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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리집 리뷰 결말 l 나는 알고 아이들은 모르는 것 영화 우리집 리뷰 결말 l 나는 알고 아이들은 모르는 것

영화 우리집 리뷰 결말 l 나는 알고 아이들은 모르는 것

2022. 1. 18. 21:12Film

우리집 (The House of Us) 2019
감독 : 윤가은
출연 : 김나연, 김시아, 주예림, 안지호

 

우리집 줄거리

매일매일 큰소리로 싸우는 부모님이 이혼이라도 할까 늘 안절부절인 초등학교 5학년 하나는 마트에서 우연히 유미와 유진이를 만났다. 가족에 대한 각자의 고민을 안고 있는 세 친구는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하나, 유미, 유진은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똘똘 뭉친다. 집주인의 이사 통보를 듣고 나서 아이들은 유미의 부모님을 직접 찾으러 모험을 떠난다.

 

 

윤가은 감독은 전작 <우리들>에서 10살 남짓이라 하더라도 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초등학생 아이들을 그렸다. 이번 <우리집>에서는 아마도 그 또래 친구들의 전부일 '가족'에 대해 다뤘다. 사랑하는 부모님이 이혼한다는 건, 아이들에게 전쟁이 터지는 수준의 공포일 테니..

 

몇 달 전 동생과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어릴 적 부모님이 다투실 때 언니는 항상 의젓하게 나를 다독여주고 안심시켜줬다고. 그래서 언니는 언니인가 봐 라면서.

 

큰 소리가 나면 심장은 쿵쿵댔고 무엇을 집을 수도 없을 만큼 손이 덜덜 떨렸지만 목소리도 떨렸지만, 두 살 어린 동생을 안심시키려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던 어린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날 처음으로 말했다. 나도 무서웠다고. 안 무서워서 태연하게 굴던 것이 아니라고. 그때의 나는 하나도 괜찮지 않았다. 동생이 걱정돼 꼴에 언니라고 괜찮은 척을 했던 거지.

 

화면 속 삐걱대고 어긋난 가족의 모습은 어딘가 모르게 익숙했다.

그래서 싫었다.

 

 

※ 영화 <우리집>의 결말과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며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하나


영화는 하나 부모님의 다툼으로 시작한다. 이른 아침, 아이들은 학교에. 부모님은 직장에 가야 할 시간이다. 큰소리가 오가는데도 놀라는 기색이 없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얼마나 오랫동안 큰 소리로 아이들에게 다투는 모습을 보여줬는지 눈에 선했다.

 

중학생이 된 오빠는 그러거나 말거나 관심도 없다. 이제 초등학교 5학년이 된 하나는 당장이라도 울 듯한 표정으로 싸우는 부모님을 바라보며 밥을 먹자고 말한다. 러닝타임 내내 하나는 식구들에게 밥을 같이 먹자 말했고 엔딩이 되어서야 식구들을 앉혀놓고  기어코 밥을 먹었다. 

 

하나를 보는 내내 화가 났다. 정확하게 말하면 하나한테 화가 났다기보다 하나를 저렇게 만든 환경에 화가 났던 것 같다. 왜 초등학교 5학년짜리 아이가 장을 보고 밥을 하고 반찬을 만들어 놨을까. 엄마는 애한테 부엌에 가지 말라고 했지만 영화에서 엄마가 음식을 만드는 건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다.

 

그 아이는 부모의 다툼을 막아보려 그 아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하는 것이었을 테다. 

 

유미 유진


하나가 맞벌이로 자식들에게 소홀한 부모 밑에서 방치된 채 자라고 있다면, 유미 유진은 하나보다 상황이 더 안 좋다. 영화에서 유미 유진의 부모님은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사실상 소녀 가장에 가까운 수준인데 유미는 자신도 보호를 받아야 하는 나이에 동생까지 케어해야 한다.

 

이건.. 학대에 가깝다.

 

사실 두 아이의 상황은 누가 조금 더 낫고 덜 하고를 가늠하는 것이 무의미하다.

 

두 분이 맞벌이하시니 경제적으로는 여유 있는 하나나, 그래도 부모님과 함께 살 수 있는 유미 유진 자매나, 방임 속에서 자라는 것으로 따지면 도긴개긴이니까.

