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0. 4. 16:07ㆍTV series
넷플릭스 더 체어 시즌1
제작 : 어맨다 피트, 애니 줄리아 와이먼
주연 : 산드라 오, 제이 듀플라스 홀런드 테일러
더 체어 줄거리
가상의 명문 대학인 펨브로크 대학 영문과에서 사상 최조 유색 인종 여성 학과장이 탄생했다. 허나 어찌 된 것이 침몰하는 배의 선장 같고, 독이 든 성배를 든 꼴이다.
넷플릭스에서 산드라 오 주연의 시리즈가 릴리즈 된단 소식을 들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나에겐 <킬링 이브>로 익숙한 산드라 오는 한국계 캐나다 배우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감독상을 수상했을 때,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며 축하하기도 했다.
왓챠에서 <킬링 이브> 시즌3을 공개하기에 앞서 산다라 오와의 단독 인터뷰를 인상 깊게 보았던 기억이 있다. 그는 인종 차별 이슈에 대해 언급했다. 산드라 오는 자신은 인종차별이 무엇인지 안다고 말했다. 그가 이민자 출신 그 자체이니 무리도 아니다. 그리고 오스카에서 감독상을 받던 '봉준호'감독을 보며 그에게는 그런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런 것이라고 한다면, 백인들의 잔치와 같은 오스카에서 동양인으로서 느끼는 주눅 같은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봉준호 감독은 유학을 하기도 했지만, 한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 늘 주류였고, 당연히 그런 그가 당연히 비주류로서 느끼는 설움이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산드라 오 주연의 <킬링 이브>는 처음 공개됐을 때부터 PC를 전면적으로 홍보했던 작품이었다. 킬러인 백인 여성이, 동양 여성을 사랑하게 된다는 설정은 재밌고도 참신했다.
<더 체어> 역시 유색인이 '영문과'의 학과장에 오른 것이 주 플롯이니 PC 범주 아래 있는 작품일 테다.
한 가지 걱정이 되는 건, 산드라 오가. 한국계 배우로서. 그런 류의 작품만 맡게 되는 아닐까 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서가 아니라, 유색인. 동양인. 한국인 여성으로서의 역할만. 그런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만 맡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 아마 괜한 걱정이겠지.
더 체어의 플롯이 재밌었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었다.
허나 골몰할 것들은 많았다.
※ 넷플릭스 더 체어 시즌1의 결말과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며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독이 든 성배
대부분의 국가에선. 특히 선진국이라면. 소수 민족. 혹은 약자를 배려하기 위한 제도가 다 마련이 되어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특정 지위에 히스패닉, 흑인, 동양인을 임명하면 국가적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거나 지원금을 준다든가 하는 제도들이 있다.
산드라 오가 맡은 '김지윤'이 그러한 이유로 학과장이 됐을 수도 안 됐을 수도 있다.
하나 초반부에서 한 학생이 산드라 오에게 사인을 종용하며 '교수님도 소수민족 출신으로서'라는 말을 언급한다. 그것이 지윤의 위치다.
고등학생 때의 나는 책을 좋아해 "국문학과"에 가고 싶었고, 영화 평론가가 되고 싶은 꿈 때문에 "연영과"를 생각하기도 했다. 결국 나는 꽤나 상업적인 전공을 선택했지만, 우리나라에서의 '국문학과'와 미국에서의 '영문학과'가 크게 다른 이미지일 거라고 생각지 않는다.
조금 부담스럽긴 하지만, 한 마디로 정의해볼까?
취업이 되지 않는 과.
대학이 학문을 탐미하고 성찰하는 곳이었던 적이.. 언제였을까. 그런 적이 있기는 했을까.
대학은 거대한 직업학교라고 나는 생각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신의 흥미 보다도, 졸업 후에 취업이 잘 되는 과를 선택한다. 책 한 자를 읽는 것보다, 엑셀을 배우는 것이. 니체의 사상을 탐구하는 것보다 코딩을 익히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하다는 것을 학생들이 더 잘 안다는 소리다.
비 인기 학과. 줄어드는 학부생 수.
업데이트 없이 20년째 보강 없이 수정 없이 똑같은 수업 교재로 고루한 수업을 반복하는 노교수들.
