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 Analytics Made Easy - StatCounter
넷플릭스 DP 후기 결말 l 그들은 왜 탈영병이 되었나 넷플릭스 DP 후기 결말 l 그들은 왜 탈영병이 되었나

넷플릭스 DP 후기 결말 l 그들은 왜 탈영병이 되었나

2021. 8. 30. 15:12TV series

D.P (2021)
제작 : 한준희
원작 : 김보통의 웹툰 <D.P 개의 날>
출연 : 정해인, 구교환, 손석구, 김성균, 신승호, 조현철

 

D.P 줄거리

헌병이 된 이등병 준호는 탈영병을 잡는 D.P가 되었다. 탈영병을 추적하며 그들이 탈영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넷플릭스에서 제공하는 한국 콘텐츠는 거의 보지 않는다. 정말 오랜만에 한국 콘텐츠를 보았다. 첫 번째 이유는 좋아하는 배우인 구교환 씨가 출연해서. 두 번째 이유는 몹시 독특한 소재였기 때문에.

 

안준호 이병과 한호열 상병의 콤비는 죽이 잘 맞았다. 유쾌한 한호열 상병을 보며 가끔 웃음이 일기도 했지만, 이 비극적인 이야기를 마냥 웃으며 볼 수는 없었다. 

 

여성이다. 군대를 가지 않았다. DP라는 것이 deserter pursuit의 약자로 탈영병을 잡는 조직이라는 것과, 첫 에피소드에서 175 이상은 헌병이 된다고 했을 때 그 헌병이 군사 경찰이라는 것도 몰랐을 정도로 군 시스템에 대해 알지 못한다.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나는 DP에서 묘사된 군에서 벌어지는 악랄한 괴롭힘을 보며 눈을 떨궜다. 너무 무서워서 눈물이 났다. 상식 이하의 행위를 똑바로 마주할 수 없었다.

 

※ 넷플릭스 D.P의 결말과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며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병 안준호


주인공인 안준호는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불행한 유년기를 보냈고 염세적인 성인이 되었다. 배달일을 하는 그는 500원 때문에 경우 없는 일을 겪기도 한다. 월급도 제대로 주지 않으며 인격모독을 일삼는 사장에게 보란 듯이 오토바이를 팔아버려 밀린 월급을 퉁치 기도 한다.

 

그런 그의 성격은 군에 입대해서도 드러나는데 그가 속한 내무반 벽에는 뾰족한 못이 박혀 있다. 저 위험한 걸 왜 빼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그 앞에서 사람을 때리길래 '저기에 못이 있는 걸 모르나 보다. 어떡하지.. 다치면 안 될 텐데..' 하고 순진한 생각을 했다.

 

남자들의 세계에선 더 그럴 테다. 본능적으로 알 것이다. 누가 나보다 약한지.

 

안준호 이병은 선임이 자신을 못으로 밀어버리자 보기 좋기 피해버린다. 로열젤리를 주겠다며 가래침을 뱉을 테니 입을 벌리라고 할 때도 입을 열지 않는다. 

 

어렸을 때부터 복싱을 배워 몸이 단단하고 싸움을 잘하는 안준호 이병은 참지만 참기만 하진 않는다. 그의 힘이 되어주는 한호열 상병이 있었다. 조석봉 일병이 안준호 이병처럼 그를 예뻐해 주는 선임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들은 왜 탈영병이 되었나


안준호 이병과 한호열 상병은 2인 1조로 함께 탈영병을 쫓는다. 6개의 에피소드에서 총 5명의 탈영병이 소개된다. 개중에는 정말로 대책이 없어서 "아.. 복귀하기 싫어. 안 가야겠어."와 같은 류도 있지만, 참담한 폭력과 성추행을 견디고 견디다 벼랑 끝에 몰려 탈영을 선택한 이가 대부분이다.

 

그들의 선택을 단순 개인의 일탈로 치부할 수 있을까. 

 

현실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리라 생각한다. 군생활은 평생이 아니라 끝이 있다. 그 끝을 앎에도 탈영을 선택하는 이유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다. 그들이 바보가 아니니까.

 

차라리 두들겨 패는 폭행은 나은 수준이었다. 어머니가 써준 편지를 소리 내서 읽으며 맞춤법이 틀렸다며 조롱하고, 월급이 5만 원이 올라 동생과 한 달에 두 번 치킨파티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말에 "너 거지냐? 아니면 거지새끼냐?"와 같은 말을 하기도 한다. 가난한 가정사를 조롱하거나, 부모를 욕 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어쩌면 이것 역시 귀여운 수준일지 모른다.

