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5. 19. 00:03ㆍFilm
모든 이야기에는 기승전결이 있잖아요. 영화적으로 좋은 시나리오라면 2시간 내외의 러닝타임 동안 극적인 연출을 위해서 짜임새 있는 기승전결의 구조를 하고 있을 거예요.
근데 전 가끔 기승전결이 없는 이야기를 보고 싶습니다. 현실이 너무 다이내믹하니 영화까지 그럴 필요 있나 싶을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때 저는 거센 파도가 아닌 잔잔한 호수 같은 영화를 즐겨 봅니다. 화려한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드레스코드를 맞춰 입고 근사하게 식사하는 게 아닌, 집에서 편한 옷을 입고 된장국에 김구이를 먹는 느낌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제가 그럴 때 찾게 되는 소소한 슬로우 라이프를 다룬 일본 영화 몇 편을 소개해드릴게요.
카모메 식당
모레 요코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어요. 따뜻하고 소소한 일상을 잔잔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소개해드리는 작품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에요.
핀란드 헬싱키가 배경이고 일본인의 소울푸드인 오니기리를 주력으로 일식당을 운영하는 사치에와 저마다의 다양한 이유로 식당에 하나둘 모여드는 사람들의 이야기예요. 저는 궁금해서 소설도 읽었답니다. 짧은 소설이니까 영화가 좋으신 분들은 원작 소설을 읽어도 좋으실 거예요. 캐릭터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알 수 있거든요. (참고로 사치에는 로또에 당첨된 상금으로 헬싱키에서 식당을 열 수 있었어요.)
저는 이 영화를 보고 시나몬 롤을 구우는 법을 익혔어요. 여러분들도 이 영화 보시면 좋아하시지 않더라도 시나몬롤이 엄청! 먹고 싶으실 거예요.
안경
카모메 식당의 제작진과 출연진이 또 한 번 뭉친 영화예요. 휴대전화도 터지지 않는 조용한 곳에서 발생하는 이야기인데 이게 뭐라고 참 재밌어요. 정말 별 거 없는 이야기예요.
리틀 포레스트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이가라시 다이스케가 애프터눈에서 연재한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이치코가 도호쿠의 작은 마을로 귀향하여 산에 나는 산나물과 채소 등으로 요리를 만들고 먹는 일종의 힐링 영화예요.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려내 큰 인기를 끌었어요. 여름 가을 편과 겨울과 봄 두 편으로 나뉘어 있어요. 소소한 시골마을을 보는 재미도 있답니다. 우리나라에서 리메이크되기도 했는데 전 원작의 느낌을 조금 더 좋아해요. 영화를 보고 나면 곶감과 고구마 말랭이를 한아름 만들고 싶으실 거예요.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앞서 소개해드린 카모메 식당과 안경을 제작한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2012년 코미디 영화입니다. 영화 제목답게 고양이를 렌트해 주는 이야기예요. 고양이를 빌려가는 인물마다 다양한 사연이 있습니다. 영화 곳곳에서 위트와 센스를 느끼실 수 있어요. 위로가 필요할 때 추천합니다. 고양이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것이에요.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동명의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요. 앞서 소개한 작품들과 달리 드라마입니다. 드라마지만 4부작이어서 부담 없이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작은 샌드위치 가게에서 벌어지는 소박하고 정겨운 내용을 다루고 있어요. 이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하얀 식빵에 계란 스크램블과 시금치 볶음을 올린 색감 예쁜 샌드위치가 먹고 싶어 져요.
이렇게 다섯 편의 일본 작품을 소개해보았어요.
재밌게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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