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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과 마요네즈 결말 리뷰 l 불안정 결핍 결함 상처 호박과 마요네즈 결말 리뷰 l 불안정 결핍 결함 상처

호박과 마요네즈 결말 리뷰 l 불안정 결핍 결함 상처

2022. 1. 11. 11:25Film

호박과 마요네즈 (Pumpkin and Mayonnaise) 2017
감독 : 토미나가 마사노리
원작 : 나나난 키리코의 동명소설
주연 : 오다기리 죠, 우스다 아사미, 나가노 타이가

 

호박과 마요네즈 줄거리

세이치는 싱어송라이터다. 재능은 있지만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다. 여자 친구인 츠치다는 두 사람의 몫을 벌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투잡까지 하지만, 골방에 틀어박혀 곡을 쓰지 않는 세이치가 내심 원망스럽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래전 사랑했던 '하기오'를 조우한다. 재미로 자신을 만난다는 건 알면서도, 세이치와 정리할 마음이 없으면서도, 츠치다는 하기오와 만남을 지속한다.

 

 

그러니까.. 그런 느낌이었다.

마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보는 느낌.

 

영화의 줄거리를 한 줄로 요약한다면 "사랑하던 이들이 감정의 골이 깊어져 이별하는 이야기"정도로 정의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퍽 흔하고 보편적인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분들이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현실의 이야기라고 말하곤 했다. 현실에서 해피엔딩을 찾는 건 좀처럼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어울리지 않는 두 음식.

호박과 마요네즈.

 

호박과 마요네즈의 뜻이 어떤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다. 분명 뭔가 은유하는 것일텐데.. 얼핏 생각해 봤을 때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두 음식의 조합이다. 그러나 어떻게 조리하면 잘 어울릴 수도 있을 것이다. 마치 세이치와 츠치다가 잠깐이나마 서로에게 머물렀던 것처럼.

 

영화를 보는 내내, 보고 나서도 많이 울적했다. 

가끔 나는 아이처럼 아름다운 이야기만 이르집어 보고 싶다고 생각하곤 한다.

 

 

※ 영화 <호박과 마요네즈>의 결말과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며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불안정한 이들이 만나 연애를 할 때


세이치는 곡을 쓰고 직접 부를 수 있는 '싱어송라이터'다. 그렇지만 빛을 보지 못했다. 몸 담고 있었던 밴드에서 나왔고, 지금은 집에서 곡만 쓰며 츠치다와 함께 산다.

 

얼핏 봐도 건강한 삶은 아니다.

 

당연히 깨어있는 시간 내내 음악에만 집중하며 살지는 못한다. 그는 무료한 시간을 견딜 수 없다는 듯 가구를 만들거나 페인트 칠을 몇 겹씩 하는 등의 쓸데없는 일을 하기도 한다. 

 

츠치다가 세이치를 대하는 것이 꼭 어린 아들을 대하는 듯 했다. 두 사람의 몫을 벌어야 한다는 핑계. 혹은 이유로 호스티스 일을 하기도 한다. 변태 손님의 애인 역할을 해주는 것도 마다 앉는다. 한 번 만날 때마다 삼만 엔씩을 받는 일을 하는 그는, 솔직히 누구를 위해서 그 일을 하는지 구별할 수가 없었다.

 

정말 세이치 때문이었을까.

 

"내가 너 때문에 얼마나 희생하는데."
"내가 너 때문에 이런 일까지 하는데 네가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둘 중에서 더 미성숙한 자를 고르라면 당연 츠치다다. 그는 일의 옳고 그름은 중요하지 않고, 세이치를 성공시키기 위해서 두 사람의 몫을 벌기 위해서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거짓된 명분이 그에 따른 부차적인 문제들을 깡그리 상쇄하며 오히려 정당하기까지 한 행위가 된다.

 

세이치가 스스로 기꺼이 츠치다를 위해서 그런 일들을 했었다면 저런 말은 해선 안 됐다.

그런 희생을 바란적이 세이치는 없다.

 

어긋난 관계를 서로가 지속했던 연유


츠치다는 손님의 애인행세를 하고 잠자리를 한다는 사실을 세이치에게 털어놓았을 때 둘의 관계가 그때 이미 끝났을 것이라고 회상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두 사람의 관계는 세이치가 밖에서 돈을 버는 순간부터 변화하는데, 세이치는 여자 친구가 어떻게 돈을 버는지 알게 된 후에 더 이상 골방에 틀어박혀 글만 쓸 수 없다고 생각한 듯했다.

 

그렇게 싸우고 나서도 서로는 갈 곳이 없어 서로의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딱히 갈 수 있는 곳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세이치는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독립한 후 떠날 수 있을만한 상황이 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벼렸다는 듯. 일방적인 이별을 고하고 집을 나가 버렸다. 혼자서 오랫동안 고민했을 것이다. 

 

물론 헤어질까 말까를 고민했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몹시 명확했다.

언제 츠치다를 떠나야 할지.. 언제 이 집을 나가야 할지.. 그것을 오래도록 고민했을 것이다.

 

하기오와 세이치의 공통점


츠치다는 오래전 사랑했던 하기오를 만난다. 그와 사귀었을 때 지긋지긋하게 들러붙었던 모양이었다. 츠치다를 보면 무리도 아니다. 츠치다는 하기오와 바람을 피운다.

 

하기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재미다. 오히려 남자 친구가 있기 때문에 츠치다가 더 끌렸을 수도 있다. 자신에게 집착하거나 들러붙는 건 질색이고 그저 어쩌다가 만나 재미나 보고 싶은데, 그러기에 츠치다는 너무나 알맞은 사람이잖아.

 

하기오가 정말 별로인 사람이구나를 느꼈던 신이 있었다. 오래전 그의 아이를 임신했다가 지웠다는 츠치다의 고백에 그는 남의 이야기를 듣듯이 시큰둥하게 반응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말하지 않아 주어서, 아이를 낳지 않고 지워줘서 고맙다는 눈치였다. 

 

츠치다는 그저 서포트할 누군가가 필요한 게 아니었을까. 경제적으로 자립하고 스스로 제 밥벌이를 할 수 있는 번듯한 남자가 아니라, 자신의 도움이 필요하고 혼자 설 수 없는 남자를 알게 모르게 찾았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 상대가 처음엔 한량 양아치인 하기오였고, 그다음엔 착하지만 바보 같았던 세이치였고. 

 

그렇게 예쁜 남자를 사랑해놓고, 알아서 떠나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면서도, 막상 헤어지자고 집을 나가겠다고 하니 눈물을 흘린다. 츠치다가 오랜만에 세이치를 만나고 그가 직접 만든 노래를 들으면서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을 쏟았던 이유를 나는 알 것 같았다.

 

이번 영화 리뷰의 제목을 '불안정 결핍 결함 상처'라고 지었다. 둘을 보고 떠올랐던 단어를 의식의 흐름대로 늘여놓은 것이다. 그들은 불안정했고 결핍이 있었고 결함이 있었고 상처가 있었다. 그 둘의 사랑 역시 그들 스스로와 다르지 않았다.

 

영화를 보고 하루가 지났어도 여전히 마음 한편이 서글프다.

 

2020.12.29 - [Film] -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결말 l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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