 

코를 곤다는 이유로 방독면을 씌우고 물을 집어넣어 고문한다. 눈앞에서 자위를 하라고 시킨다. 왁싱을 시켜주겠다며 라이터로 음모를 지진다. 가슴을 쥐어잡기도 한다. 얼굴에 살충제를 뿌린다.

 

누가.. 견딜 수 있는데 그것을..

 

가해와 방관의 모호성


안준호 이병이 처음으로 임무를 맡았던 날. 가라오케에서 술을 마시느라 데려오지 못했던 탈영병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 사건은 안준호 이병이 보다 진심으로 디피 일을 하게 된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맨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안준호 이병은 신우석의 납골당을 찾았다.

 

그의 누나는 묻는다.

"근데 왜 보고만 있었어요. 그렇게 착하고 성실한 애가 괴롭힘 당할 때.. 왜 보고만 있었냐고요."

 

사실상 디피의 주인공인 조석봉 일병이 가혹한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박범구 중사도 알았을 테고, 안준호 이병을 비롯한 모든 부대원이 알고 있었다. 직접적으로 괴롭히지 않았더라도 알지만 모르는 척 방관했다. 

 

한나 아렌트는 생각의 무능은 말의 무능을 낳고, 말의 무능은 행동의 무능을 낳는다며 불의를 보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그 자체가 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석봉 일병을 살해한 건 누구인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이가 단 한 명이라도 있나.

 

"뭐라도 해야지."


D.P는 우리에게 기대하게 한다.

 

어쩌면 변할 수도 있다는 믿음을.

바뀔 수도 있다는 희망을.

차곡차곡 정교하게 쌓아 올린 후, 허망하게 무너뜨린다.

 

조석봉 일병은 결국 스스로에서 총구를 겨눴다. 어렸을 때부터 재능이 있던 유도를 그만둔 이유가 사람을 때리는 게 싫어서라고 했을 만큼 D.P에서 등장하는 인물들 중 가장 선한 인물이었다고 생각한다. 

 

괴롭힘을 당해왔으면서도 내리 갈굼 없이 휴가 가는 후임병의 워커에 불광을 내주던 사람이다. 영창에서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있던 후임에게 초코파이를 건네주던 사람이다. 

 

가장 선량하고 아름다웠던 조석봉 일병은 점차 괴물이 되어간다. 폭력은 전이되었고 전혀 다른 사람으로 뒤바뀌게 했다. 

 

결국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어쩌면 살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안준호 이병과 한호열 상병의 진심 어린 노력이 있었다. 우리가 바꿀 수 있잖아 도울게라고 했던 한호열 상병은 진심이었을 것이다.

 

조석봉을 살리려고 상명하복을 거스르던 박범구 중사나 임지섭 대위의 노력 역시 물거품이 됐다.

박범구 중사는 징계를 받았고, 임지섭 대위는 전출 발령이 났다. 

 

그뿐이다.

그뿐.

 

조석봉 일병의 탈영과 자살은 제대로 된 조사 없이 마무리돼 입대 전부터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고 발표되어 단순 개인의 일탈이었노라고 언론에 공개된다.

 

여럿의 노력에도 결국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씁쓸한 결말 역시 현실을 고증한 것일 테다. 어쩌면 그 어떤 조직보다도 군 조직이 폐쇄적일 것이다. 하다못해 재판까지 저들끼리 하지 않나.

 

군과 같이 특수한 조직에서는 개인의 본성과 자유의지 역시 권력에 의해 결정되고 쉬이 무시될 수 있을 것이다. 

 

DP가 하고 싶은 말이, 군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사건들이 단순 우울증 환자이거나 사회 부적응자여서가 아니라, 부패되고 억압된 시스템의 문제이며, 보는 이에게 군 조직의 지겹도록 되풀이되는 비극적인 사건의 고리를 끊지 못한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 바뀌지 않나. 왜 개선되지 않나. 왜 방관했는가. 에 대해서.

 

아직 안준호 이병의 제대는 514일이 남았다.

마지막 에피소드가 끝날 때 안준호 이병은 모든 부대원들을 뒤로하고 반대 방향으로 향한다.

혼자서 뚜벅뚜벅 걸어가며 급기야 뛰기까지 하는 그의 뒷모습은 앞으로 그가 어떠한 길을 나아갈지를 암시하는 것이리라.

 

시즌2가 기대된다.

그리고 부디 시즌2에선 조금이라도 나아진 시스템을 보고 싶다.

억울한 이가 없는 것을 보고 싶다.

 

2014년에서 2021년이 되었잖아.

뭐라도 나아졌어야지.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