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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진그룹 영어토익반 결말 후기 실화 l 눈부신 연대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결말 후기 실화 l 눈부신 연대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결말 후기 실화 l 눈부신 연대

2020. 12. 11. 17:55Film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결말 후기 실화 l 눈부신 연대

삼진그룹 영어토익반(SAMJIN COMPANY ENGLISH CLASS) 2020
감독 : 이종필
각본 : 홍수영, 손미
출연 : 고아성, 이솜, 박혜수, 조현철, 김종수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줄거리

삼진그룹 입사 8년 차인 말단 여직원들이 토익 600점을 넘기면 대리를 달 수 있다고 해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수강하기 시작했다. 실무 능력이 뛰어나고 개인의 능력이 출중하지만 상고 출신이라는 이유로 잡일만 하면서 보내는 이자영(고아성), 정유나(이솜), 심보람(박혜수)은 회사를 상대로 내부고발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다. 

나는 90년대를 희미하게 기억하는 세대다. 영화를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내가 너무 좋은 것만 보려고 했었구나.'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입으면 기분이 조크든요."라고 말했던 그 시절 세상 힙했던 X세대 언니를 떠올리면서 철없게도 무언가 자유롭고 지금보다 풍요롭던 90년대 만을 추억했던 것 같아.

 

히든 피겨스(2017), 도시로 간 처녀(1981)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보여 여러 영화를 떠올렸다. 분명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일이 등으로 졸업했을 똑똑한 친구들일 텐데, 상고 출신이라는 이유로 실무에는 배제된 채 온갖 잡일을 도맡아 하는 걸 보며 히든 피겨스가 떠오르기도 했고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1981년에 개봉한 '도시로 간 처녀'가 떠오르기도 했다.

 

IMF가 터지기 전 대한민국은 전례 없는 호황기를 누렸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경제 성장에 한창이던 대한민국의 1995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그 시절 고졸인 여성들은 사회에서 어떤 위치였을까.

 

토익 600점을 넘으면 대리로 승진시켜주겠다는 그 말도 조금은 헛웃음이 나왔는데, 내가 초등학생이던 2000년대에 나를 가르치던 선생님께서(서울에 있는 유명한 대학을 졸업하셨다) 본인의 토익 점수가 600점대라고 말씀하셨다. 그 시절에는 600점대의 토익 점수가 높은 점수였다는 것을 안다. 삼진 그룹에서 고졸 사원에게도 평등한 기회를 주는 척은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럴 마음이 없다고 느꼈달까.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이 여성 편향적이거나 학력 이슈에만 포커스를 맞춘 작품은 아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세명의 주인공이 삼진그룹에서 가장 낮은 직급의 직원이라는 게 핵심이고 그 말단 직원들끼리 서로를 연대하여 유의미한 결과를 이끌어낸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리뷰는 이 작품이 좋았던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

 

 

※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결말과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며 개인적인 후기입니다.

"세상이 요만큼이다 정해 놓은 테두리에 매이지 말고 하고 싶은 걸 하고 살아"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캐릭터를 꼽으라고 한다면 배우 김종수 님이 맡았던 '봉현철 부장'이라고 말할 듯싶다. 그 사려 깊음이 너무 감사했다. 심보람이 능력에 비해 터무니없는 일을 하고 계신 걸 아셨고, 상사로서 부하 직원을 진심으로 아끼는 것이 느껴져서다.

 

심보람의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직장의 그 누구도 찾아오지 않았지만, 봉현철 부장은 장례식 내내 자리를 지키셨다. 심보람에게는 아버지 같은 분이었을 것이다. 퇴사 전 페놀 유출 사건을 처리하셨다는 것이 의외이긴 했지만 그가 추후에 보인 행보를 보면 역시는 역시라는 생각이 들더라.

 

무엇보다 보람이에게 "세상이 요만큼이다 정해 놓은 테두리에 매이지 말고 하고 싶은 걸 하고 살아"라고 해주시는 말씀이 퍽 감사했다. 꼭 나에게 해주시는 말 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정말로 세상은 누군가 정해준 요만큼이 절대로 아니니까.

