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 18. 11:37ㆍBook
신 같은 인간과 인간 같은 신
※ 네이버 웹툰 <방과후 선녀>의 결말과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며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딱히 무속신앙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이상하게도 무속 세계 이야기를 몹시 재미있어한다.
<미래의 골동품 가게>가 민속 토속신앙을 기반으로 방대한 무속 세계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처럼, 이윤후 작가의 <방과후 선녀>역시 고등학생이 신내림을 받게 된 후 벌어지는 이야기가 퍽 재미가 있었다.
무릇 신이라고 한다면 이 정도의 인성과 아량은 갖추어야 하는 거 아니야? 하고 생각할 때가 있다. 적어도 신이니까.
선녀가 모시고 있는 양제와 음유는 몇천 년을 산 신이라고 해도 아둔함과 이기심이 사람 못지않았으며, 고작 20년을 채 살지 않았던 선녀는 그 누구보다 어른스러웠고 슬기로웠다. 불행한 가정사 속에서도, 삐뚤어질 정당한 이유가 충분한데도 선한 마음을 늘 지니고 살아온 선녀가 기특했다. 자신을 분노와 증오로 대하는 친구들을 너그러이 용서하는 것도 마찬가지였고.
믿어주어야 신의 힘이 생긴다는 것이 재밌었는데,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종교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믿어주는 이가 있어야 신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면, 신이 무슨 소용이람?
누군가의 믿음이 존재를 존속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에 평생 자신만을 모셔온 제자를 먹어치운다는 설정이 꽤나 기괴했지만, 소멸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은 인간이나 신이나 하등 다를 바 없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고 해야 하나..
양제와 음유는 바운더리에 걸쳐진 인물들이었다고 생각했다. 그 둘은 빛과 어둠처럼 명징하게 다른 것 같다가도 무척 비슷하게 느껴졌다. 그 둘은 선과 악으로 정확히 나눌 수 없는 인물들이었다.
어쩔 땐 양제가 악이었고, 어쩔 땐 음유가 악이었다.
사실, 그 둘이 방과후 선녀에 등장하는 인물 들 중에서 가장 사람 같았다.
연약함, 두려움, 이기심, 질투, 치졸함 등등.
반대로 선녀는 가장 신같았고.
완결이 난 지가 한 달 즈음이 됐는데, 미루고 미루다가 이제야 글을 쓰게 됐다.
오랫동안 비웠던 내 공간에 다시 발을 내딛는 건, 참으로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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