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 Analytics Made Easy - StatCounter
토니 타키타니 l 고독과 상실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자가 있을까 토니 타키타니 l 고독과 상실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자가 있을까

토니 타키타니 l 고독과 상실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자가 있을까

2022. 1. 15. 16:52Film

토니 타키타니 (2004)
감독, 각본 : 이치카와 준
원작 : 무라카미 하루키의 동명 소설
출연 : 오카타 잇세이, 미야자와 리에

 

토니 타키타니 줄거리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고 아버지 손에서 자란 토니 타키타니는 유년기 때부터 외로움이 익숙했다. 어렸을 때부터 혼자가 편하다는 것을 잘 알았던 그는 어느 날 한 여자를 만나 다섯 번째 만남에 프러포즈를 했다. 결혼한 후 행복한 나날을 보내다가 갑작스레 여자가 사망한다. 토니 타키타니는 다시 고독한 삶을 살게 된 것이다.

 

 

스스로 생각하길 책을 좀 읽는 사람인데,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책에 관한 주제로 이야기를 하다 보면 "하루키를 좋아하시겠어요."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하루키의 작품을 크게 좋아하지는 않는다. 아마도 고독과 상실을 좋아하지 않아서일 것이다. 그것을 책이나 영화에서까지 접하고 싶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토니 타키타니>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한 시간 내외의 짧은 러닝타임 동안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하고 늘 겉돌기만 했던 외톨이 '토니 타키타니'의 삶을 조망한다. 영화의 색채는 서슬 퍼렇다. 새파란 필터를 씌워놓은 것처럼, 찬기가 돌았다. 꼭 토니 타키타니의 시선을 그대로 옮겨온 것처럼.

 

 

※ 영화 <토니 타키타니>의 결말과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며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난 그것에 주목해보고 싶었다.

 

 

1. 고독이라는 것이 몹시 익숙했던 이가 운명처럼 사랑하는 이를 만나게 되자 이전의 외로웠던 삶으로 돌아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
2. 갑자기 사랑하는 이가 사라졌을 때 비정상적인 행동을 할 정도로 힘들어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시 고독했던 삶으로 자연스레 돌아가는 것.

 

 

이름이 토니 타키타니인 것도 그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한 하나의 장치처럼 느껴졌다. 내가 한국인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토니와 타키타니라는 두 어휘는 어울리지 않으며, 함께 발음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토니 타키타니의 삶이 아버지를 닮았다는 것도 재밌는 점인데, 아버지 역시 어딘가에 소속되기보다 유랑하는 삶을 살았으니까. 일본과 중국. 격동의 환란기에 주체성 있는 삶을 살았다기보다 그저 그렇게 바람에 떠밀려 되는대로 살아왔던 분이다. 무소속과 고독이 토니의 아버지에게서 토니에게 고스란히 대물림된다는 게 한편으론 서글펐다. 하물며 아내를 일찍 보내게 된 것 까지.

 

토니 타키타니가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천직이 있었기에 망정이다. 그 어떤 조직에서도 잘 속하지 못할 사람인데, 예술에 그만큼의 재능이 없었다면 먹고살기가 쉽지 않았을 거다. 

 

사람이기에 느끼는 '감정'을 미성숙하고 쓸데없는 것으로만 여기던 사람이. 무채색의 삶을 살던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자 세상이 얼마나 다채롭게 변화하는지. 거기에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까 봐 두려워하는 것이 퍽 재밌었으나, 연인이 떠나가고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자 원래의 삶을 되찾고 금세 순응하는 것이 또 재밌다. 마치 제 옷을 입은 것처럼 말이다.

 

토니 타키타니가 사랑한 '에이코'는 쇼퍼 홀릭이다. 예쁜 옷을 보면 안 사고는 베기지 못한다. 처음에 토니는 에이코가 옷을 입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다고 했다. 멋진 스타일이 눈에 띄었을 것이다.

 

하나 결혼 후 감당할 수 없이 쇼핑을 하는 것을 보고 토니는 덜컥 겁이 났는지 쇼핑을 끊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조심스레 권한다. 토니 타키타니가 자신을 사랑하는 걸 잘았던 에이코는 급하게 무리하게 쇼핑중독에서 헤어 나오려다 갑작스레 사망했다.

 

술이든, 담배든, 음식이든, 이성이든, 쇼핑이든, 무언가에 지나치게 천착하는 것은 그에게 결핍이 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에이코 역시 구체적으로 이르집어 말할 순 없지만, 분명 그랬을 거다. 

 

어쨌든 그는 원래의 삶으로 돌아왔다. 에리코의 전 연인이 토니 타키타니에게 슬쩍 떠볼 때, 이미 그런 것은 다 잊었다고 말한다. 그것은 에리코의 전 연인이어서 단호하게 건넨 허풍이 아니라 사실 같았다. 그는 정말로 세상을 등진 부인을 다 잊은 것처럼 보였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라고들 말한다. <꿈의 제인>에서 제인은 "이런 ㅈ같은 세상 혼자 살면 뭐하니? 같이 살아야지."라고 했고, <오징어 게임>의 성기훈은 "사람은 믿을 만해서 믿는 게 아니야. 안 그러면 기댈 데가 없으니까 믿는 거지."라고 했다.

 

기본적으로 사람이란 종족을 혐오하고 기피하는 나도, 어쩔 수 없이 세상은 혼자 살 수 없는 곳이라고 생각하며, 마음 깊은 곳에서는 오래도록 진정으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를 만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사실 고독과 상실에 대해 모르고 싶다. 그런 멋없는 것과는 멀리 떨어져 전혀 접점 없는 삶을 살고 싶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누구도 자유로울 순 없을 테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키의 작품이 사랑받는 것일 테고.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