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3. 30. 02:00ㆍBook
부제가 재밌다.
시작의 기술 (침대에 누워 걱정만 하는 게으른 완벽주의자를 위한 7가지 무기)
부제로 뼈 때리기
※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의 리뷰입니다
꼭 나한테 하는 말 같잖아. 게으른 완벽주의자를 위한 책. 아니나 다를까. 책을 읽는 내내 작가에게 혼나는 기분이었다.
나는 무슨 일이든 시작하는 것에 어려움이 많은 사람이다. 게으른 완벽주의자. 실행력 꽝. 뭐든 완벽히 준비되지 않으면 하지 않으려 한다. 어중간하게 할바엔 아예 안 한다. 지는 게 싫다. 지금은 차차 고쳐가려고 하고 있고 실제로도 많이 바뀌었으나 그래도 여태 이렇게 살아왔는데 그게 쉽게 바뀌겠나. 갈 길이 멀다.
몇 년 전 친구가 나에게 팟캐스트를 해보지 않겠냐며 권유를 했다. 친구는 나에게 "ㅇㅇ야. 너는 책도 많이 읽고 목소리도 좋으니까 팟캐스트 해보면 어떨까? 맘에 들었던 구절을 읽어주고 그 부분이 왜 좋았는지 설명도 해주면 너무 좋을 것 같은데. 아무도 안 들으면 어떡하지 고민하지 말고 해 봤으면 좋겠어. 시작만 하면 올릴 때마다 오빠가 가장 먼저 들을게. 약속해."라고 말했다. 나는 고민을 조금 하였으나 용기가 나지 않아서 결국엔 하지 못했다. 목소리뿐인데도 어딘가에 내 목소리가 올라간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부끄러운 데다가 결과가 좋지 않으면 어떡하지(=아무도 듣지 않으면 어떡하지) 생각이 너무 강해서. 이건 한 사례일 뿐이다. 난 살면서 비슷한 짓을 많이 해왔다.
빨강머리 앤에서 스테이시 선생님이 앤한테 했던 말이 있다. "우린 누구나 얼마쯤 잘못을 저지르며 살아가고 있어. 잘못을 뉘우치고 그걸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거야. 과거의 잘못에 너무 집착하는 건 옳지 않아."
The Beguiled에서도 비슷한 말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인생의 대부분을 허비하고 산다." 그래. 이렇게 오래된 소설책에도 나오는 말이니 나만의 문제는 아니지.
그 누구도 만만한 인생을 산 사람은 없을 거다. 후회 없는 인생을 산 사람도 없을 거다. 완벽한 인생을 산 사람도 없을 거다. 앞으로의 미래가 꽃길로 보장된 사람도 없을거다. 그런 우리에게 작가는 묻는다. "그래서 어쩌라고? 응. 너 인생 쉽지 않았던 거 알겠어. 너 미래가 많이 두려운 거 알겠어. 실패하기 싫은 거 알겠어. 근데 어쩌라고?"
당신을 둘러싼 인생의 여건이 아무리 힘들고 어렵고 버거워도 결론을 가장 크게 좌우하는 것은 그 환경을 이해하고 대처하는 당신의 태도다. 다시 말하지만 해답은 여러분밖에 있지 않다. 해답은 여러분 안에 있다.
당신은 이대로 사는 게 그런대로 참을 만한 게 틀림없다. 과거라는 드라마로부터 내가 해야 할 과제(혹은 뭐가 되었든 당면한 문제)를 분리시키고 나면, 더 열린 태도로 문제를 대할 수 있다.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 문제의 핵심으로 직진할 수 있다.
"누구나 마음속에서 일을 크게 키운다. 실제보다"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은 사하라 사막을 횡단하는 것처럼 힘든 일이다. 만약 당신도 이런 경우라면 과제를 여러 개에 의지 표명으로 작게 쪼개라. '일어난다' '침대에서 나온다' '이메일을 열어본다'처럼 말이다.
저자는 독자에게 '인생 너만 힘든 줄 알아? 다 힘들어. 너 힘든 건 힘든 것도 아니야.' 이런 식의 후려치는 말을 하는 게 아니다. 그럼에도 살라고 말하는 거다. 스스로 한계를 그어놓고 스스로에게, 남들에게, 인생에 대해 내려놓았던 독자들에게 마땅히 가져야 했던 것을 찾으라고 말하는 거다. 그 이유가 과거든, 이유든, 불가피한 상황이든. 어떤 것이든지 간에.
좋았던 나빴던 모든 문제를 끄집어내고 당신이 직면했던 모든 문제를 결국에는 극복했다는 사실을 기억해라. 그중 많은 기억이 지금 겪고 있는 일과 아주 비슷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신은 잊었고, 찾아냈고, 견뎠다. 당신은 성장했고, 다시 시작했다. 지금 돌아보면 어떤 일은 그냥 바보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당신은 그 모든 것을 이겨낼 것이다.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그래서 나는 시작의 기술을 다 읽고 게으른 완벽주의자에서 벗어나 뭐든 다 시작하게 되었냐고? 당연히 아니지. 하지만 조금씩 시작해보는 중이다. 모든 일에 다 완벽할 필요는 없다고 스스로 주문을 걸면서 망해도 된다고 생각하면서 조금씩 게으름에서 벗어나고 있고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나는 원래 배움이 늦다.
마지막으로 시작의 기술의 추천사를 하나 소개하고 싶다.
3년 전 막내딸을 잃고 나는 스스로 삶이라는 경기를 포기했다. 딸아이는 곧 여섯 살, 나는 서른세 살이었다. 하지만 이 책 덕분에 비로소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순간순간 딸이 그립겠지만 이제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문제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내 앞에 놓인 현재와 미래에 책임감을 느낄 수 있게 해 준 저자에게 매우 감사한다. 마침내 긴 낮잠에서 깨어난 것 같다. 개리. 모닝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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