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 Analytics Made Easy - StatCounter
내 남편과 결혼해줘 오디오클립 l 웹소설의 성공 공식 내 남편과 결혼해줘 오디오클립 l 웹소설의 성공 공식

내 남편과 결혼해줘 오디오클립 l 웹소설의 성공 공식

2021. 11. 11. 21:30Meaningless

웹소설은 몇 작품 읽어보지 않았는데,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꽤 유명한 작품이어서 나도 인지를 하고 있었다. 요즘 오디오클립에 도전하려고 벼르는 중인데, 나와 같은 카테고리의 사람들은 콘텐츠를 어떻게 만드는 건지 궁금해서 뒤적뒤적하다 오디오클립 웹소설 연재 시리즈를 접했다.

 

현대 로맨스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타임슬립이라고 해야 할까. 둘 다라고 해야겠군.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죽을 날을 얼마 남기지 않은 주인공이 남편과 절친에게 배신당하고 남편 손에 사망하는데, 죽음이라고 인지한 그 순간 별안간 10년 전으로 되돌아가 두 번째 삶을 사는 것이다. 2019년 37세의 주인공은 2009년 27세가 되었다.

 

즉, 37년의 경험치로 27을 다시 사는 것이다. 

 

이제 20화 정도 들었고 완결까지는 한참 남았지만, 처음으로 웹소설을 오디오로 들으면서 사유한 것에 대해 써보고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왜 사람들이 웹소설을 보는지 알 것 같았다.

 

이제 겨우 20대이면서도, 30대이면서도, 혹은 10대이면서도,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 초등학생 때로 돌아가고 싶어.' '20대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이들을 나는 많이 보았다.

 

본디 사람이라면, 바꿀 수 없는 과거에 대한 미련은 한 줌씩 가슴에 품고 살아가니까.

 

 

그때 내가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너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너를 사랑하지 않았더라면, 너와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조금 더 과감한 선택을 했다면, 조금 더 용감한 선택을 했다면 지금의 내 삶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와 같은 생각.

 

우리는 이만큼이나 과거에서 벗어날 수 없고, 지난날에 대한 후회와 연민이 있으니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타임슬립은 두 번째 삶을 사는 기회를 통해 독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바보처럼 당하기만 했던 주인공은 더 이상 누구에게도 당하지 않는다.
늘 참기만 했던 그는 강단 있는 모습을 보인다.
꾸밀 줄 몰랐던 그는 근사한 옷과 세련된 스타일링으로 눈에 띄는 미녀가 된다.
누가 봐도 멋진 남자들이 주인공만을 사랑한다.
밝게 변한 성격으로 인해 주위에 좋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든든한 지원자가 되어 준다.
그를 믿어주는 친구가 생겨 마음을 나눌 수 있게 된다.

 

지금의 경험치로 과거로 돌아간다면, 훨씬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텐데.

와 같은 갈증을 해갈해주잖아.

 

더불어, 사이다의 맛이 꽤 좋다.

 

이미 한 번 살아봤으므로, 주인공은 주변 인물들이 추후에 어떻게 되는지도 알고 있고, 지금은 차마 보이지 않는 사람의 이면과 꿍꿍이에 대해서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첫 번째 삶에선 속절없이 당하기만 했지만,
두 번째 삶에선 조롱에 대응하고, 상황이 어떻든 상대가 누구든 여유롭게 맞선다.

 

 

듣다 보면 꼭 아침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부산에서 서울로 상경해 졸업 후 대기업 입사.
동료 직원과 연애결혼.
남편은 자기 돈까지 끌어 박아 주식 투자로 전부 잃었음.
시어머니는 자신이 부모가 없다고 인격적 모욕을 서슴지 않음.
37살의 젊은 나이에 시한부를 선고받음.
곧 죽을 몸인데 남편이 자신의 가장 친구와 바람났다는 것을 인지함.

 

 

이렇게 처연하고 구질구질하고 궁상맞은 우리의 주인공은, 10년 전으로 되돌아가 근사하고 반짝반짝 빛나는 삶을 산다.

 

주인공 옆에 붙어서 주인공을 바보로 만들었던 캐릭터에게 더 이상 당하지 않는 모습이 가장 즐겁다. 그 친구는 실제로 그렇게 말할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비현실적인 캐릭터인데, 얼핏 들으면 칭찬이지만, 잘 들어보면 돌려 까는 소리를 하는데에 특출 난 재주가 있다. 

 

첫 번째 삶에선 미련해서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래서 친구가 남편과 바람날 줄도 몰랐지만, 두 번째 생에선 다르다. 싹수가 노랄 때 싹을 팍! 잘라버리거든. 그것이 얼마나 상쾌한지 몰라.

 

하루에 두 편 세편씩 들으면서 생각했다.

'아.. 이래서 그렇게 많이들 보셨구나..'

 

유치한 걸 좋아해서가 아니야.

쉬운 플롯이어서가 아니야.

순문학과는 다른 맛이 있어서 보는 거지.

 

순문학도 즐길 줄 알고, 지적 허영심 때문에 인문학과 같은 교양서도 즐기는 나는, 

자극적이고 유치하고 직관적이고 비현실적인 웹소설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코드와, 어떤 작품이 사랑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영감을 받았다.

 

완결을 다 보고 나면 글을 올릴 건데,

그때는 지금보다 더 많은 것을 캐치해낼 수 있을 것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