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2. 11. 16:00ㆍFilm
영화 더 콜러는 이충현 감독의 콜과 무엇이 다를까?
더 콜러 (The Caller) 2011
감독 : 매튜 파크힐
주연 : 레이첼 르페브르, 스테판 모이어, 루이스 구즈만, 에드 퀸, 로나 레이버
더 콜러 줄거리
메리는 폭력적인 남편과 이혼한 후 급하게 집을 구했다. 새로운 장소에 정착하여 이웃과도 가까워지고 대학에 다니며 조지와도 가까워진다. 그러던 어느 날 이사 올 때부터 있었던 전화기가 울리기 시작하고 로즈란 여자가 바비를 찾는 전화를 계속한다. 메리는 믿기 어렵지만 로즈와 메리의 시간대가 같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이충현 감독의 '콜'을 보고 원작이 보고 싶었다. 다른 것보다 타임 워프란 소재를 사용하면서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매개체가 연쇄 살인마의 손에 들어갔다는 것이 독특한 설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두 번째로는 괴물 신예 이충현 감독이 얼마만큼 원작과 다르게 '콜'을 만들었는지가 궁금해서.
간혹 리메이크 작품이라고 하면, 원작과 조금의 차이도 없이 동일한 플롯에다 비슷한 이미지의 배우를 출연시켜 리메이크 작품을 만드는 경우가 있다. 개인적으로 리메이크 영화를 만들 거면 감독만이 보여줄 수 있는 고유한 서사와 변화된 시대상과 가치를 담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전자의 작품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충현 감독은 원작 '더 콜러'와는 전혀 다른 작품을 만들어냈다. 과거의 연쇄살인마와 현재의 인물이 전화를 통해 맺어진다는 설정만 동일할 뿐이다.
※ 영화 더 콜러의 결말과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며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메리와 로즈의 얕은 유대감
메리는 신경쓸 것이 많다. 전 남편하고의 이혼 소송이 만만치 않아서다. 전남편은 접근 금지 신청을 받았지만 그런 법원의 금지 명령 따위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러던 도중에 걸려온 '로즈'란 사람의 전화는 메리의 신경을 긁기에 충분하다. 아니라고 아니라도 해도 시종일관 전화를 거는 로즈의 태도는 보는 사람을 질리게 만든다.
남자 친구 이야기를 하면서 월남전 이야기를 하자 메리는 이 전화가 장난전화라고 생각했지만, 이것이 진짜였다는 게 문제.
영화 '콜'에서 서연과 영숙이 초반 시퀀스에서 시대는 다르지만 둘 다 28세의 여성이기 때문에 깊은 유대감을 보여주는 것과는 달리 더 콜러에서는 메리와 로즈는 조금도 가까웠던 적이 없다. 콜에서 서연과 영숙이 투탑으로 서사를 이끌어가는 것과는 달리 더 콜러에서의 모든 서사는 '메리'에게 맞춰져 있다. 로즈가 등장하는 건 현재 시점에서 로즈가 메리를 살인하기 위해 등장했을 때뿐이다.
메리의 곁에 있는 조력자
메리는 가까워진 남자 친구가 있다. 학교에서 우연히 만난 존 귀디다. 금세 메리와 가까워졌고 메리가 안고 있는 고민을 공유하면서 존은 로즈와 통화를 하기도 한다. 그게 로즈의 심기를 거슬렀던 모양. 메리와 자신을 떼어놓으려 한다고 생각했던 로즈는 그가 살고 있는 시대에서 존 귀디를 죽여버렸다.
과거의 사건으로 현재가 바뀌게 되면 메리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이전에 누렸을지도 모르는 삶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로즈가 이웃인 조지를 죽였을 때도, 존은 그와 대화를 한 적이 있는데도 조지를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변화한 타임워프를 알아챌 수 있는 건 메리뿐이다.
더 콜러에서 로즈의 역할은 부수적이다. 메리의 삶을 뒤흔들 수 있고, 과거로부터 큰 변화를 일으키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대단한 인물이지만 이 영화는 메리와 로즈가 아니라, '메리'의 삶에 훨씬 더 많은 포커스를 치중하고 있다. 로즈가 저지른 일이 현재의 메리에게 나비 효과처럼 다가와 그의 인생을 뒤흔들 수는 있지만, 메리가 살고 있는 30년 전의 과거와 메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시간을 교차하여 보여주지는 않는다.
이충현 감독의 '콜'에서 로맨스 부분이 빠진 이유도 서연과 영선의 두 인물에게만 포커스를 맞추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K-무비 하면 가족애 아니겠나
한줄평을 졸작이라고 달았던 '살아있다'가 넷플릭스 공개 이후 해외 관객들의 호평을 들었던 가장 큰 이유는 좋게 말하면 가족애. 나쁘게 말하면 신파였다. 가족의 끈끈한 정을 앞세운 서사에 해외 관객들이 크게 감탄했던 모양이더라. '반도(2000)' 역시 신파를 넣어 만든 작품이다. 연상호 감독은 해외 수출 역시 염두하여 만들었고, 가족애를 다루는 서사를 해외 관객들이 좋아하기 때문에 일부러 넣었다고 밝혔다.
원작에는 없는 '가족애'가 이충현 감독의 '콜'에는 등장한다. 30년 전의 영선의 행동에 따라 서연의 현재는 시시각각 변화하는데 그것이 주로 '가족'과 관련되어 있으니까. 서연이 행복하고 안 행복하고는 부모님 두 분이 살아계시고 안 살아계시고의 문제가 무척 크다. 서연의 엄마가 어린 서연을 살리기 위해 맨 손으로 칼을 막아내는 것도 마찬가지다.
더불어 대한민국의 토속신앙을 집어넣어 무당을 등장시키고, 생년월일시를 기반으로 추후에 연쇄살인마가 될 것을 점치는 것 또한 해외 관객들에겐 새롭게 다가왔을 것이다.
이충현 감독의 '콜'을 재밌게 보신 분들은 원작인 매튜 파크힐 감독의 '더 콜러'를 보시는 것도 좋을 것이다. 콜보다 훨씬 음울한 분위기였고 연쇄 살인마인 로즈가 직접적으로 등장하지는 않지만, 메리가 거짓말하는 걸 알아내려고 제 손가락을 자르기까지 하기 때문에 로즈의 목소리와 과거의 행동만으로 충분한 서스펜스를 만들어낸다.
멀쩡하던 메리가 로즈에게 영향을 받았는지 시종일관 괴롭히던 전남편을 죽여서 로즈가 하던 것처럼 똑같이 은폐하는 것으로 결말이 나서 조금은 의아했지만, 메리의 정신이 불안정했던 것을 고려하면 아주 무리인 결말은 아니다.
추신 : 함부로 모르는 사람에게 이름 석자 알려주지 말자. 메리가 로즈에게 이름만 알려주지 않았어도 이 사단은 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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