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9. 29. 19:22ㆍTV series
※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굉장히 공포스러웠던 다큐. 처음 릴리즈 되고 다섯 개의 에피소드를 끝내는데 꼬박 2주가 걸렸다. 시간을 내어 이것을 보느라, 오징어 게임이 그렇게 핫해도 시작을 못했다.
터닝 포인트 911 그리고 테러와의 전쟁은 2001년 911 테러를 시작으로 지금의 아프가니스탄 미군 철수에 대한 이슈까지 다룬다.
불과 20년 전의 이야기여서 사건 당시 생존자들과, 관여되었던 인물들의 인터뷰가 많아 더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날 잔인할 만큼 날씨가 맑았다는 건, 생존자들의 인터뷰를 보고 알았다.
우리나라가 IMF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면 미국은 911 테러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미국이 911이후로 또 다른 테러를 겪지 않기 위해 많은 법과 시스템을 바꾸었고, 그때 조속히 바뀐 제도로 인해 현재까지도 전반적인 미국인의 삶을 크게 변화시켰으니까.
첫 에피소드에서는 잔인할 정도로 있는 그대로 사건 당시를 보여준다. 그 당시는 너무 어렸을 때라 잘 몰랐는데, 다 크고 나서 보니 그 시기를 겪고 버텨낸 미국인들이 경이로울 지경이었다.
끔찍했다.
윗층에 있는 사람들은 선택권 조차 없었다.
타 죽던가. 떨어져 죽던가.
타 죽는 것보다 떨어져 죽기를 선택한 이들은 결국 몸을 던진다.
미국 콘텐츠를 즐겨보다 보니, 소설에서도, 영화에서도, 드라마에서도. 9/11 테러의 영향을 받은 인물들이 굉장히 많다.
9/11을 막지 못한 죄책감으로 일평생을 살아가며 가치관이 매우 보수적으로 변한 CIA 요원.
9/11로 증시가 타격을 받을 때 동료들의 죽음을 뒤로하고 공매도를 해 큰돈을 벌어 헤지펀드 대표가 된 억만장자.
9/11 당시 세계 무역 센터에서 시민들을 구하고 순직한 소방관의 부인.
9/11 이후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되었다가 동료의 죽음을 막지 못해 심각한 PTSD를 앓고 있는 전직 군인.
그들의 삶에 자연스레 녹아있을 터였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죽었으니.
다큐멘터리는 911테러를 기점으로 시작하여 냉전이 한창이던 1970년대에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 들어갔던 때로 돌아간다. 최근 불거진 이슈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최근 아프가니스탄을 탈레반이 장악했다.
20년 만이다.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이 운이 없다는 생각도 했다.
좋은 지도자를 만났더라면,
제 입밖에 불릴 줄 모르는 이가 아니라,
가장 먼저 내빼는 이가 아니라,
좋은 지도자를 만났더라면.
이 사달이 났을까..
아프가니스탄을 탈레반이 장악했다는 뉴스를 보고 핸드메이즈 테일을 떠올렸다.
그런 느낌이 들었다.
현대판 핸드메이즈 테일.
절대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일어나니, 책을 읽으며, 드라마를 보며 느꼈던 공포스러웠던 느낌을 다시 받는 것 같았다.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직업이 소방관과 경찰관인 이유는, 국가 위기가 발생할 때 가장 먼저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시민들이 지켜봤기 때문이리라. 지금의 미국이 있는 이유도 이런 자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맨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브렌다 버크만 소방장의 인터뷰가 다큐멘터리를 만든 이유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제작자들이 하고 싶은 말을 그의 입을 빌려 대신한 것 같았다.
- 9/11 사태에 대해 잊지 말아야 할 건 그날 전 국민이 서로를 도우면서 하나가 됐다는 겁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사건의 주범에게 보복하거나 강경하게 대응하기로 결정하기 전이었고요.
9/11 사태를 통해 배울 교훈이 많지만 증오가 답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 I hope what we don't forget about 9/11 is how our country tried to come together on 9/11, to help each other. This was before we decided we were gonna retaliate, or take action against whoever was responsible.
We have so many lessons we can learn from 9/11, but we should not think that hate is ever a good response.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년간 아프가니스탄에 쏟아부은 돈이 2조 달러 이상이라고 말했다.
2400명 이상의 미군 전사자와 5만 명 이상이 부상당했다.
아프가니스탄인은 적어도 15만 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대부분은 민간인이었다.
가치가 없었느냐.
제 국가를 지킬 의지가 없는 이들을 보호하는 것이.
무지막지한 돈을 쏟아 부은 것이.
정말 아무 가치도 없었느냐.
이 다큐멘터리를 보기 전까진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었는데, 그의 인터뷰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소녀들이 초등 교육 고등 교육. 그리고 대학 교육을 배울 수 있는 권리를 가진 것.
열악한 환경으로 태어나자마자 사망하는 아프간 아이들의 수가 크게 줄은 것.
의료 혜택을 보다 많은 시민들이 누릴 수 있게 된 것.
사회에 그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것.
결코 아무 의미가 없던 것은. 아무 수확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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