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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후기 l TRUST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후기 l TRUST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후기 l TRUST

2021. 4. 12. 18:29Film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후기 l TRUST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Rasa and the Last Dragon) 2021
감독 : 돈 할, 카를로스 로페즈 에스트라다
출연 : 켈리 마리 트랜, 아콰피나, 젬마 찬, 대니얼 대 김, 베네딕트 웡, 아이작 왕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줄거리

인간과 드래곤이 공존하며 평화롭게 살던 쿠만드라 왕국은 어느 날 살아있는 모든 생명을 삼켜버리는 드룬이 나타나 침략해버렸다. 드래곤들은 인간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고는 전설 속으로 사라진다. 500년이 지난 후 다시 부활한 드론이 세상을 공포에 빠뜨리자 전사 '라야'는 분열된 쿠만드라를 되찾기 위해 전설 속 마지막 드래곤을 찾기 위해 떠난다.

근데, 정말 믿어도 되는 걸까?

뭉근히 그런 기대를 해왔다. "디즈니에서 우리 한국 공주도 만들어 줬으면 좋겠는데..." 하고 말이다. 우리나라 출신은 아니지만 반가운 공주가 탄생했다.

 

이번에 디즈니에서 내놓은 공주는 동남아시아 전설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라야'다. 라야는 다른 공주들처럼 특별한 마법같은 재주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해내야만 하는 일을 분명히 알고 있고 그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와 닮았다. 해서 라야에겐 공주라는 표현보단 '전사'가 더 알맞다.

 

아세안 국가는 나에게 몹시 생소한 국가이므로 특히 어떤 국가에서 모티브를 받은 걸까? 하고 서칭 해보았는데 한 국가를 이르잡을 수 없고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전반적으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플롯은 단순하다. 라야가 자신을 배신하고 소중한 모든 것을 앗아간 사람을 다시 또 믿고, 라야의 믿음이 나비효과가 되어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다.

 

조금 딴지를 걸어보고 싶다.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주제를 꼽으라면 신뢰와 화합이다. 허나 난 그것에 퍽 회의적이다.

 

라야의 아버지. 그리고 마지막 용인 사수는 누군가를 믿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라야에게 끊임없이 되뇐다. 결과적으로 라야는 나마리를 믿은 죄로 아버지를 잃고 드룬을 불러내게 되었다. 라야의 아버지는 타국의 사람들을 믿은 죄로 돌이 되었고, 사수는 화살을 맞았다. 무조건적인 믿음의 결과는 참담했다.

 

누군가를 믿는 게 나쁘다는 게 아니라, 이미 나에게 뒤통수를 친 사람을 다시 또 믿으라는 게 얼마나 효용성이 있는 건지 잘 모르겠거든. 살면서 모두를 다 안고 가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고, 관계에 있어서 적당히 거리를 두고 선을 그어가며 사는 것이 훨씬 이롭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에겐 다양한 면이 있다. 아주 사소한 것을 보고 그 사람 전부를 판단하는 것이 아둔한 것임을 안다. 그렇지만 됨됨이가 글러 먹었거나, 날 배신할 것이 뻔한 사람과 하루빨리 관계를 정리하지 않고 질척거리며 유지하는 것은 아둔함을 넘어 미련한 짓이다.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엄마가 되면, 우리 아이에게 "타인을 믿어야 해. 널 속였더라도 또 다시 믿어야 해."라고 가르치는 게 맞는 걸까? 하고. 아이를 곰으로 키울 수는 없잖아. 난 사람을 무조건적으로 믿는 착한 아이보다 적어도 제 잇속을 차릴 수 있는 아이로 키우고 싶어.

 

결론적으로 라야는 다시 한번 나마리를 믿었다. 그 믿음은 쿠만드라를 화합했고, 잠들어있던 용을 깨웠으며, 라야의 아버지 역시 깨어나게 만들었다.

 

나를 배신하여 모든 걸 잃게 만든 사람을 다시 한번 믿는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라야는 그것을 해냈다.

현실도 영화 같으면 얼마나 좋겠나. 맘 한 켠에는 타인을 맘껏 사랑하고 믿고 싶지만, 내 한 몸 무사히 건사하고 지켜야 하는 세상에서 타인을 바운더리 밖으로 내몰고 너무 가깝지 않은 적당한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것이 조금은 씁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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