 

봉현철 부장을 보며 삼성의 선대 회장인 이병철 회장이 떠오르기도 했다. 고 이병철 회장은 따님들에게 이젠 여자도 배워야 하고 사회에 나가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따님들에게 고등 교육을 시키셨다. 1938년생이심에도 무척 선구안이 있으셨던 것이다.

 

봉현철 부장이 단순히 직장 상사로서 하는 말이 아니라, 세상을 더 오래 산 인생 선배로서 혜안이 가득 담긴 귀한 말씀을 심보람에게 해주시는 게 감사했다. 직장 생활하면서 본받고 싶고 배우고 싶은 직장 상사를 만나는 것이 무척 어려운데 심보람은 그 부분에서는 무척 운이 좋았던 편이다.

 

 보고서를 누가 작성했는지 알고 있던 홍 과장


1995년에 컴퓨터를 능숙히 다룰 줄 아는 사람은 조금은 드물지 않았을까. 컨트롤 씨와 컨트롤 브이를 알지 못하는 안기창 부장 밑에서 실질적으로 실무를 처리하고 있는 홍 과장은 최동수 대리가 제출했던 보고서가 이자영이 작성한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홍 과장은 실질적으로 회사가 매각되는 것을 막는 것에 큰 도움을 준 셈이다. 임신을 했다고 권고사직(사실은 강제퇴직)을 당한 언니가 치킨집에 홍 과장과 들어오는 장면을 보는데 그때 가슴이 얼마나 설레던지.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 좋았던 이유는 이 여성 고졸 말단 사원들의 능력을 알아봐 주고, 그들의 편에 서서 힘을 더 극대화해줄 수 있는 훌륭한 조력자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커피를 건네주던 유나가 회의 중 의견을 냈을 때 고졸 직원이 낸 의견이라고 무시하지 않고 좋은 아이디어라고 칭찬해주고 사장님에게도 이 아이디어를 유나가 냈다고 똑똑히 말해주었던 반은경 부장도 마찬가지다. 지가 낸 아이디어도 아니면서 부하직원 아이디어 가로채는 ㅇㅇㅊ들이 어디 한둘인가?

 

부조리한 90년대이지만,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직원들에게 가장 필요하고 큰 도움을 주는 조력자들이 그 시절의 핵심적인 기성세대라고 할 수 있는 인물들인 것이 정말이지 좋았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 한다


부장보다 훨씬 더 실무능력이 뛰어난 자영. 억울한 누명을 썼던 것 같지만 절대 기죽지 않고 당찬 똑똑이 유나. 수학 올림피아드 출신인데도 가짜 영수증을 조작하고 메꾸는 일만 하는 보람.

 

페놀 유출 사건에 관심을 안 가져도 뭐라 할 사람 하나도 없고, 회사에서 잘릴 위기를 감수해가면서 내부고발을 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 마을 주민들이 페놀 유출로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는 걸 모른 척할 수 없었던 자영의 예쁜 마음과 일선에서 도움을 주었던 유나와 보람. 그리고 그들에게 있는 힘껏 힘을 실어주었던 영어토익반 직원들의 힘이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 하거든. 눈이 부신 연대다.

 

후반부에 극이 흘러가는 방향은 어찌 보면 뻔하게 진행이 된다. 하지만 이 영화가 다루고 있는 이야기가 1991년 발생하였던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에서 모티브를 받았지만 현실과는 다르게 비교적 해피엔딩으로 그려졌고, 90년대에 팽배하던 수많은 이슈들을 다루고 있음에도 극의 분위기는 시종일관 밝게 진행된다.

 

영화의 말미에는 판타지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조금은 비현실적으로 꽤나 낭만적이게 그려진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별로였단 것은 아니다. 무거운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다루는 건 퍽 어려운 것이니까.

 

회사가 헐값으로 외국에 인수되는 것을 막았던 자영, 유나, 보람은 드디어 입사 8년 만에 대리를 달았다.

 

아이 캔 두 잇! 유 캔 두 잇! 위 캔 두 잇!

세상 잘난 커리어 우먼이 될 그녀들의 눈부신 미래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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