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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한국 고전 영화 초연(Love in the rain) 리뷰 1970년대 한국 고전 영화 초연(Love in the rain) 리뷰

1970년대 한국 고전 영화 초연(Love in the rain) 리뷰

2020. 5. 15. 18:50Film

초연 (Love in the rain) 1975
감독 : 정진우
출연 : 이형대, 이영옥, 도금봉, 신구, 정래협

 

 

도시로 간 처녀에서 처음 만났던 "이영옥"배우가 주인공인 영화. 마스크가 세련되고 도시적이다 보니 짐작하건대 저 당시 전형적인 여성상이었을 순종적이고 지구 지순한 역할보다 당차고 대담한 배역을 많이 맡으셨나 보다 하고 생각했다.(도시로 간 처녀에서는 프로 삥땅러. 이번 초연에서는 거짓말쟁이.) 초연은 리메이크작으로 1960년대에 개봉한 초우를 리메이크한 것이라고 한다. 빗속의 사랑이라는 영제가 이해가 가는데 영희와 철이가 비 오는 날에만 만나니까. 지금과는 다른 낭만과 감성이 있었던 1970년대. 영화 내용과는 별개로 70년대 서울의 배경도 재밌었고, 나팔바지를 입은 사람들의 패션도 흥미로웠다. 철이 역할을 맡은 이형대 배우는 초연에서 처음 보았는데 마스크가 하정우를 닮으셨더라. 오히려 지금 더 통할 비주얼이다.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며 지극히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영화 플롯이 참 재밌다. 사실 영희는 부잣집 고명딸이 아니라 그 집에서 일하는 식모다.(식모라는 표현이 무례한 표현 같아서 고심했으나 영화에서 그렇게 표현했으므로 그대로 적기로 한다.) 철이 역시 기업가의 재벌 2세가 아니라 카센터에서 수리공으로 근무한다. 영희와 철이는 서로를 속였다. 

 

 

비가 오는 날 영화처럼 만난 둘은 첫 만남부터 사랑에 빠진 것 같았다. 지금처럼 수시로 연락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보니 그 둘은 이다음 비가 오는 날 만나기로 정했다. 해서 비가 오는 날은 영희와 철이가 데이트를 하는 날이다. 영희에게는 비 오는 날 주인집의 딸이 준 비싼 프랑스제 레인 코트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식모인 것을 감출 수 있는 날. 부잣집 고명딸 행세를 할 수 있는 날. 철이는 수리를 해야 하는 고급 외제차를 번갈아 끌고 나가며 데이트를 즐긴다. 데이트 비용을 대기 위해서 열심히 일했고, 나중에는 여장을 하고 세신사로 일하다가 못된 아저씨에게 추행을 당하기도 했으며, 몸을 팔려고도 했고, 도둑질을 하기도 했다.

 

 

철이는 영희를 본지 얼마 안 되자마자 바로 말을 놓았는데 영희도 지지 않고 말을 놓아서 좋았다. 만약 철이는 계속 반말하는데 영희가 끊임없이 존대를 했다면 화가 났을 거야. 아마 영희의 대담하고도 당찬 성격을 나타내느라 둘 다 반말을 하는 설정을 둔 것 같단 생각을 했다.

 

 

영희가 귀엽다고 생각한 게, 주인집 아가씨의 초록색 원피스가 갖고 싶었는지 이렇게 말했다.

 

"글쎄 옆집 앞집 식모들이 이 원피스를 입고 있고 시장을 가잖아요. 이 옷이 식순이들의 유니폼이 됐지 뭐예요? 기분 버렸어. 아가씨가 이 옷을 입으시면 품위가 떨어지실 거예요."

 

영희가 초록색 원피스를 갖고 싶단 것을 눈치챈 아가씨는 영희에게 그 옷이 갖고 싶으면 가지라고 하였다. 그게 바로 저 사진의 원피스다. 초록색 원피스. 영화는 칼라인데 사진은 흑백 사진밖에 구할 수가 없어서.

 

 

비 오는 날 몇 번의 데이트를 즐긴 영희와 철이는 날이 좋은 날 피크닉을 떠났고, 뒤늦게 철이는 영희에게 고백한다.  사실 자신은 자동차 수리공이라고. 부잣집 아들이 아니라고. 영희는 상관없다 말했다. 영희가 철이에게 만일 이 옷이 빌려온 옷이라면 어떻게 할 거냐고 하니 철이는 왜 실없는 소리를 하냐고 했다. 어차피 말도 안 되는 전제일 뿐이라면서. 철이는 뒤늦게라도 거짓이었음을 고백했지만 영희는 끝끝내 진실을 밝히지 않았다.

 

 

철이가 영희에게 영희 부모님의 재산은 안 받아도 상관없으니 우리 도망가서 살자고 말했다면 영희는 그날 철이에게 이별을 고하지 않았을 거다. 식모인 것을 밝혔을지도 모른다. 철이가 영희를 사랑한 건 진심이었겠지만 영희를 통해 신분상승을 하고 싶었던 욕구가 아예 없었던 것이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는 철이의 시큰둥했던 대답 때문이다. 끝끝내 부잣집 공주님이 아니라 식모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던 영희에게 어느 정도는 공감할 수 있었다.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이어도 끝까지 밝히고 싶지 않은 게 있을 수 있으니까. 

 

 

그렇게 영영 끝나는 줄 알았는데 비 오던 어느 날 그 둘은 다시 만났다. 비 오던 때 만나던 장소에서. 원래의 모습으로. 철이는 오렌지색 점프슈트 작업복에 기름 떼가 묻은 모습이었고, 영희는 프랑스제 레인코트 대신 자신의 옷을 입고 있었고 시장을 봤는지 한아름 장바구니를 들고 있었다. 

 

 

얼마 전에 보았던 2001년 개봉작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도. 1975년 개봉한 초연도. 결국 같은 말을 하고 있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 겉모습이나 배경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진짜"를 보고 사랑하라는 거. 아마 이런 걸 주제로 하는 영화는 20년 50년이 지나도 여전히 나오지 않을까 싶다. 영희와 철이가 다시 만나지 못했다면 내가 슬펐을 것 같아. 둘이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어. 영희는 똑 부러지고 철이도 성실하니까 둘이 잘 살 수 있을 거야. 영희도 그랬잖아. 자동차 수리공이든 뭐든 상관없고 철이가 좋다고. 

 

 

도시로 간 처녀처럼 유튜브의 "한국고전영화" 채널에서 보았다. 지난번에도 소개했다시피 다수의 한국 고전 영화를 디지털 복원하여 제공하고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번 가서 보셔도 좋을 듯싶다. 정말 귀중한 자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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