 

나는 알고 아이들은 모르는 것


하나를 보는 내 마음은 약간 징그러운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아마도 아이가 아이 같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는 아이다운 게 좋고, 어른은 어른다운 게 좋다. 아이가 어른 같거나, 어른이 아이 같은 걸 나는 아주 질색한다.

 

아이가 일찍 철이 들어 어른이 된 이유는, 철없는 어른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하기 때문이다. 철이 일찍 들기까지 무척 마음을 앓았을 거라고 짐작하기 때문이다.

 

어리광을 피울 아이인데도 동생을 엄마처럼 돌보는 유미도, 웬만한 가정주부만큼 요리를 척척해내는 하나도, 나는 싫었다. 

 

하나는 아빠의 전화를 받고 내연녀의 전화라는 걸 알자(어려도 알건 다 아니까) 아빠의 핸드폰을 몰래 숨겼고 엄마가 독일 주재원으로 떠날 준비를 하는 것을 알자 엄마의 여권을 감췄다.

 

하나는 가족여행을 한 번 가고 나면,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부모님의 사이가 좋아질 것을 굳게 믿는다. 네 식구가 밥이라도 같이 먹고 나면 화목한 가정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유미와 유진은 집을 보려고 오는 사람들에게 우리집은 해가 잘 안 들며 추울 땐 더 춥고 더울 땐 더 춥고 오만가지 벌레가 툭하면 튀어나온다고 어필한다. 그러면 이사를 가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믿는다.

 

나는 안다.

 

하나가 야심 차게 우리집은 내가 지킬 거야라고 하지만, 하나의 노력으로는 부모님의 이혼을 막을 수 없다는 걸.

유미와 유진이 아무리 예비 세입자들에게 겁을 잔뜩 줘도 결국 이사를 피할 수 없다는 걸.

 

하나는 언제까지고 유미와 유진의 언니일 테지만, 물리적으로 멀어진다면 지금 같은 관계를 언제까지고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을 나는 안다.

 

하룻밤의 외박 후 집으로 돌아오고 드디어 온 가족이 식탁에 앉았다. 90분의 러닝타임 내내 밥을 같이 먹자고 노래를 부르던 하나였다. 가족여행은 갔을 수도 안 갔을 수도 있지만, 결국 하나의 부모님은 이혼했을 것이다.

 

유미와 유진은 이사를 했을 테고. 아마 그 이후에도 계속 이사를 했을 것이다.

 

아이들은 각자가 가족에 대한 문제를 지니고 있었지만, 아이들은 아이들이라 천진하고 예뻤다.

 

김치볶음밥이나 오믈렛을 만들어 다 같이 먹을 때도, 일부러 지저분하게 보이려 집안을 엉망진창으로 만들 때도, 폐품을 주워 집을 만들 때도. 그때만큼은 아이들에게서 그늘을 찾는 것이 어려웠다.

 

아이들의 노력에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지만, 부디 아이들이 단단해져서 어떤 상황에서든 지금처럼 씩씩하게 잘 대처하기를 믿어봐야지.

 

윤가은 감독


윤가은 감독을 <우리들>로 만나고 난 후 <콩나물>과 <손님>도 연달아 보았다. 어쩌면 위험할. 어쩌면 흥행하지 못할. 어린아이들의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룬 것이 새로웠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닮았지만, 그리고 촬영 시 아이들을 대하는 방식이나 영화 내내 아이들의 시선으로 그려낸다는 것도 닮았지만, 아이들의 현학적인 시선을 통해 어른들에게 깨달음을 주는 것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라면, 윤가은 감독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아이들이 가질 문제를 아이들만의 서사로 꾸려나간다. 

 

그의 작품 속에서 어른은 부수적이며, 아이들에게 깨달음을 주거나 얻거나 하는 존재가 아니다. 아이들의 역할은 어른들을 깨우치는 데 사용되지 않는다. 주인공은 '아이들'이며 서로를 보듬고 위로하는 것도 아이들이다. 

 

동화같이 예쁘고 쨍한 색채에 순수한 아이들이 등장한다. 그들의 무구하고 해사한 웃음은 퍽 아름다웠지만, 보는 내내 가슴이 아려 러닝타임 내내 옅게 슬픈 마음으로 영화를 봐야 했다. 좋은 영화였다. 다음엔 어떤 아이들의 어떤 이야기로 또 내 감성을 자극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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