그런 어려운 자리를 통괄하는 체어를 '김지윤'이 맡았다.
지윤이 맡게 된 학과장이란 지위는 조금도 권위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조금 더 직설적으로 말한다면 지윤은 똥을 치우기 바쁘다.
온갖 골치 아픈 일을 도맡아야 하고, 책임져야 할 것은 많다. 노교수들과 젊은 교수 간의 의견 차도 조율하여야 하고, 학장은 비인기 강의를 진행하는 교수들을 잘라야 한다며 지윤에게 교수를 자를 수 있는 선택권을 준다. 이러나저러나 욕먹는 입장이 되어야만 한다.
학과장 김지윤
지윤이 위태해 보였다.
지윤은.. 그냥 뭐가 다 독특해. 평범한 게 없어.
영문학과 학과장 일은 둘째 치고, 연인 역할도. 딸 역할도. 엄마 역할도 쉬운 게 없다.
지윤은 미혼이고 네셔널리티가 멕시코인 '주희'를 입양하여 홀로 키우고 있다.
그 아이의 민족성을 지켜주기 위해서 지윤은 나름 최선을 다한다.(디즈니 애니메이션 '코코'의 이야기를 주희가 하는 것 같았다. 주희가 멕시코인이기 때문에 지윤은 그런 주희의 뿌리를 최선으로 존중하는 것으로 보였다.)
아이가 말썽을 굉장히 많이 피운다. 아버지가 맡아주긴 하지만, 할아버지와 주희는 소통도 잘 되지 않는다. 지윤의 아버지는 지윤이 내심 불만족스럽다.
지윤과 친구라고 하기엔 가깝고 아직 연인이라고 하긴 어려운 동료 교수인 '빌'과의 관계도 만만치 않다. 의도야 어찌 됐든 오해받을 행동을 잔뜩 해버려, 그걸 수습하는 것도 오롯이 지윤의 몫이 됐다.
어떻게 됐는지보다, 뭘 보여주는지가 중요하지
넷플릭스 시리즈 <오렌지 이즈 더 블랙>의 한 에피소드를 소개해볼까 한다.
새로운 교도소장으로 흑인 여성이 발탁됐다. 그는 그 나름대로 교도소를 잘 운영해보고자 고군분투 중이다. 그는 후보 중 유일한 여성이었고, 유일한 흑인이었다. 그가 발탁된 것에 대해 동료들은 수긍하지 못한다.
교도소장은 전임 교도소장이던 이에게 상담을 요청했다. 그는 백인 여성이었다.
교도소 역시 국가의 지원이 중요하다 보니, 흑인을. 여성을 교도소장으로 뽑는다면 교도소가 받는 지원이 그렇지 않은 자를 뽑았을 때보다 훨씬 더 유리할 터였다. 그는 그래서 교도소장으로 발탁된 것이다.
전임 교도소장은 그렇게 말했다.
"응. 너 흑인이고 여자여서 교도소장 된 거 맞아. 근데 나도 마찬가지야. 나도 여자여서 교도소장 됐어. 근데 그게 뭐? 네가 어떻게 교도소장이 됐든지 간에 네가 잘하면 그만인 거야. 그럼 아무도 너한테 헛소리 못해."
지윤이 학과장이 됐던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윤이 품고 있는 역량, 혹은 가능성 보다도, 그가 동양인이었고, 여성이었기 때문일 테다.
시즌 1에서는 지윤이 버거운 일들에 질질 끌려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 어느 하나 매끄럽게 처리해내질 못했다.
진짜는 시즌2부터라고 생각한다.
지윤이 얼마만큼 영문학과 학과장의 역할을 소화하는지.
노 교수와 젊은 교수들의 의견을 통합하고, 고매한 노교수들의 수업 방식을 바꿔내는지.
빌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
학장과의 대화에서 자신의 몫을 되찾아 오는지.
주희와 진심으로 소통할 수 있는 엄마가 되는지.
아버지에게 존중받는 딸이 되는지.
넷플릭스는 아직 더 체어 시즌2를 컨펌하지 않았지만, 아마도 컨펌되리라고 본다.
김지윤이 얼마만큼의 역량을 보여줄지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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