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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레닌 결말 리뷰 l 하얀 거짓말 굿바이 레닌 결말 리뷰 l 하얀 거짓말

굿바이 레닌 결말 리뷰 l 하얀 거짓말

2021. 4. 25. 19:22Film

굿바이 레닌 결말 리뷰 l 하얀 거짓말

 

굿바이 레닌(Good bye, Lenin) 2003
감독 : 볼프랑 베커
주연 : 다니엘 브릘, 카트린 사스, 마리아 사이몬, 슐판 하마토바
굿바이 레닌 줄거리

동독의 공산당원인 크리스티아네는 베를린 장벽을 허물자 주장하는 아들이 시위대에게 끌려가는 모습을 보고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진다. 8개월 후 깨어났지만 그 사이 독일은 통일했다. 그렇지만 알렉스는 엄마가 충격을 받아 목숨이 위험할 수 있으므로 어떻게든 통일된 소식을 숨겨야 한다. 엄마를 지키기 위해 알렉스는 엄마만을 위한 동독을 만들기 시작한다.

특수한 상황에 놓인 대한민국 국민이라서, <굿바이 레닌>의 카테고리가 '코미디'로 분류되어 있었음에도 가볍게 보기가 어려웠다. 어쩔 수 없이 우리 상황에 빗대어 들여다보게 되니까.

 

영화를 보며 계속 의문이었던 건, 알렉스의 행동이 최선이었나 하는 것이었는데, 아무리 엄마가 충격받는 것을 피하기 위함이라고 해도, 내 눈엔 알렉스가 벌이고 있는 연극이 엄마를 바보로 만드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영화의 전반적인 모습에서 공산주의라는 게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 얼마나 모순이 가득한지를 보여준다. 이미 경제력으로는 그 어떤 분야에서도 서독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수준임에도, 동독의 우월성을 강조하고 서독이 자신들을 얼마나 동경하는지를 방송에 내보내는데 그것이 몹시 애잔하게 느껴진다.

 

엄마가 인정받는 공산당원이었기 때문에 모아놓은 돈이 많았다. 알렉스와 아리안네는 엄마가 숨겨놓은 돈을 찾으려고 집안을 다 뒤졌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엄마에게 물었지만 기억하지 못한다. 시간이 오래 지나 결국 엄마는 어디에 돈을 숨겨놨는지를 기억해낸다. 알렉스는 이미 내다 버린 책상을 겨우 찾아 그동안 모은 돈을 찾아 은행으로 갔지만, 이미 화폐 교환 기간이 지났기 때문에 동독 마르크는 휴지 조각이 되어버렸다. 덧없다.

 

이미 망해버린 동독을 재현하는 알렉스의 노력은 대단하다.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 동독 물건을 찾느라 쓰레기장을 뒤지는 것을 고사하고, 서독 출신 친구와 함께 뉴스도 직접 만든다. 단 한 명의 시청자를 위해서 말이다.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이미 바뀐 세상을 어떻게 숨길 수 있겠나. 엄마는 집 밖으로 나와 서독에서 이사 오는 청년들을 만났고, 이케아 가구를 보았고, BMW 자동차를 보았다. 레닌의 동상은 헬기로 운송되고 있다. 많은 것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 생각한다. 난 이 부분에서 크리스티아네가 동독이 망한 것을 눈치챌 줄 알았는데, 전혀 짐작하지도 못한다.

 

가장 궁금한 건 그것이었다. 알렉스가 이 우스꽝스러운 연극을 언제까지 지속할 건지.

 

알렉스는 마지막 연극을 베를린 장벽 붕괴 뉴스로 꾸몄다. 실제는 서독 주도로 흡수 통일되었지만, 동독이 서독을 통일한 것처럼. 2년 전 허물어진 베를린 장벽 뉴스를 마지막으로, 엄마는 3일 뒤 돌아가셨다.

 

화장하여 세상에 뿌려달라는 엄마의 유언을 따라, 모든 가족이 모여 엄마를 로켓에 담아 쏘아 올린다. 알렉스의 원래 꿈이 우주비행사였으므로, 그와 어울리는 이벤트였다고 본다.

 

크리스티아네는 라라와의 대화로 이미 독일이 통일했다는 것은 짐작했지 않았나 싶다. 그렇지만, 아들을 위해서 마지막 순간까지 모르는 척해준 것이 아닌지.

 

크리스티아네의 남편이 처자식을 버리고 서독으로 망명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저항심과 반발심으로 더 지독한 열혈 공산당원이 되지 않았나 생각했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그것 역시 거짓이었지만.

 

알렉스는 자신이 염원했던. 그리고 엄마가 꿈꿔왔던 동독을 그려냈다.

 

우스꽝스러웠을지 몰라도. 동생도 여자 친구도 모두 반대하던 연극을 그렇게나 지극정성으로 지속했던 건, 어쩌면 엄마를 위해서가 아니라 동독을 사랑했던 본인을 위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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