도 마찬가지다. 

 

은서가 괴롭힘 당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어도 애써 모른척하는 송진우의 마음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었다. 이미 충분히 도움을 요청했지만 제 뜻대로 되지 않자 은서는 체념하는 것을 택했다.

 

박희진이 원하는 대로 머리를 노랗게 염색했고 담배를 지니고 다녔다. 선생님에게 우유를 쏟아부었다. 은서는 한편으론 영리한 친구다. 그것이 그 애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니까. 그 애에게 반기를 드는 것보다 순순히 따르는 게 훨씬 낫기 때문이다.

 

송진우 교사는 자주 고등학생의 자신을 떠올렸다. 몸은 다 커서 어른이 되었는데 그의 맘 깊숙한 곳에는 괴롭힘 당하고 주눅 들어있던 고등학생 송진우가 자리하고 있어서였다.

 

결국 학교를 자퇴하려는 은서에게 송진우 교사는 이렇게 그만두게 되면 지금의 그 아이가 늘 너를 따라다닐 거라고 말했다. 그러니 나와는 다른 어른이 되어달라고.

 

송진우 교사의 진심 어린 이야기를 듣고 반 아이들은 송진우 교사의 편에 서기로 결심한 모양이다. 침묵하는 그 마음도 얼마든지 이해한다. 은서가 자퇴하자 그 자리는 금세 다른 아이로 대체됐고 그 아이가 사라지면 또 다른 아이에게 대체될 테니까. 모른척하는 것이 자신의 안위를 지키는 가장 안전한 방법일 테니까.

 

결말이 참 마음에 들었다. 반 아이들이 송진우 교사의 뒤에서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 같은 그 연출이 좋았다. 학생들의 뒤엔 고등학생의 송진우 교사도 함께 있었다. 박희진의 학교 폭력 신고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 없지만 은서는 송진우 교사와 같은 어른으로 성장하지 않을 것이며, 이제 더 이상 송진우 교사 안에 학교 폭력 피해자 송진우 학생은 자리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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