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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엘프 l 5월의 크리스마스 영화 엘프 l 5월의 크리스마스

영화 엘프 l 5월의 크리스마스

2021. 5. 24. 15:15Film

엘프(Elf) 2003
감독 : 존 파브로
주연 : 윌 페렐, 제임스 칸, 밥 뉴하트, 에드워드 애스너, 조이 데샤넬

 

엘프 줄거리

크리스마스이브, 산타는 고아원에 선물을 전달하러 들렀다. 산타의 선물 보따리 안에 기어들어간 아기는 북극의 산타 마을에 당도한다. 아이를 돌려보낼까 고민했지만, 아이를 몹시 사랑하는 노총각 엘프가 있었으므로 아이는 버디라는 이름으로 엘프로서 살아가게 된다. 엘프들의 험담으로 자신이 엘프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버디는 친아빠를 찾기 위해 뉴욕 맨해튼으로 떠나 아빠와 만난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여야 하는 크리스마스날 버디는 모든 이들에게 근사한 크리스마스를 선물하고 싶다.

 

아직 추운 3월의 이른 아침이었다. 환승할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의자에 앉았다. 플레이리스트를 랜덤으로 해놓았는데 크리스마스 하면 누구나 떠올릴만한 곡인 "last christmas"가 흘러나왔다. 

 

"아.. 벌써 크리스마스가 지난 지 3개월이 됐네."라고 생각했다. 아직 패딩을 입고 있던 쌀쌀한 아침이어서였는지 그때의 분위기와 라스트 크리스마스는 몹시 잘 어울렸다.

 

크리스마스를 좋아한다. 가을바람이 부는 9월부터 크리스마스 캐럴을 들을 정도로. 크리스마스라는 이벤트를 좋아한다기 보다도, 12월의 분위기를 좋아한다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 아마도 그 분위기를 오래도록 즐기고 싶어서일 테다. 한 살을 더 먹어야 한다는 건 낭패지만, 새해가 다가오는 것은 무언의 아쉬움과 형용할 수 없는 설렘이 뒤섞인 것이니깐.

 

영화 <엘프>는 넷플릭스 다큐 <우리가 사랑한 크리스마스 영화들(The holiday movies that made us)>를 보고 선택한 영화다. 영화를 좋아하고, 영화에 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함축된 산업이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통해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인지는 잘 모른다. 혹 그것에 도움이 될까 싶어 선택한 다큐였다.

 

1편이 엘프에 대한 다큐였는데, 엘프의 시나리오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촬영 기법은 어땠는지. 캐스팅할 때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하마터면 매력적인 조비가 매춘부 캐릭터로 전락할 뻔했던 것과. 아마 이 영화를 실패하리라는 예상을 보기 좋게 비웃으며 얼마나 큰 성공을 거두었는지를 생생한 인터뷰를 통해 보여준다.

 

다큐멘터를 보자마자, 당연히 바로 엘프를 보았다.

 

 

※ 영화 엘프의 스포일러와 결말을 포함하고 있으며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미운 오리 새끼, 미운 휴먼 새끼?


귀염 뽀짝한 아이가 산타가 산타 쿠키를 먹는 동안 보따리 안에 들어가 남극에 당도한다. 30살이 된 버디는 자신이 엘프들에 비해 조금 크고 조금 다르고 조금 유별나다고는 생각했지만, 자신이 엘프가 아니라 사람일 거라고는 의심해본 적이 없다.

 

엘프의 뒷담화로 자신이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 버디는 친아빠를 찾기 위해 맨해튼으로 떠난다. "나쁜 어른 리스트"에 올라가 있다던 그의 아버지는 정말로 나쁜 사람이다. 버디는 아빠를 만났지만, 아빠는 버디 같은 친자식이 있다는 것이 저주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는 가족보단 본인의 일이. 사사로운 인정보단 본인의 실적이 우선인 사람이다.

 

고아원에 납품한 책이 납입기한을 맞추지 못했다면 회사 입장에서도 손해를 볼 수 없는 것은 이해하지만, 상대가 고아원이라면 예외를 줄 법도 하지 않나. 한 치 앞만 볼 것이 아니라 열 수 앞을 봐서, 고아원에 무료로 기증해주는 선택을 할 수 없었을까 아쉬웠다. 그걸 알았으면 그리 살지 않았겠지만..

 

엘프 버디


버디는 힘이 있다. 호의로 상대에게 무심코 건네는 말이 그 사람의 하루를 얼마만큼 좌우할 수 있는지를 봤다. 어딜 가서도 쓸데없는 잡담은 삼가고 목인사만 겨우 하는 나와는 상반적이다.

 

버디가 건네는 말 한마디와 사소한 호의는 보는 사람의 마음을 속절없이 녹여버린다. 연휴에 시간을 때우기 위해 백화점에서 엘프 분장으로 일하고, 크리스마스에도 혼자서 누들을 먹던 조비가, 우스꽝스러운 엘프 옷을 입은 버디를 사랑하게 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졌다.

 

가족


우리나라에서의 크리스마스란 연인끼리 보내는 것이 일반적인 듯싶다. 교인들은 혹 다를지도 모르겠다.

 

미국에서의 크리스마스는 가족끼리 보내는 것이다. 땡스기빙데이와 크리스마스는 우리나라로 치면 설날과 추석과 같다. 흩어져 사는 가족이 모두 모여 가족끼리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것. 그러므로 크리스마스 영화는 가족애를 가장 우선시 한 플롯이 많다. 엘프도 그렇다.

 

친자확인을 하고 자신의 아들인 것이 판명 났지만 윌터는 버디를 자신의 자식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다.

 

재밌는 점은, 그의 와이프인 데브와 아들인 마이클은 버디를 좋아한다.

 

데브는 남편에게 아들이 있었다는 말을 듣고는 새 식구가 생겼다며 기뻐한다. 마이클 역시 형인 버디를 잘 따르고 좋아한다. 버디의 악의 없는 실수는 자꾸만 윌터를 곤혹스럽게 만든다. 윌터는 버디가 못마땅하다.

 

흔한 크리스마스 영화가 그렇듯, <엘프>는 가족을 돌보지 않고 소홀했던 나쁜 어른 "윌터"가 진심으로 가족을 위하는 아버지가 되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회사 일보다 아들의 일을 우선하는 것부터. 가족과 함께 캐럴을 부르는 아주 사소한 것부터 그는 변화하기 시작한다. 그가 캐럴을 따라 부르기 시작하며 산타 썰매의 크리스마스 스피릿은 만땅으로 채워진다.

 

크리스마스 스피릿은, <크리스마스 연대기>에서 처음 들어본 말이었는데, 어쩌면 크리스마스 연대기가 <엘프>에서 영감을 받지 않았나 하고 생각했다. 유쾌한 산타가 조금 닮았다.

 

<엘프>는 이렇게도 훈훈하게 끝이 난다.

 

신기하게도 30도를 웃도는 더위임에도, 크리스마스 영화를 보니 크리스마스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꼭 크리스마스 시즌인 것처럼.

 

난 아마도 올해 역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올해의 크리스마스 영화를 추천할 것이고, 2021년을 떠나보내기 아쉬운 마음을 토로할 것이다. 다가올 크리스마스엔, 하고 싶은 것과 계획했던 것을 대부분 해치워서 아쉬움 없이 올해를 보내줄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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